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투자 전략들을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부터 하자면, 이 시리즈 내내 나는 한 가지를 계속 미뤄뒀다. 세금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백테스트에 거래비용(편도 0.10%)은 물렸지만, 세금은 한 번도 넣지 않았다. 그런데 전략마다 매매 횟수가 천차만별이었다. 고정 배분은 1년에 한 번, 가속 듀얼 모멘텀(ADM)은 88번, 지난 동적 배분은 무려 163번 갈아탔다.
세금은 자산을 살 때가 아니라, 팔아서 이익을 실현할 때 나온다. 그러니 자주 파는 전략일수록 세금을 자주 낼 수밖에 없다. 여태 그 비용을 빼놓고 채점해온 셈이다. 그래서 이번엔 백테스트에 세금을 직접 심고, 잘나가던 전략들을 다시 채점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 1등이 바뀌었다.
무엇을 넣었나 — 팔아서 번 이익에만 세금
규칙은 단순하다. 리밸런싱으로 자산을 팔 때, 산 값(취득원가)보다 오른 만큼의 이익에 세금을 매긴다. 여기선 실현이익의 22%(한국에서 해외 자산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지방세 포함)로 잡았다. 핵심은 이거다 — 팔지 않으면 세금도 없다.
📌 실현이익 vs 미실현이익
주식이 올라도 그건 아직 ‘장부상’ 이익(미실현)일 뿐이다. 실제로 팔아서 돈으로 바꾸는 순간(실현) 비로소 세금이 매겨진다. 계속 들고만 있으면, 아무리 값이 올라도 세금 고지서는 오지 않는다.
📌 세금 이연 — 안 파는 게 복리의 친구
세금을 ‘미룬다’는 뜻. 지금 팔아 세금을 내면 그만큼 원금이 줄어 다음 복리가 작아진다. 반대로 안 팔고 버티면, 낼 세금까지 계속 굴러 눈덩이가 커진다. 그래서 자주 파는 것 자체가 눈에 안 보이는 비용이다.
직접 백테스트해 봤다
비교 대상은 매매 횟수가 극과 극인 네 전략으로 골랐다. 아무것도 안 파는 미국주식 단순 보유(사실상 0회), 영구 포트폴리오(연 1회), ADM 모멘텀(88회), 그리고 올웨더 동적(163회)이다. 같은 전략을 세금만 켜고 꺼서 돌렸다 — 순수하게 세금의 효과만 떼어보기 위해서다.
조건은 지난 글들과 같다(프록시, 배당 반영, 편도 0.10%). 기간은 넷 다 2001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동적 배분과 같은 잣대)로 맞췄다. 세금은 실현이익 22% 단일세율로 단순화했고, 손익 통산·기본공제·배당 분리과세 같은 현실의 디테일은 넣지 않았다.

세금을 뗀 뒤의 자산곡선이다. 눈에 띄는 건 초록 선(미국주식 단순 보유)이 세금을 물린 뒤에도 끝에서 가장 높이 올라간다는 점이다(어느 선이 무엇인지는 그래프 왼쪽 위 범례에도 적어 뒀다). 하지만 아래 낙폭 그래프를 보면 그 초록 선이 2008년에 −45%까지 곤두박질친다. 가장 많이 벌었지만 가장 험한 길이었다. 반대로 빨간 선(매매가 가장 잦은 동적 배분)은 가장 아래에 깔린다.
지표로 평가
지표 풀이는 지난 글들에 정리해 뒀으니(성과 측정 참고) 표부터 본다. ‘누적 세금’은 처음에 100을 넣었다고 할 때 25년간 낸 세금의 합계다.
| 지표 | 미국주식(단순보유) | 영구 포트폴리오 | ADM 모멘텀 | 올웨더 동적 |
|---|---|---|---|---|
| 매매 횟수 | 1회 | 1회 | 88회 | 163회 |
| 세전 CAGR | 9.4% | 7.3% | 11.3% | 5.4% |
| 세후 CAGR | 9.4% | 6.8% | 7.8% | 3.8% |
| 세금이 깎은 몫 | −0.0%p | −0.5%p | −3.5%p | −1.6%p |
| 세후 최대낙폭(MDD) | −51.0% | −17.2% | −25.5% | −14.1% |
| 누적 세금 | 0 | 35 | 258 | 70 |
숫자를 세전·세후로 줄 세워 보면 이렇다. 세전 순위는 ADM(11.3%) > 미국주식(9.4%) > 영구(7.3%) > 동적(5.4%). 세후 순위는 미국주식(9.4%) > ADM(7.8%) > 영구(6.8%) > 동적(3.8%). 맨 앞이 바뀌었다. 세금을 넣자, 화려하던 ADM이 아무것도 안 한 단순 보유에 1위를 내줬다.
소문과 달랐던 지점 / 직접 해보니
첫째, 순위가 정말로 뒤집혔다. 지난 글 끝에서 “적게 사고파는 게으른 전략이 세금 앞에선 오히려 돋보일지도 모른다”고 흘렸는데, 결과는 그 예상 그대로였다. 세전에 가장 잘나가던 ADM이, 세금을 물리자 7.8%로 주저앉으며 미국주식 단순 보유(9.4%)에 추월당했다. 매달 부지런히 갈아타며 벌어놓은 초과 수익의 상당 부분을, 그 갈아타기 자체가 만든 세금이 도로 가져간 것이다.

막대그림이 그 몫을 한눈에 보여준다. 아무것도 안 판 미국주식은 세전·세후가 똑같다(세금 0). 연 1회만 만지는 고정 배분은 −0.5%p로 거의 안 깎인다. 그런데 매매가 잦은 ADM은 −3.5%p나 뭉텅 깎인다. 매매가 잦을수록 세금이 크게 먹었다.
둘째, 몇 번 파느냐보다 ‘얼마를’ 파느냐였다.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있다. 매매 횟수만 보면 동적 배분(163회)이 ADM(88회)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그런데 세금으로 깎인 몫은 ADM(−3.5%p)이 동적(−1.6%p)보다 훨씬 크다. 누적 세금도 ADM은 258 — 처음 넣은 100의 2.6배다! 왜 더 적게 갈아탄 쪽이 세금을 더 많이 냈을까. 한 번에 얼마를 파느냐가 달랐다. ADM은 신호가 바뀔 때마다 주식을 통째로 팔고 채권을 통째로 산다. 매번 전 재산의 이익을 몽땅 실현하니, 그때마다 세금이 크게 나온다. 반면 동적 배분은 무너지는 자산의 몫만 조금씩 현금으로 뺀다. 자주 만지지만 한 번에 실현하는 이익은 작다. 결국 세금을 정하는 건 매매 ‘횟수’가 아니라, 한 번에 실현하는 이익의 ‘규모’였다.
셋째, 단순 보유의 승리는 ‘면제’가 아니라 ‘이연’이다. 한 가지는 정직하게 짚어야겠다. 미국주식이 세금 0인 건 세금을 안 내서가 아니라, 아직 안 팔아서 미뤄둔 것뿐이다. 만약 25년 끝에 전부 팔아 그동안 불어난 이익에 한 번에 22%를 낸다고 계산하면, 세후 수익률은 9.4%에서 8.5%로 내려온다. 그래도 여전히 1위다. 세금을 오래 미룰수록, 낼 돈까지 굴러 복리가 커진다는 게 이렇게 강하다. 그리고 이 승리는 어디까지나 ‘수익률’만의 이야기다. 미국주식은 그 대가로 −51%라는 무시무시한 낙폭을 견뎌야 했다(세후에도 넷 중 최악). 세금은 타이밍 전략의 ‘수익 우위’는 지웠지만, 그것들이 자랑하던 ‘낮은 낙폭’까지 지운 건 아니다. 무엇을 더 견디기 힘든지에 따라, 답은 여전히 갈린다.
정리하며
세금이라는 현실의 마찰을 넣자, 세전의 깔끔한 순위가 실제로 흔들렸다. 특히 자주, 그리고 크게 파는 전략일수록 크게 다쳤다. 부지런히 갈아타 벌어놓은 초과 수익을, 그 부지런함이 만든 세금이 도로 가져갔다.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틴 단순 보유는 세금을 미루는 것만으로 수익에서 앞섰다 — 다만 그 대신 훨씬 험한 낙폭을 견뎌야 했다.
경계할 것은 지난번과 같다. 한 세율, 한 기간, 한 구성의 결과일 뿐이다. 세율을 22%로 단순 가정했고, 공제·손익통산·배당 같은 현실 세제는 뺐다. 프록시 데이터에 참고용 비용만 반영한 근사치이니, 실제 세후 성적과는 다르다.
그러고 보니 문득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이 시리즈의 모든 채점표는 ‘정한 규칙을 기계처럼,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켰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실제 사람은 그러기 어렵다. 2008년에 −45%를 보며 손이 떨려 팔아버리기도 하고, 남들이 다 버는 걸 보며 규칙을 어기고 더 사기도 한다. 그 ‘사람의 실수’까지 집어넣으면 이 깔끔한 순위는 또 어떻게 흔들릴까. 어쩌면 어떤 전략이 좋으냐보다, 그걸 끝까지 지킬 수 있느냐가 더 큰 변수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 ‘지키는 힘’까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산은 프록시로 근사했고, 세금 계산은 크게 단순화한 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