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자산배분 백테스트 — VAA·DAA 스타일 위험 감지

신흥국주식·채권을 '카나리아'처럼 감시해 위험을 먼저 감지하는 VAA·DAA 스타일 자산배분을 직접 백테스트했다. 횡보장 휩쏘는 완전히 피했지만(2015~16년 +17%), 2008년·코로나엔 채권 카나리아가 아예 울지 않아 위기를 놓쳤다 — 무엇을 감시하느냐가 신호의 운명을 갈랐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전략을 실제 데이터로 직접 백테스트하며 공부한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글을 이렇게 닫았다. “문턱은 ‘언제 갈아탈까’를 다듬는 일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무엇을 보고’ 판단하느냐를 바꾸면?” 지금까지 열 번을 돌리는 동안 우리 전략들은 전부 내가 담을 자산 자체의 흐름만 봤다. 미국주식을 살지 말지는 미국주식 자신의 모멘텀으로 정했다. 오늘은 다르게 해본다. 광부들이 유독가스를 먼저 맡으라고 탄광에 카나리아를 데려갔던 것처럼, 내가 투자하지 않는 별도의 자산을 감시자로 세워보면 어떨까.

발상 — 예민한 경비견과 둔감한 경비견

경비견을 상상해보자. 너무 예민한 개는 지나가는 그림자에도 짖어대 도둑도 택배기사도 다 쫓아낸다. 너무 둔감한 개는 코앞까지 침입자가 와도 안 짖는다. 카나리아 신호를 실제 매매 규칙으로 바꾸는 문제도 이 스펙트럼과 같다 — “위험 신호가 몇 개나 모여야 짖을 것인가.”

📌 카나리아 신호(선행지표)란?
신흥국주식·채권처럼 위험에 민감하게 먼저 반응하는 자산을 따로 감시해, 그 자산들이 흔들리면 내 본진(미국·선진국 주식)도 곧 흔들릴 거라 보고 미리 대피하는 발상. Wouter Keller의 VAA(Vigilant)·DAA(Defensive) 자산배분이 이 이름의 원조다.

이번 실험의 감시자(카나리아)는 신흥국주식·종합채권 두 가지, 대피처는 지난 대피처 실험에서 방어의 승자였던 단기국채다. 판단 방식은 경비견의 민감도만큼 나눈다.

방식 규칙 경비견 비유
등급형(VAA식) 카나리아 2개 중 나빠진 개수만큼 대피 비중을 서서히(0→50→100%) 올림 낮게 으르렁, 세게 짖기로 강도를 조절
이진형 T=1(DAA식, 예민) 카나리아 하나만 나빠져도 전액 대피 그림자에도 짖는 개
이진형 T=2(DAA식, 둔감) 카나리아 둘 다 나빠져야 전액 대피 웬만해선 안 짖는 개

모멘텀은 이 시리즈의 관례대로 1·3·6개월 블렌드(ADM과 동일)를 썼다. 원조 VAA·DAA는 12·4·2·1개월 가중합에 자산군도 더 풍부하지만, 이 랩은 핵심 발상만 가져온 축약형임을 먼저 밝혀둔다. 나머지 조건(프록시 데이터, 2000년 8월~2026년 6월, 매월 점검, 편도 비용 0.1%, 배당 재투자, 세금 미반영)은 시리즈 표준 그대로다.

직접 백테스트해봤다

ADM 앵커, 카나리아 등급형, 카나리아 이진형 T=1, 미국주식의 2000~2026년 자산곡선과 낙폭 비교 백테스트 그래프. 회색 음영은 횡보 구간
최종수익률 연복리(CAGR) 최대낙폭(MDD) 샤프 매매횟수
ADM 앵커 (자기자산 모멘텀) +1,393% 11.0% -24.4% 0.96 88회
카나리아 등급형 +807% 8.9% -28.7% 0.87 149회
카나리아 이진형 T=1(예민) +593% 7.8% -14.3% 0.87 113회
카나리아 이진형 T=2(둔감) +990% 9.7% -48.7% 0.72 89회
미국+선진국 50:50 +481% 7.1% -54.0% 0.52
미국주식 (참고) +671% 8.2% -51.0% 0.60

전체 지표만 보면 카나리아 전략 어느 것도 ADM 앵커의 샤프(0.96)를 못 넘는다. 그런데 표를 통째로 보면 놓치는 게 있다 — 구간을 잘라야 진짜 얘기가 나온다.

반전 하나 — 횡보장은 완전히 잡았다

횡보·위기 6개 구간별 ADM 앵커, 카나리아 등급형, 카나리아 이진형 T=1, 미국주식 수익률 그룹 막대 그래프. 횡보 구간에서 카나리아가 압도적으로 우위, 금융위기 구간에서만 등급형이 열세
횡보 2010–11 횡보 2015–16 급락·반등 2018–19 금융위기(07–09) 코로나(2020) 2022
ADM 앵커 +8.8% +3.8% -6.6% +2.9% -1.3% -19.1%
카나리아 등급형 +12.5% +17.3% +15.6% -9.4% +0.2% -5.1%
카나리아 이진형 T=1 +10.3% +3.2% +9.0% +2.3% +2.6% -4.0%
카나리아 이진형 T=2 +13.9% +32.7% +22.2% -21.2% -3.1% -6.2%

이 시리즈가 9·10편 내내 씨름해온 문제 — ADM이 자기 자산의 모멘텀으로 갈아타다 횡보장에서 헛손질하는 것 — 이 카나리아 방식에선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선진국 주식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신호를 흔들어도, 판단 기준이 그 자산이 아니니 흔들리지 않는다. 2015~16년 등급형(+17.3%)·이진형 T=2(+32.7%)는 ADM(+3.8%)을 압도했다. 문턱이 증상을 완화했다면(10편), 카나리아는 아예 다른 병을 앓지 않는 체질이다.

반전 둘 — 그런데 카나리아가 다른 새를 데려왔다

문제는 위기 구간이다. 금융위기에선 등급형(-9.4%)이, 코로나에선 이진형 T=2(대피 자체가 없었다)가 ADM(각각 +2.9%, -1.3%)보다 크게 못했다. 대피 시점을 뜯어보면 이유가 보인다.

금융위기 대피시작 금융위기 전액대피 코로나 대피시작 코로나 전액대피
ADM 앵커 2007-12 2007-12 2020-02 2020-02
카나리아 등급형 2008-01 2008-06 2020-01 대피 없음
카나리아 이진형 T=1 2008-01 2008-01 2020-01 2020-01
카나리아 이진형 T=2 2008-06 2008-06 대피 없음 대피 없음

이진형 T=2는 코로나 폭락 내내 단 한 번도 대피하지 않았다. 카나리아 둘(신흥국주식·채권)이 동시에 나빠져야 짖는데, 2008년과 2020년 두 위기 모두 채권은 오히려 살아남았기 때문이다(금리 인하·안전자산 선호로 자금이 채권으로 몰렸다). 주식이 무너지는 동안 채권이 함께 도망쳐주지 않으면, 이 카나리아는 절대 안 운다. 신중하려고 세운 문턱(둘 다 나빠야)이 하필 그 위기의 성격과 안 맞아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그럼 2022년엔 왜 정반대였을까(-5.1%, -4.0%로 ADM의 -19.1%를 크게 이김). 대피처 차이 때문은 아닌지 통제해봤다 — ADM의 대피처만 카나리아와 같은 단기국채로 바꿔도 2022년엔 -17.0%로 여전히 크게 진다. 진짜 이유는 2022년엔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채권이 함께 무너졌다는 것. 채권 카나리아가 정확히 울어야 할 상황에서 제 몫을 한 것이다. 카나리아의 승패는 감시 대상이 그 위기의 성격과 맞는지에 달려 있었다.

반전 셋 — 민감도의 대가

ADM 앵커, 카나리아 등급형, 카나리아 이진형 T=1의 2000~2026년 방어자산 비중 추이 그래프. 등급형만 0~50~100% 계단식, 나머지는 절벽식 전환

경비견 비유로 돌아가보면, 이진형 T=1(예민)은 26년 평균 51.1%를 대피 상태로 보냈다(ADM 22.2%의 두 배 이상). 그 대가로 MDD는 시리즈에서 손꼽히게 얕은 -14.3%를 만들었지만, CAGR은 7.8%로 카나리아 변형 중 가장 낮다. 반대로 이진형 T=2(둔감)는 대피 비중이 12.5%뿐이라 MDD -48.7%로 사실상 그냥 보유에 가깝다. 등급형은 계단식으로 그 중간(대피 비중 31.8%)을 걷는다 — 방어 그래프를 보면 등급형만 유일하게 0-50-100% 계단을 오르내리고, 나머지는 절벽처럼 한 번에 전환한다.

직접 해보니, 그리고 한계

가장 놀란 지점은 코드로는 “무엇을 볼지”만 바꿨을 뿐인데 결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10편의 문턱은 같은 병을 다르게 치료하는 수술이었다면, 이번엔 아예 다른 진단 기준을 세운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채권이 위기마다 카나리아 역할을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숫자로 직접 보니, “안전자산”이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원조 VAA·DAA의 정확한 재현이 아니다(모멘텀 가중치·자산군 축약). 둘째, 카나리아로 무엇을 고르느냐 자체가 파라미터다 — 신흥국·채권 대신 다른 조합이었으면 위기별 결과가 또 달랐을 것이다. 셋째, 등급형·이진형 문턱 선택도 10편의 교훈대로 과최적화 여지가 있다. 넷째, 프록시 데이터·이 기간·이 구성 한정의 결과다.

정리하며

카나리아 신호는 이 시리즈의 고질병이던 횡보장 휩쏘를 체질적으로 피했다. 하지만 정작 카나리아를 세우는 이유였던 ‘위기 조기경보’는 감시 대상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다 — 채권이 함께 흔들린 2022년엔 정확히 울었고, 채권이 오히려 도망쳐준 2008·2020년엔 아예 울지 않았다. 새는 먼저 울기도 하고, 아예 안 울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아홉 번, 열 번, 열한 번을 돌리는 동안 이 채점표는 전부 “규칙을 기계처럼 지켰을 때”의 얘기였다. 실제 사람이라면 -20%대 낙폭에서 겁먹고 팔거나, 반등이 시작된 뒤에야 뒤늦게 따라 들어가지 않을까. 그 사람의 오차까지 넣으면 지금까지의 순위표가 또 한 번 뒤집힐지, 언젠가 확인해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닌 프록시(인덱스펀드) 기준입니다. 거래비용은 편도 0.1%를 반영했고 세금·배당 과세는 미반영입니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steady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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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규칙으로 투자에 접근해보려는 사람입니다. 투자 전문가는 아니고 배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알려진 공개 전략을 직접 코드로 백테스트해보고, 나온 숫자를 좋든 나쁘든 그대로 기록합니다. 특히 결과가 좋게 나올수록 한 번 더 의심하려 합니다. 이 블로그가 돌아가는 서버도 직접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 투자 이야기와 함께 서버·개발 이야기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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