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투자 전략 하나를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 듀얼 모멘텀 리뷰는 찜찜한 물음표 하나를 남기고 끝났다. 이 전략은 천천히 오는 하락(닷컴·금융위기)은 잘 피했는데, 2020년 코로나처럼 한 달 만에 무너지는 급락엔 무력했다. 매달 말에 딱 한 번만 점검하니, 채권으로 대피할 땐 이미 바닥이었던 것이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점검 잣대를 짧게 잡으면(예: 12개월 대신 6개월) 더 빨리 반응하지 않을까? 머리로만 굴리지 말고 직접 돌려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단순한 답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엇을 바꿨나 — ‘룩백’을 손댄다
듀얼 모멘텀은 매달 “최근 수익률이 가장 좋은 자산”을 고른다. 이때 얼마나 먼 과거까지 되돌아보고 ‘최근’을 재느냐가 룩백이다. 원조는 12개월을 본다. 이걸 짧게 하면 최신 흐름에 민감해져 급변에 빨리 반응할 것 같다.
📌 룩백(lookback)이란?
모멘텀을 잴 때 되돌아보는 기간. “지난 1년간 얼마나 올랐나”면 룩백 12개월, “지난 반년”이면 6개월이다. 짧을수록 최신 흐름에 예민하고, 길수록 진득하다.
그래서 세 가지를 나란히 시험했다. 룩백 3개월 · 6개월 · 12개월(원조). 그리고 하나 더, 이 고민을 정식으로 푼 유명한 변형인 가속 듀얼 모멘텀(ADM)도 넣었다. ADM은 하나의 잣대만 쓰지 않고 1·3·6개월 수익률을 모두 재서 평균낸다. 짧은 잣대의 기민함과 긴 잣대의 진득함을 섞자는 발상이다.
📌 가속 듀얼 모멘텀(ADM)이란?
Accelerating Dual Momentum. 원조의 뼈대(제일 센 자산 고르기 → 그게 오르는 중이면 보유, 아니면 채권 대피)는 그대로 두고, 모멘텀을 잴 때 1·3·6개월을 한꺼번에 평균내 최근에 더 힘을 싣는(가속) 방식이다.
판단 흐름 자체는 지난 글의 다이어그램과 똑같다. 바뀐 건 ‘무엇으로 최근을 재느냐’뿐이다.
직접 백테스트해 봤다
지난번과 똑같은 조건이다. 2000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미국주식·선진국주식·미국채권을 뱅가드 인덱스펀드 프록시로 근사했고, 배당 반영·편도 0.10% 비용·세금은 넣지 않았다. 한 가지만 신경 썼다. 룩백이 짧으면 과거 데이터가 덜 필요해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는데, 그러면 비교가 불공정해진다. 그래서 네 방식 모두 똑같이 2000년 8월에 출발하도록 맞췄다.

파란 선이 ADM, 진한 회색 선이 원조(12개월), 옅은 회색 선이 그냥 50:50으로 나눠 들고 있었을 때다(어느 선이 무엇인지는 그래프 왼쪽 위 범례에도 적어 뒀다). 붉은 음영은 ADM이 채권으로 숨어 있던 시기다. 세로축은 로그 눈금이라, 위아래 같은 간격이 같은 배수를 뜻한다.
지표로 평가
네 방식과, 참고로 그냥 분산 보유(50:50)를 나란히 놓았다. 표에 나오는 지표를 짧게 풀면 이렇다. 괄호 안은 흔히 쓰는 약칭이다.
- 최종 수익률: 기간 전체 동안 원금이 몇 % 불었나.
- 연복리(CAGR): 그 수익을 매년 똑같은 복리로 환산하면 연 몇 %인가.
- 최대낙폭(MDD): 고점 대비 가장 크게 주저앉았던 폭. ‘가장 아팠던 순간’이다.
- 샤프 지수: 같은 수익이라도 얼마나 덜 출렁이며 벌었는지 보는 ‘위험 대비 효율’. 높을수록 좋다.
- 소르티노: 샤프와 같은데, ‘나쁜 출렁임(하락)’만 위험으로 친다. 오르는 출렁임엔 벌을 안 주는 셈이다.
- 연변동성: 수익률이 평소 얼마나 출렁였나. 낮을수록 잔잔하다.
- 매매 횟수 / 채권 대피 비중: 자리를 바꾼(리밸런싱) 횟수와, 전체 기간 중 채권으로 숨어 있던 개월 비중. 잦을수록 비용·수고가 는다.
(샤프·소르티노를 더 자세히 본 글은 투자 성과 측정 지표 총정리과 소르티노 지수에 따로 정리해 뒀다.)
| 지표 | DM 3개월 | DM 6개월 | DM 12개월(원조) | 가속(ADM) | 50:50 분산(참고) |
|---|---|---|---|---|---|
| 최종 수익률 | 1196.5% | 858.2% | 862.1% | 1393.4% | 481.3% |
| 연복리(CAGR) | 10.4% | 9.1% | 9.2% | 11.0% | 7.1% |
| 최대낙폭(MDD) | −20.8% | −24.5% | −19.8% | −24.4% | −54.0% |
| 샤프 지수 | 0.92 | 0.80 | 0.79 | 0.96 | 0.52 |
| 소르티노 | 1.44 | 1.10 | 1.09 | 1.42 | 0.71 |
| 연변동성 | 11.5% | 11.9% | 12.1% | 11.6% | 15.5% |
| 매매 횟수 | 93회 | 61회 | 41회 | 88회 | 0회 |
| 채권 대피 비중 | 25.7% | 24.8% | 21.2% | 22.2% | — |
ADM이 성과로는 확실히 1등이다. 하지만 이 표만 보고 “짧게·자주가 최고”라고 결론 내리면, 정확히 지난번에 경계했던 ‘예쁜 숫자에 홀리기’다. 정작 궁금했던 건 급락 방어였으니, 그걸 따로 뜯어봐야 한다.
소문과 달랐던 지점 / 직접 해보니
위기 때 각 방식이 얼마나 빠졌는지만 떼어 그렸다. 여기서 이야기가 셋으로 갈렸다.

첫째, “그냥 6개월로 줄이면 되겠지”는 틀렸다. 6개월(DM 6개월)이 오히려 넷 중 최악이었다. 최대낙폭이 −24.5%로 제일 깊고, 매매는 늘었는데(61회), 정작 노렸던 코로나 방어는 12개월과 똑같이 실패(−19.8%)했다. 어중간하게 줄이는 건 원조의 진득함만 잃고 얻는 게 없었다.
둘째, 3개월은 코로나를 잡았지만 딴 데서 샜다. 코로나 낙폭이 −9%로 확 줄었다. 그런데 대가가 있었다. 지지부진 오르내리던 닷컴 장에서는 오히려 −20.8%까지 밀렸고(잦은 헛매매), 매매 횟수가 원조의 2배가 넘는 93회로 뛰었다.
📌 휩쏘(whipsaw)란?
내렸다고 팔면 오르고 올랐다고 사면 내리는 헛매매의 반복. 잣대가 짧을수록 자잘한 출렁임에 낚여 이런 헛매매가 늘기 쉽다.
셋째, ADM(섞기)이 ‘똑똑하게 빠른’ 답이었다. 짧은 잣대의 장점(코로나 −9%)은 취하면서 닷컴 휩쏘는 피했고(−12.8%), 성과도 전체 1등이었다. 하나의 잣대에 몰빵하지 않고 여러 기간을 평균낸 덕이다.
다만 ADM도 공짜 점심은 아니었다. 최대낙폭(−24.4%)은 원조(−19.8%)보다 오히려 깊었고, 2022년 하락장에선 −20%로 밀렸다. 주식과 채권이 함께 빠진 2022 같은 국면에선, 어떤 룩백을 써도 대피소(채권) 자체가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며
지난 글이 남긴 질문 — “잣대를 짧게 하면 급락을 피할까”의 답은 “부분적으로, 그러나 방식이 문제였다”였다. 무작정 6개월로 줄이는 건 헛수고였고, 3개월은 코로나는 잡되 다른 데서 샜다. 여러 기간을 섞은 ADM만이 급락 방어와 성과를 함께 챙겼다. 그래도 최대낙폭은 되레 깊어졌고, 매매가 2배로 는 만큼 여기에 세금까지 얹으면 우위가 얼마나 남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경계할 것은 지난번과 같다. 프록시로 낸 근사치이고, 2000~2026이라는 한 구간의 한 성적표다. 2022처럼 주식·채권이 같이 무너지는 장에선 그 어떤 룩백도 답이 아니었다는 것도, 숫자가 정직하게 보여준 한계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급락에서 새는 게 결국 ‘대피소’의 문제라면, 안전자산을 종합채권 대신 장기국채처럼 성격이 다른 걸로 바꾸면 그림이 또 달라질까. 아니면 이 잦은 매매에 세금을 제대로 물리면 ADM의 우위가 사라질까. 숫자 하나가 아니라 ‘재료’ 하나를 바꿨을 때 곡선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는, 언젠가 따로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산은 실제 ETF가 아닌 인덱스펀드 프록시로 근사했고,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