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투자 전략들을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올웨더 리뷰를 쓰고 나서 한 가지가 계속 걸렸다. 올웨더가 2022년에 크게 휘청인 건 채권을 55%나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측 없이 골고루 담는다’는 처방이 올웨더만 있는 게 아닌데. 주식과 채권을 6대 4로 나누는 고전도 있고, 아예 네 자산을 똑같이 4등분하는 오래된 방법도 있다. 이름은 다 다르지만 결국 ‘골고루’의 변주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같은 ‘골고루’라도, 무엇을 얼마나 담느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까? 셋을 같은 잣대 위에 나란히 세워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승자는 가장 뜻밖의 얼굴이었다.
세 가지 ‘골고루’ — 무엇을 담느냐가 다르다
- 60/40: 가장 유명한 고전. 주식 60%로 벌고, 채권 40%로 완충한다. 금도 현금도 없다.
- 영구 포트폴리오: 해리 브라운이 만든 방법. 주식·장기국채·금·현금을 똑같이 25%씩 담는다. 무식할 만큼 단순하다.
- 올웨더: 지난 글의 그 전략. 주식 30 / 장기국채 40 / 중기국채 15 / 금 7.5 / 원자재 7.5.
| 처방 | 주식 | 채권 | 금 | 현금 | 원자재 |
|---|---|---|---|---|---|
| 60/40 | 60% | 40% | — | — | — |
| 영구 포트폴리오 | 25% | 25%(장기) | 25% | 25% | — |
| 올웨더 | 30% | 55%(장기+중기) | 7.5% | — | 7.5% |
표만 봐도 셋의 성격이 갈린다. 60/40은 주식에 크게 실었고, 올웨더는 채권에, 영구 포트폴리오는 넷을 고르게. 특히 금과 현금을 넉넉히 담은 건 영구 포트폴리오뿐이라는 점을 기억해두자. 이게 뒤에서 중요해진다.
📌 영구 포트폴리오(Permanent Portfolio)란?
해리 브라운이 1980년대에 제안한 배분. 경제는 호황·불황·인플레·긴축 네 국면을 오가는데, 각 국면에 강한 자산(주식·장기국채·금·현금)을 똑같이 25%씩 담으면 어떤 국면이 와도 하나는 버텨준다는 생각이다. ‘영구히’ 들고 가도 된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다.
📌 여기서 ‘현금’은 왜 자산인가?
장롱 속 돈이 아니라 만기가 짧은 국채(단기채)를 말한다. 금리가 오르는 긴축기엔 긴 채권이 크게 손실을 보지만, 단기채는 거의 흔들리지 않고 오른 이자를 곧바로 받아 챙긴다. 다른 자산이 다 같이 무너질 때 홀로 담담히 버티는 ‘완충재’ 역할이다.
직접 백테스트해 봤다
셋 다 예측도 매매도 하지 않는다. 정해둔 비중을 1년에 한 번 원래대로 되돌릴 뿐이다. 기간은 지난 글과 같은 2000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자산은 프록시(주식·국채는 뱅가드 인덱스펀드, 금은 선물)로 근사했고, 배당 반영·편도 0.10% 비용·세금은 넣지 않았다. 참고선으로 미국주식 단순 보유도 함께 놓았다.

곡선을 보면 셋의 서열이 드러난다. 맨 위 진한 파란 선이 영구 포트폴리오, 바로 아래 초록 선이 올웨더, 그 아래 주황 선이 60/40이다(어느 선이 무엇인지는 그래프 왼쪽 위 범례에도 적어 뒀다). 특히 음영을 준 2008년 금융위기 구간을 보면, 주황 선(60/40)이 눈에 띄게 깊이 꺼진다. 반면 파란 선과 초록 선은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옅은 회색 선(미국주식)은 끝에선 가장 높이 올라가지만, 그 대가로 두 번(2002·2008) 반토막이 났다.
지표로 평가
지표 풀이는 지난 글들에 정리해 뒀으니(성과 측정과 소르티노 지수) 표부터 본다.
| 지표 | 영구 포트폴리오 | 60/40 | 올웨더 | 미국주식(참고) |
|---|---|---|---|---|
| 최종 수익률 | 475% | 436% | 362% | 671% |
| 연복리(CAGR) | 7.0% | 6.7% | 6.1% | 8.2% |
| 최대낙폭(MDD) | −17.0% | −30.3% | −20.1% | −51.0% |
| 샤프 지수 | 1.01 | 0.75 | 0.86 | 0.60 |
| 연변동성 | 7.0% | 9.3% | 7.2% | 15.2% |
숫자가 예상 밖의 승자를 가리켰다. 가장 단순한 영구 포트폴리오가 세 처방 중 1등이다. 수익(CAGR 7.0%)도 가장 높고, 낙폭(−17%)도 가장 얕다. 넷을 25%씩 나눈 게 전부인데. 위험 대비 효율(샤프 1.01)은 압도적이어서, 놀랍게도 이 시리즈에서 애써 만들었던 타이밍 전략(가속 듀얼 모멘텀, 0.96)보다도 높다.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고 4등분만 한 쪽이, 매달 모멘텀을 재며 갈아탄 쪽보다 효율이 좋았던 것이다. 반대로 60/40은 ‘골고루’치고 낙폭이 깊다(−30%). 이름은 분산이지만, 위험의 대부분은 여전히 주식 60%가 지고 있었다.
소문과 달랐던 지점 / 직접 해보니
위기 때 세 처방이 각각 얼마나 빠졌는지만 떼어 그렸다. 여기서 이야기가 셋으로 갈렸다.

첫째, 같은 ‘골고루’인데 낙폭이 이렇게 갈린다. 2008년 금융위기 막대가 압권이다. 60/40이 −30%로 폭삭 주저앉는 동안, 영구 포트폴리오와 올웨더는 −14~15%에서 버텼다. 닷컴·코로나에서도 마찬가지다. 60/40은 −22%·−12%로 제법 빠졌지만, 영구와 올웨더는 −4%·−2%로 거의 무시했다. ‘분산’이라는 한 단어 안에도 급이 있었다. 주식에 60%를 실은 분산은, 결국 주식과 함께 무너진다.
둘째, 차이를 만든 건 ‘금과 현금’이었다. 그렇다면 영구 포트폴리오와 올웨더는 왜 갈렸을까? 둘은 닷컴·금융위기·코로나에선 거의 똑같았는데, 2022년에서 갈렸다 — 영구 −14.8% 대 올웨더 −17.9%. 지난 글에서 올웨더의 발목을 잡았던 그 해다. 이유는 담은 것에 있다. 2022년 각 자산의 성적을 보면 장기국채가 −27%로 무너졌고 주식도 −14%였다. 그런데 금은 +1.4%, 단기국채(현금)는 −4%로 거의 버텼다. 영구 포트폴리오는 이 금과 현금을 합쳐 절반이나 담고 있었고, 무너지는 장기국채는 25%만 물렸다. 반면 올웨더는 채권 55%에 금·원자재는 15%뿐이라, 채권이 무너질 때 받쳐줄 완충재가 부족했다. 지난 글이 “올웨더의 약점은 채권 쏠림”이라고 끝났는데, 영구 포트폴리오는 그 처방(금·현금을 더 많이)을 이미 40년 전부터 갖고 있던 셈이다.
셋째, 그런데 영구의 승리는 ‘금이 잘나간 25년’ 덕이기도 하다. 여기서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금값은 2000년 이후 열 배 넘게 올랐다. 그 금을 25%나 담았으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글에서 올웨더가 ‘지난 40년 채권 강세장’에 기대고 있었다고 했는데, 영구 포트폴리오는 ‘금의 21세기 강세장’에 기댄 셈이다. 만약 금이 지지부진했던 다른 25년(가령 1980~2000년)에 돌렸다면 순위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 몇 번이나 확인한 그대로다 — 전략이 좋았던 게 아니라, 시험지가 그 전략에 유리했을 뿐일 수 있다. 그리고 셋 다 미국주식 단순 보유(CAGR 8.2%)에는 못 미쳤다. 덜 흔들리는 대신 덜 벌었다 — 이번에도 맞바꿈이다.
정리하며
‘골고루 담는다’는 한 문장 안에도 세계가 갈렸다. 60/40은 이름만 분산이지 위험은 주식이 다 졌고, 올웨더는 채권에, 영구 포트폴리오는 금·현금까지 고르게 담아 가장 균형이 좋았다. 이 기간의 승자는 가장 단순한 영구 포트폴리오였지만, 그건 금이 유난히 잘나간 시기 덕이 컸다.
경계할 것은 지난번과 같다. 프록시로 낸 근사치이고, 2000~2026이라는 한 구간의 한 성적표다. 특히 영구 포트폴리오의 성적은 금 비중에 크게 의존한다. 세금도 넣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세 처방 모두 비중을 처음에 정해놓고 절대 바꾸지 않는다. 올웨더는 채권에, 영구는 금에 크게 기댔는데, 그 비중을 시대의 공기에 맞춰 아주 조금씩만 옮기면 어떨까. 금리가 40년 만에 방향을 튼 2022년 같은 때, 무너지는 자산의 비중을 미리 덜어낼 수 있다면. 물론 그 순간 ‘예측하지 않는다’는 이 전략들의 미덕은 사라지겠지만 — 언젠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산은 실제 ETF가 아닌 프록시(인덱스펀드·금 선물)로 근사했고,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