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전략을 직접 백테스트해보고 그 결과를 정리한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글이 남긴 빈칸
지난 편에서 26년 곡선을 물가지수로 나눠 다시 채점했다. 물가가 높았던 101개월만 떼어 자산군을 줄 세웠더니, 플러스로 끝난 자산이 금 하나뿐이었다. 채권도 주식도 원자재도 전부 구매력을 잃었다.
그 표를 보고 든 생각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물가에 강한 자산을 찾느라 금이니 원자재니 뒤질 게 아니라, 애초에 물가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채권이 있지 않나. 그걸 넣으면 그 빈칸이 채워질까.
📌 물가연동채권 (TIPS)
물가가 오른 만큼 원금이 따라 불어나는 국채다. 이자율 자체는 고정이지만 그 이자율을 곱하는 원금이 커지므로 받는 이자도 함께 는다. 미국은 1997년부터 발행했고(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 한국에도 물가연동국채가 있다.
실험 1 — 그 빈칸이 채워지나
지난 편과 똑같은 방식으로 재채점했다. 물가 상승률이 3%를 넘던 달을 ‘고물가’, 그 밖을 ‘저물가’로 가르고, 물가가 오르던 달(전년비가 석 달 전보다 0.3%p 넘게 올라간 달)을 하나 더 세웠다. 2000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 311개월이다.

| 자산 | 고물가 101개월 | 저물가 210개월 | 물가가 오르던 102개월 | 26년 전체 |
|---|---|---|---|---|
| 물가연동채(TIPS) | −1.8% | +2.9% | +1.9% | +1.37% |
| 중기국채 | −1.7% | +2.7% | −1.6% | +1.24% |
| 단기국채 | −2.0% | +1.1% | −2.4% | +0.05% |
| 종합채권 | −2.7% | +2.9% | −2.4% | +1.05% |
| 장기국채 | −2.8% | +3.7% | −2.6% | +1.52% |
| 미국주식 | −3.0% | +9.8% | +0.3% | +5.52% |
| 금 | +4.2% | +10.0% | +2.9% | +8.12% |
| 원자재 | −6.7% | +0.3% | −1.7% | −2.01% |
*(물가를 뺀 실질 연 수익률)*
빈칸은 채워지지 않았다. 물가가 높던 101개월에 물가연동채는 연 −1.8%였다. 그냥 마이너스인 정도가 아니라, 아무 장치도 없는 평범한 중기국채(−1.7%)에 아주 근소하게 지기까지 했다. 물가에 연동된다는 이름을 달고서.
그런데 오른쪽에서 두 번째 칸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가가 오르던 달만 모으면 물가연동채는 +1.9%로 채권 중 유일하게 플러스다. 나머지 넷은 −1.6%에서 −2.6% 사이에 몰려 있다. 물가가 *높은* 것과 물가가 *오르는* 것은 이 자산에게 전혀 다른 사건이다.
실험 2 — 기계를 열어보면
왜 그 정도에 그치는지 부품을 뜯어봤다. 물가연동채의 월 수익률을 실질금리 변화에 회귀해봤다.
📌 실질금리
물가를 뺀 뒤에 남는 이자다. 명목금리가 4%인데 물가가 3%면 실질금리는 1%다. 물가연동채는 애초에 이 실질금리로 값이 매겨진다 — 물가 몫은 원금에 따로 얹히니까.

| 채권 | 기준 금리 | 실효 만기(듀레이션) | 금리와 상관 | 설명력 | 주식과 상관 |
|---|---|---|---|---|---|
| 물가연동채(TIPS) | 실질금리 | 7.1년 | −0.95 | 89% | +0.19 |
| 단기국채 | 명목 10년 | 1.7년 | −0.80 | 64% | −0.18 |
| 종합채권 | 명목 10년 | 4.2년 | −0.89 | 79% | +0.11 |
| 중기국채 | 명목 10년 | 5.1년 | −0.97 | 93% | −0.14 |
| 장기국채 | 명목 10년 | 12.3년 | −0.94 | 88% | −0.11 |
물가연동채 월 수익률의 89%가 실질금리 하나로 설명된다. 물가가 아니라 금리다. 그림 2 왼쪽 아래의 점들이 거의 직선 위에 놓여 있는 게 그 뜻이다.
📌 듀레이션 (실효 만기)
채권이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년’ 단위로 나타낸 것. 듀레이션 7년짜리는 금리가 1%p 오르면 값이 대략 7% 떨어진다. 만기가 길수록 커진다.
그리고 이 채권의 듀레이션은 7.1년이다. 흔히 견주는 종합채권(4.2년)보다 69% 길다. 금리가 움직이면 그만큼 크게 흔들린다는 뜻이다.
이 두 부품으로 2022년을 산수로 갈라봤다.
| 연도 | 실질금리 변화 | 금리가 낸 몫 | 물가 연동분 | 합 | 실측 |
|---|---|---|---|---|---|
| 2013 (테이퍼) | +1.47%p | −10.4% | +1.5% | −8.9% | −8.9% |
| 2020 | −1.21%p | +8.6% | +1.3% | +9.9% | +10.9% |
| 2021 | +0.02%p | −0.1% | +7.2% | +7.0% | +5.6% |
| 2022 | +2.62%p | −18.6% | +6.4% | −12.2% | −12.0% |
| 2023 | +0.14%p | −1.0% | +3.3% | +2.3% | +3.7% |
2022년은 26년 중 물가가 가장 높았던 해다. 그런데 그해 물가연동채는 −12.0%였다. 물가가 얹어준 +6.4%보다 실질금리가 뜯어간 −18.6%가 세 배 컸다. 두 조각을 더하면 −12.2%, 실측은 −12.0% — 0.2%p 차이로 맞아떨어진다. 2013년은 오차가 아예 0.0%p였다.
더 얄궂은 건 그림 2 위쪽 황토색 선이다. 물가가 9%까지 치솟던 그해, 시장이 미리 매긴 물가(기대인플레)는 2.56%에서 2.30%로 오히려 내렸다. 물가는 이미 값에 박혀 있었고, 그해 새로 벌어진 일은 물가가 아니라 금리였다.
거울처럼 뒤집힌 사건도 있다. 2008년 하반기, 디플레 공포가 덮치자 기대인플레가 2.51%에서 0.33%로 무너졌다. 물가 보상이 증발하니 물가연동채만 홀로 마이너스였다.
실험 3 — 공정한 상대를 세우면
여기서 한 가지가 걸렸다. 물가연동채를 종합채권과 붙이면 만기가 7.1년 대 4.2년이라 애초에 다른 물건을 채점하는 셈이다. 그래서 위에서 잰 듀레이션을 써서 똑같이 7.10년짜리 명목 국채 사다리를 합성했다(중기국채 72.2% + 장기국채 27.8%). 만기를 지우고 나면 남는 것이 순수한 ‘물가 연동분’이다.

| 물가연동채 | 명목 사다리 (같은 만기) | |
|---|---|---|
| 명목 CAGR | 3.97% | 3.98% |
| 실질 CAGR | 1.37% | 1.38% |
| MDD | −13.6% | −24.2% |
| 연변동성 | 5.7% | 6.4% |
| 주식과 상관 | +0.19 | −0.13 |
26년 수익이 연 0.01%p 차이로 붙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원리다 — 물가연동채와 같은 만기 명목채권의 값 차이는 결국 ‘시장이 미리 매긴 물가’인데, 26년을 통틀면 그 예상이 대체로 맞았다는 뜻이다. 물가연동채가 준 것은 수익이 아니었다.
바뀐 건 수익이 아니라 어느 위기에 강한가였다.
| 위기 구간 | 물가연동채 | 명목 사다리 | 차이 |
|---|---|---|---|
| 닷컴 (00-08~02-09) | +21.0% | +29.9% | −8.9%p |
| 금융위기 (07-10~09-02) | +0.2% | +14.7% | −14.5%p |
| 2013 테이퍼 | −9.3% | −7.0% | −2.3%p |
| 코로나 (20-01~20-03) | −0.4% | +6.7% | −7.1%p |
| 2022 물가 | −12.0% | −16.1% | +4.1%p |
다섯 위기 중 딱 하나를 이겼다. 그 하나가 물가 위기다. 나머지 넷에선 졌고, 금융위기에선 14.5%p 차로 졌다. 주식이 반토막 나는 동안 명목 국채는 +14.7%로 받쳐줬는데 물가연동채는 +0.2%, 사실상 제자리였다.
표 맨 아래 상관 부호가 그 이유다. 물가연동채는 주식과 +0.19로 같이 움직이고, 같은 만기 명목 국채는 −0.13으로 반대로 움직인다. 앞의 듀레이션 표를 다시 보면 국채 셋은 모두 음수(−0.11~−0.18)인데 물가연동채만 +0.19로 가장 높다. 채권을 넣는 이유가 ‘주식이 무너질 때 받쳐주는 것’이라면, 이 채권은 그 일을 하지 않는다.
실험 4 — 포트폴리오에 넣으면
올웨더 편에서 “모든 계절에 강하다면서 정작 물가의 계절(2022)에 제일 아팠다”고 적었다. 원인은 채권 55% 쏠림이었다. 그 몫을 물가연동채로 갈아끼우면 고쳐질까. 통제군을 둘 세웠다 — 같은 만기(7.1년) 명목 사다리로 바꾼 것, 그리고 그냥 만기만 짧게(5.1년) 줄인 것.
| 올웨더 변형 | 채권 만기 | CAGR | MDD | 샤프 | 금융위기 | 2022 |
|---|---|---|---|---|---|---|
| 원본 | 10.3년 | 6.1% | −20.1% | 0.86 | −14.6% | −20.1% |
| 채권을 TIPS로 | 7.1년 | 5.9% | −22.0% | 0.86 | −22.0% | −14.5% |
| 같은 만기 명목 *(통제군)* | 7.1년 | 6.0% | −15.9% | 0.98 | −14.4% | −15.9% |
| 만기만 단축 *(통제군)* | 5.1년 | 5.9% | −14.8% | 1.03 | −14.8% | −13.2% |
2022년 낙폭은 −20.1%에서 −14.5%로 5.6%p 좋아졌다. 처방이 들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통제군을 보면 이야기가 무너진다. 물가 연동을 전혀 하지 않는 명목 국채로 만기만 같게 맞춰도 −15.9%로, 개선분 5.6%p 중 4.2%p(75%)가 이미 설명된다. 물가 연동이 실제로 벌어준 몫은 나머지 1.4%p뿐이다.
그리고 그 1.4%p의 값은 금융위기 방어를 −14.6%에서 −22.0%로 내주는 것이었다. 같은 만기 통제군은 −14.4%로 원본을 그대로 지킨다. 최대낙폭도 샤프도 통제군이 낫다.
안전자산 편에서 “만기를 늘리는 건 방어 강화가 아니라 맞바꿈”이라고 적었는데, 이번엔 그 문장이 반대편에서 돌아왔다. 고친 건 물가 연동이 아니라 만기였다.
직접 해보니
처음엔 지난 편의 빈칸을 채우는 글이 될 줄 알았다. 레짐 표를 뽑고 −1.8%를 본 순간 한참을 다시 계산했다. 코드가 틀린 줄 알았다.
이해가 된 건 듀레이션을 재고 나서였다. 이 자산은 ‘물가 상품’이 아니라 금리 상품이다. 물가 몫은 원금에 조용히 쌓이는 이자 같은 것이라 가격을 흔들지 않고, 가격을 흔드는 건 실질금리뿐이다.
시간이 제일 많이 든 건 실험 3의 통제군이었다. 종합채권과 그냥 붙이면 물가연동채가 여러 칸에서 이겼을 것이다 — 만기가 길어서. 그건 공정한 채점이 아니다. 만기를 맞추고 나서야 이 자산이 준 것과 뺏은 것이 선명해졌다.
가장 기대했던 대목은 인출 실험이었다. 물가에 연동된 생활비를 빼 쓰는 사람이 물가에 연동된 자산을 들고 있으면 아귀가 맞을 것 같지 않나. 4% 실질 인출로 26년을 돌려보니 물가연동채 100%는 잔고 69.2, 같은 만기 명목 사다리는 82.2로 오히려 뒤졌다. 26년 수익률이 같은데 갈린 건 순서 위험 때문이다 — 뒤처진 2008년이 인출 초반이었고 앞선 2022년은 끝자락이었다. 반대로 60/40에 넣었을 땐 아무 일도 없었다(CAGR 6.7→6.8). 주식 60%가 결과를 다 정하는 배분에서는 채권 칸을 무엇으로 채우든 티가 안 난다.
한계
이 편의 가장 큰 한계는 데이터가 아니라 자산의 나이다. 미국 물가연동채는 1997년에 처음 나왔다. 즉 이 자산은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다. 지난 편에서 우리 26년의 평균 물가가 2.6%였고 1970~82년엔 5%를 넘은 달이 81%였다고 적었는데, 그 시대를 이 자산은 모른다. “물가에 강하다”는 주장이 아직 진짜 시험을 치른 적이 없는 셈이다. 부트스트랩으로 운을 쟀던 편에서 “상자에 없는 재료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던 그 자리다.
나머지도 적어둔다. 실질금리·기대인플레 자료는 2003년 1월부터라 닷컴 구간이 회귀에서 빠진다. 듀레이션은 회귀로 잰 실효값이라 고정값이 아니다. 자료는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닌 인덱스펀드 프록시이고, 배당 재투자와 편도 10bp 비용은 넣었지만 세금은 넣지 않았다. 미국 물가·달러 기준이라 원화로 사는 사람에겐 환율이 한 겹 더 얹힌다.
정리하며
물가연동채는 이름값을 못 한 게 아니라, 이름이 가리키는 것과 실제로 하는 일이 다른 자산이었다.
- 물가가 *높은* 구간에선 다른 채권처럼 구매력을 잃었고(−1.8%), *오르는* 구간에선 채권 중 유일하게 플러스였다(+1.9%). 수준이 아니라 변화에 반응한다.
- 값을 정하는 건 물가가 아니라 실질금리다(설명력 89%). 2022년엔 물가가 얹어준 +6.4%를 금리가 뜯어간 −18.6%가 압도했다.
- 만기를 맞춰 세우면 26년 수익이 명목 국채와 연 0.01%p 차이였다. 바뀐 건 어느 위기에 강한가뿐 — 물가 위기 하나를 얻고 금융 위기 넷을 내줬다.
- 올웨더의 2022년을 고쳐준 것도 물가 연동이 아니라 만기 단축이 4분의 3이었다.
환헤지 편에서 “헤지는 위험을 없애는 게 아니라 위험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라고 적었다. 전혀 다른 자료로 전혀 다른 실험을 했는데 같은 자리에 도착했다. 물가연동채도 물가 위험을 덜어내고 금리 위험을 더 짊어지는 교환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의 범인이 내내 ‘만기’였다는 게 걸린다. 만기가 짧은 물가연동채라면 실질금리에 덜 흔들리면서 물가 연동분은 그대로 챙길 텐데, 그렇게 하면 두 청구서 중 하나는 줄어드는 걸까. 아니면 짧은 만큼 벌어주는 것도 같이 줄어들 뿐일까. 언젠가 재보고 싶어졌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결과일 뿐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실제 매매에는 세금·수수료·체결 오차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