가드레일 인출 — 4% 룰의 고갈 위험을 지운 규칙 26년 실측

정액 인출은 잔고가 마르고 정률 인출은 생활비가 출렁인다. 그 사이에 난간을 세운 가드레일 인출을 26년으로 실측하니 고갈 확률이 6.5%에서 0.1%로 떨어지면서 쓴 돈은 39% 늘었다. 대가는 최악의 해에 생활비를 39%까지 조이는 것이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전략을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26년 곡선 위에 인출을 얹어보니 두 방식 다 어딘가 불편했다. 금액을 고정하는 정액 인출(이른바 4% 룰)은 생활이 안정적인 대신 잔고가 마를 수 있었고, 잔고의 4%를 빼는 정률 인출은 절대 마르지 않는 대신 시장이 반토막 나면 생활비도 반토막 났다.

그 글을 쓰면서 계속 걸리던 게 있다. 실제 사람은 둘 중 하나를 기계적으로 하지 않는다. 평소엔 쓰던 대로 쓰다가, 계좌가 많이 줄면 좀 아끼고, 많이 불면 좀 더 쓴다. 그 상식을 규칙으로 적어 넣으면 두 극단 사이 어디쯤에 앉을까.

무엇을 바꿨나 — 인출액에 난간을 단다

📌 가드레일 인출
처음 정한 인출률(여기선 4%)을 기준으로 위아래에 난간을 세운다. 잔고가 줄어 현재 인출률이 4.8%(4%의 +20%)를 넘으면 그해 인출액을 10% 깎고, 잔고가 불어 3.2%(−20%) 아래로 내려가면 10% 늘린다. 난간 사이에 있으면 물가만큼만 올려 그대로 쓴다. 판정은 해가 바뀔 때 한 번만 한다.

신호에 문턱을 달아본 글에서 썼던 발상과 같은 모양이다. 그때는 모멘텀 신호가 0 근처에서 오락가락하는 걸 막으려고 밴드를 달았는데, 이번엔 그 밴드가 인출액에 붙는다. 애매하면 그냥 두고, 확실히 벗어났을 때만 움직인다.

원조는 Guyton-Klinger라는 규칙인데, 여기서 돌린 건 그 핵심 발상만 가져온 축약형이다(원본에는 물가 인상 건너뛰기, 후반부 삭감 면제 같은 조항이 더 있다). 전략 넷과 기간·비용은 지난 글과 완전히 같고, 바뀐 건 인출 규칙 하나뿐이다.

잔고만 보면 절반만 보는 것

미국주식에서 연 4%를 인출할 때 정액·정률·가드레일 세 규칙의 26년 잔고와 그해 생활비를 위아래로 나란히 그린 그래프. 가드레일은 2003~2010년 네 번 삭감해 생활비가 첫해의 66%까지 내려갔다가 2015년부터 증액으로 돌아선다

미국주식으로 4%씩 빼 쓴 26년이다. 위 칸이 통장에 남은 돈, 아래 칸이 그 대가로 그해에 쓴 돈(첫해 구매력=100)이다. 이 글의 채점표가 두 줄인 이유가 여기 있다. 잔고만 보면 정률(주황)과 가드레일(파랑)이 정액(빨강)을 크게 이기지만, 아래 칸을 보면 그 잔고가 덜 쓴 결과라는 게 드러난다.

규칙 26년 뒤 잔고 쓴 돈 합계 가장 아낀 해 생활비가 줄어든 해 생활비 변동성
정액 (4% 룰) 214 137 100 0회 0.0%
정률 (잔고의 4%) 347 133 47 8회 18.6%
가드레일 335 120 66 4회 6.4%

<small>미국주식·연 4%·시작 원금 100. ‘가장 아낀 해’는 첫해 구매력을 100으로 놓은 실질 생활비의 최저치.</small>

정률의 아래 칸은 톱니처럼 요동친다. 2009년에는 생활비가 첫해의 47%까지 내려갔다. 계산상으로는 고갈되지 않지만, 생활비가 반토막 나는 것을 ‘안전하다’고 부르기는 어렵다.

가드레일은 그 톱니를 절반 이하로 눌렀다(변동성 18.6% → 6.4%). 26년 동안 조정은 11번 있었는데, 앞쪽 넷은 전부 삭감이고(2003·2008·2009·2010) 뒤쪽 일곱은 전부 증액이다(2015~2026). 닷컴과 금융위기를 지나는 동안 허리띠를 조르고, 회복한 뒤에 천천히 풀어준 셈이다.

그런데 이 규칙, 실제 역사에서는 덜 썼다

표에서 눈여겨볼 칸이 하나 더 있다. 가드레일이 쓴 돈 합계는 120으로 셋 중 가장 적다. 난간이라는 이름 때문에 “더 쓸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 읽히기 쉬운데, 우리 시험지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했다.

이유는 지난 글의 주제 그대로다. 우리 26년은 하필 닷컴 붕괴에서 시작한다. 시작하자마자 잔고가 깎이니 난간이 곧바로 삭감 쪽에서 울렸고, 그 뒤 금융위기까지 네 번 연속 깎았다. 그래서 26년 내내 생활비는 정액보다 적었고, 대신 잔고는 214에서 335로 지켰다.

가드레일은 더 쓰게 해주는 규칙이 아니라 순서에 반응하는 규칙이다. 나쁜 순서를 만나면 덜 쓰고, 좋은 순서를 만나면 더 쓴다. 지난 글이 “빼 쓰기 시작하면 수익률의 순서가 전부”로 끝났으니, 이 규칙은 정확히 그 문제에 대한 처방인 셈이다.

대체 역사 1,000벌 — 무엇과 무엇을 바꿨나

우리 26년은 한 벌뿐이라, 15편에서 쓴 방식으로 ‘있었을 법한 26년’을 1,000벌 지어 세 규칙을 같은 조건에서 채점했다.

대체 역사 1,000벌에서 세 인출 규칙의 고갈 확률과 최악의 해 생활비를 전략별로 비교한 막대그래프. 미국주식 기준 정액은 고갈 확률 6.5%에 하위 5% 생활비가 0인 반면, 가드레일은 고갈 확률 0.1%에 생활비 39%를 유지한다
미국주식 · 연 4% 고갈 확률 쓴 돈 합계(중앙값) 최악의 해 생활비 (중앙값 / 하위 5%)
정액 (4% 룰) 6.5% 142 100 / 0
정률 (잔고의 4%) 0.0% 210 84 / 35
가드레일 0.1% 197 100 / 39

여기서는 그림이 달라진다. 고갈 확률이 6.5%에서 0.1%로 떨어지는데, 쓴 돈은 오히려 142에서 197로 39% 많다. 중앙값 경로에서는 생활비를 한 번도 깎지 않았다(100). 어중간한 50:50에서도 고갈 확률 11.2% → 0.2%, 쓴 돈 142 → 169로 같은 방향이다.

신호 문턱 편에서 밴드 2%가 시리즈 최초로 ‘맞바꿈 없는 개선’이었는데, 그때 데드존이 잘라낸 매매가 애초에 지는 매매였던 것처럼, 여기서 난간이 잘라내는 인출은 애초에 감당이 안 되던 인출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대가는 오른쪽 끝 칸에 있다. 운이 나쁜 하위 5% 경로에서 가드레일은 생활비를 첫해의 39%까지 조여야 했다. 다만 같은 칸에서 정액은 0이다. 그해에 통장이 비었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가드레일은 허리띠를 조르고, 정액은 파산한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취향이 아니라 상황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둘은 다른 종류의 실패다.

방어형 전략에서는 난간이 아예 다른 일을 한다. 영구 포트폴리오는 26년 동안 조정이 한 번뿐이었고(그것도 증액), ADM은 아홉 번이 전부 증액이었다. 잘 방어하는 전략을 들고 있으면 난간은 브레이크가 아니라 액셀 쪽에서만 울린다.

그럼 더 많이 꺼내 써도 되나

고갈 확률 ADM 영구 50:50 미국주식
연 4% · 정액 0.8% 0.8% 10.8% 6.8%
연 4% · 가드레일 0.0% 0.0% 0.2% 0.2%
연 6% · 정액 8.2% 29.6% 35.4% 24.4%
연 6% · 가드레일 0.0% 0.0% 2.6% 1.4%

정액으로 6%를 빼면 영구 포트폴리오조차 30% 확률로 26년을 못 버틴다. 같은 6%를 가드레일로 빼면 0%다. 다만 이 표를 “6% 써도 된다”로 읽으면 안 된다. 가드레일에서 고갈 확률이 0에 가까운 건 위험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위험이 생활비 삭감으로 모습을 바꿨기 때문이다. 6%로 시작하면 삭감은 훨씬 자주, 훨씬 깊게 온다.

난간을 어디에 세울까

가드레일의 난간 폭(±10·20·30%)과 조정 폭(±5·10·20%)을 격자로 놓고 고갈 확률과 최악의 해 생활비를 표시한 히트맵. 난간 폭을 바꿔도 값이 거의 변하지 않고 조정 폭에 따라서만 달라진다

파라미터를 정할 때는 지도를 그려보는 습관이 생겼다. 난간 폭(±10·20·30%)과 조정 폭(±5·10·20%)을 격자로 놓고 다시 돌려봤다.

결과가 꽤 깔끔하다. 세로 방향(난간 폭)으로는 값이 거의 안 변하고, 가로 방향(조정 폭)으로만 변한다. 난간을 어디에 세우든 결과는 비슷하고, 한 번 울렸을 때 얼마나 조이느냐가 위험과 생활비를 맞바꾸는 다이얼이다. 조정 폭 ±5%면 고갈 확률이 1.2~1.4%로 남는 대신 생활비는 안 깎이고, ±20%면 고갈은 0이 되는 대신 최악의 해 생활비가 85까지 내려간다.

격자 전체가 정액보다 나은 고원이라는 점도 다행이다. 13편에서 배운 대로 한 칸의 최고점을 고르는 게 아니라 지형이 평평한지를 보는 것이 요점인데, 이번엔 평평했다.

한계

생활비를 34% 깎는 게 실제로 가능한가가 이 글의 가장 약한 고리다. 백테스트에서는 인출액에 0.9를 곱하면 그만이지만, 실제 지출에는 줄일 수 없는 고정비가 있다. 이 계산은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잰 것이지, 누구나 줄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규칙은 원조의 축약형이고, 결과는 전부 세전이다(인출액에 붙는 세금·건강보험료는 넣지 않았다 — 그래서 연금계좌가 인출기에 특히 중요해진다). 자산은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닌 인덱스펀드 프록시이고 편도 0.10% 비용만 반영했다. 대체 역사 1,000벌은 이 26년의 조각을 다시 배열한 것이라 상자에 없는 재료는 나오지 않으며, 물가는 계산을 단순화하려 평균 상승률로 넣었다.

정리하며

  • 정액과 정률 사이에 난간을 세우면 대체 역사 기준으로는 둘 다 좋아진다. 미국주식 4% 인출에서 고갈 확률 6.5% → 0.1%인데, 쓴 돈은 오히려 142 → 197로 39% 많다.
  • 대가는 최악의 경우에만 청구된다. 하위 5% 경로에서 생활비를 첫해의 39%까지 조여야 했다. 다만 같은 칸에서 정액은 0 — 허리띠와 파산은 다른 종류의 실패다.
  • 정률과 비교하면 생활비 변동성이 18.6%에서 6.4%로 줄었다. 정률의 최악은 첫해의 47%였다.
  • 우리 26년에서는 가드레일이 셋 중 가장 적게 썼다(120 vs 137). 닷컴에서 시작한 시험지라 난간이 삭감 쪽에서 먼저 울렸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더 쓰게 해주는 장치가 아니라 순서에 반응하는 장치다.
  • 잘 방어하는 전략에서는 난간이 액셀로만 작동한다(영구는 26년간 조정 1회, 그것도 증액).
  • 난간을 어디에 세우는지는 거의 상관없고, 울렸을 때 얼마나 조이는지가 위험과 생활비를 맞바꾼다.

인출을 다루기 전에는 “얼마를 벌어주는 전략인가”만 물었는데, 두 편을 써보니 질문이 하나 늘었다. 이 전략은 내가 규칙을 조정할 여지를 얼마나 주는가. 잘 방어하는 곡선은 그 여지를 넓게 주고, 깊게 빠지는 곡선은 좁게 준다.

그러고 보니

이번 규칙은 잔고만 본다. 계좌가 줄면 깎고 늘면 푼다. 그런데 실제로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압박은 물가 쪽에서 더 세게 오지 않나 — 잔고가 그대로여도 물가가 뛰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줄어드니까. 이 26년에서 물가는 89% 올랐는데, 그 상승이 자산군마다 다르게 얹혔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구간만 따로 떼어 자산배분을 다시 채점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steady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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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규칙으로 투자에 접근해보려는 사람입니다. 투자 전문가는 아니고 배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알려진 공개 전략을 직접 코드로 백테스트해보고, 나온 숫자를 좋든 나쁘든 그대로 기록합니다. 특히 결과가 좋게 나올수록 한 번 더 의심하려 합니다. 이 블로그가 돌아가는 서버도 직접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 투자 이야기와 함께 서버·개발 이야기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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