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투자 전략 하나를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부터 하자면, 이 듀얼 모멘텀 전략을 처음 돌렸을 땐 실망했다(앞으로 그냥 ‘전략’이라고 하면 이 듀얼 모멘텀을 가리키는 줄임말이다). 2011년부터 시험했더니 그냥 주식을 들고 있는 것보다 한참 뒤처졌다. “역시 소문만 요란했군” 하고 접으려던 참에, 문득 걸렸다. 하락장을 피하는 게 무기인 전략을, 정작 큰 하락장이 없던 구간에서 시험한 것 아닌가?
2011년 이후는 사실상 대세 상승장이었다. 무기를 쓸 일이 없었으니 무기가 좋은지 알 도리가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기간을 2000년까지 늘려 닷컴 붕괴와 금융위기를 집어넣고 다시 돌렸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듀얼 모멘텀이란 — 두 번 묻고 갈아탄다
듀얼(dual)은 ‘둘’이다. 이 전략은 매달 딱 두 가지를 묻는다.
첫째, 위험자산 후보 중 요즘 누가 제일 잘 달리나? (미국 주식 vs 선진국 주식) 둘째, 그 승자가 애초에 오르고는 있나? 두 질문을 다 통과하면 그 자산을 100% 사고, 하나라도 걸리면 채권으로 숨는다. 질문이 두 개라서 ‘듀얼’이다.
📌 상대 모멘텀(relative momentum)이란?
여러 후보를 나란히 세워 놓고 “요즘 제일 잘 오른 놈”을 고르는 것. 달리기에서 1등만 뽑는 것과 같다. 방향은 안 보고 순위만 본다.📌 절대 모멘텀(absolute momentum)이란?
뽑힌 1등에게 “그런데 너, 진짜 오르고 있는 거 맞아?”를 다시 묻는 것. 1등이라도 사실은 내리막이면(최근 수익률이 마이너스면) 사지 않고 안전자산으로 대피한다. 순위가 아니라 방향을 보는 문지기다.
어떻게 판단하나
말로 풀면 복잡하지만, 실제 규칙은 매달 이 흐름을 반복할 뿐이다.

’12개월’은 최근 1년 수익률을 본다는 뜻이고, 점검은 매월 말 딱 한 번이다.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 월말에만 자리를 바꾼다.
직접 백테스트해 봤다
이번엔 2000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 26년을 통째로 돌렸다. 한 가지 밝혀 둘 게 있다. 오늘날의 ETF(SPY·EFA·AGG)는 2000년엔 아직 없었다(EFA는 2001년, AGG는 2003년 상장). 그래서 더 오래된 뱅가드 인덱스펀드(미국주식·선진국주식·미국채권)를 프록시로 썼다. 배당까지 반영한 실제 가격에 편도 0.10% 비용을 물렸고, 세금은 넣지 않았다.
📌 프록시(proxy)란?
원하는 자산의 데이터가 짧을 때, 성격이 거의 같은 더 오래된 상품으로 대신하는 것. 키가 안 닿아 형 옷을 빌려 입는 격이다. 실제 ETF와 미세한 오차가 있어 결과는 ‘근사치’로 봐야 한다.

파란 선이 전략이다. 회색 두 선은 그냥 사서 들고 있었을 때인데, 진한 회색 선이 미국+선진국 50:50 분산, 옅은 회색 선이 미국주식만이다(어느 선이 무엇인지는 그래프 왼쪽 위 범례에도 적어 뒀다). 붉은 음영은 전략이 채권으로 숨어 있던 시기다. 아래 낙폭 그래프를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2008년에 50:50 분산은 −54%까지 고꾸라지는데, 전략은 −20% 언저리에서 버틴다.
지표로 평가
한 지표만 보지 말자던 이야기를 지켜, 여러 눈으로 나란히 놓는다. 벤치마크는 둘을 뒀다. 미국+선진국 50:50은 ‘분산만 했을 때’의 기준선이고, 미국주식만은 참고선이다.
표에 나오는 지표를 짧게 풀면 이렇다. 괄호 안은 흔히 쓰는 약칭이다.
- 최종 수익률: 기간 전체 동안 원금이 몇 % 불었나.
- 연복리(CAGR): 그 수익을 매년 똑같은 복리로 환산하면 연 몇 %인가.
- 최대낙폭(MDD): 고점 대비 가장 크게 주저앉았던 폭. ‘가장 아팠던 순간’이다.
- 샤프·소르티노: 같은 수익이라도 덜 출렁이며 벌었는지 보는 ‘위험 대비 효율’. 높을수록 좋다. (두 지표는 투자 성과 측정 지표 총정리과 소르티노 지수 글에 따로 정리해 뒀다.)
- 연변동성: 수익률이 평소 얼마나 출렁였나. 낮을수록 잔잔하다.
- 매매 횟수: 자리를 바꾼(리밸런싱) 횟수. 잦을수록 비용과 수고가 는다.
| 지표 | 듀얼 모멘텀 | 50:50 분산 (주 기준) | 미국주식 (참고) |
|---|---|---|---|
| 최종 수익률 | 862.1% | 481.3% | 671.3% |
| 연복리(CAGR) | 9.2% | 7.1% | 8.2% |
| 최대낙폭(MDD) | −19.8% | −54.0% | −51.0% |
| 샤프 지수 | 0.79 | 0.52 | 0.60 |
| 소르티노 | 1.09 | 0.71 | 0.83 |
| 연변동성 | 12.1% | 15.5% | 15.2% |
| 매매 횟수 | 41회 | 0회 | 0회 |
전략은 두 벤치를 모두 앞선다. 무엇보다 최대낙폭이 −54%에서 −20%로 줄었다. 같은 돈을 벌면서 아픔은 3분의 1 남짓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표에서 뜻밖의 게 하나 보인다. 분산(50:50)이 미국주식 단독보다 오히려 못했다 — 수익도 낮고(481% vs 671%), 낙폭도 더 깊다(−54% vs −51%). 이 기간엔 선진국 주식이 부진했고, 2008년엔 미국·선진국이 사이좋게 같이 무너져 ‘분산’이 방패가 못 됐다. 그러니 이 결과의 교훈은 분명하다. 듀얼 모멘텀의 초과성과는 여러 자산을 나눠 담은 ‘분산’ 덕이 아니라, 위험할 때 채권으로 빠진 ‘타이밍’ 덕이다. 분산은 여기서 공짜 점심이 아니었다.
소문과 달랐던 지점 / 직접 해보니
그래서 “듀얼 모멘텀 최고”라고 끝내면, 이 글도 예쁜 곡선에 홀린 셈이 된다. 뜯어보니 결이 갈렸다.
느린 약세장에선 정말 강했다. 26년 중 채권으로 숨은 건 21%(약 5년)뿐인데, 그 타이밍이 절묘했다. 닷컴 붕괴 때 전략은 −13%, 주식(50:50)은 −44%. 금융위기 땐 전략 −18%, 주식은 −54%. 몇 달에 걸쳐 서서히 무너지는 장에서는, 월 1회 점검으로도 충분히 먼저 채권으로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른 급락엔 무력했다. 2020년 코로나 급락 때는 전략도 −20%, 주식도 −21%로 거의 똑같았다. 한 달 만에 무너진 장이라, 월말에야 채권으로 갔을 땐 이미 바닥이었고 5월에 되샀다. 바닥에서 팔고 반등에서 되사는 헛매매였다.
📌 휩쏘(whipsaw)란?
톱니에 양쪽으로 쓸리듯, 내렸다고 팔면 오르고 올랐다고 사면 내리는 헛매매의 반복. 월 1회만 보는 느린 규칙은 며칠 만에 뒤집히는 급반전에 늘 한 발 늦다.
결국 듀얼 모멘텀은 ‘모든 하락’을 피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오는 하락’을 피한다. 그리고 그 천천히 오는 하락(2000·2008)이 자산을 반토막 내는 진짜 무서운 놈들이라, 그것만 피해도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정리하며
처음 2011년으로 돌렸을 때 이 전략은 낙제였고, 2000년으로 늘리자 우등생이 됐다. 전략이 변한 게 아니라 시험지가 바뀌었을 뿐이다. 짧은 창은 전략의 진짜 성격을 숨긴다 — 이건 남의 백테스트뿐 아니라 내 백테스트에도 똑같이 새겨야 할 교훈이었다.
경계할 것도 분명하다. 이건 프록시(인덱스펀드)로 낸 근사치이고, 2000~2026이라는 한 구간의 한 성적표다. 급락장 방어는 확인된 약점이고, 채권이 주식과 함께 빠지는 국면(2022 같은)에선 대피소도 안전하지 않다. “반토막을 피했다”는 문장 뒤에는 늘 이 조건들이 붙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월 1회가 급락에 늦다면, 점검을 조금 더 자주 하거나 룩백을 짧게 잡으면 그 약점이 줄어들까 — 아니면 휩쏘만 더 늘어날까. 숫자 하나 바꿨을 때 곡선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는, 언젠가 따로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산은 실제 ETF가 아닌 인덱스펀드 프록시로 근사했고,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