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전략을 실제 데이터로 직접 백테스트하며 공부한 학습 기록입니다.
이 실험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일부다.
이 시리즈는 어느새 두 세계로 갈라져 있었다. 하나는 타이밍의 세계 — 모멘텀 신호를 보고 주식과 채권 사이를 갈아타는 가속 듀얼 모멘텀(ADM) 같은 전략들. 다른 하나는 분산의 세계 —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고 골고루 담아두는 영구 포트폴리오 같은 전략들.
그런데 시리즈를 쭉 돌려보며 한 가지 패턴이 눈에 밟혔다. 타이밍 전략은 방향이 뚜렷한 장에선 잘 벌고 긴 하락장도 잘 피하는데, 방향 없이 오르내리기만 하는 횡보장에선 유독 약하다. 신호가 0 근처에서 오락가락하니 갈아타기만 반복하다 수수료와 헛매매로 깎이는 것이다(이걸 휩쏘라 불렀다). 반대로 분산 쪽은 그런 장을 그냥 덤덤히 버틴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질문. 두 세계를 한 계좌에 반반씩 담으면, 서로의 약점이 메워질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물타기가 될까?
발상 — 종목만 분산하지 말고, 전략을 분산하면
주식을 한 종목만 사지 않는 건 투자의 상식이다. 그런데 전략은 어떨까? 우리는 보통 “제일 좋아 보이는 전략 하나”를 고르려 한다. 하지만 전략도 종목처럼 각자 잘 버는 국면과 못 버는 국면이 다르다면, 전략 자체를 분산투자하는 게 말이 된다.
관건은 두 전략이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느냐다. 실제로 재보니 ADM과 영구 포트폴리오의 월간 수익률 상관계수는 0.51이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날도 많지만, 한쪽이 아플 때 다른 쪽이 멀쩡한 날도 꽤 있다는 뜻이다.
📌 상관계수란?
두 값이 얼마나 같이 움직이는지를 -1~+1로 나타낸 숫자. +1이면 완전히 같이 움직이고(섞어봐야 소용없음), 0이면 서로 무관하게 움직인다(섞으면 흔들림이 상쇄됨). 0.51은 “반쯤만 닮았다” 정도 — 섞을 여지가 있는 값이다.
어떻게 섞었나
방법은 단순하다. 매월 말, 두 전략이 각자 정한 목표 비중을 정해진 비율로 합산해 담는다. 예컨대 50:50이면 계좌의 절반은 ADM의 신호대로(주식 100% 또는 채권 대피), 나머지 절반은 영구 포트폴리오의 4등분(주식·장기국채·금·현금)대로 굴러간다. 비율을 다섯 단계로 바꿔가며 돌렸다.
| 구성 | 내용 |
|---|---|
| ADM 100 | 가속 듀얼 모멘텀 단독 (타이밍 순수형) |
| 75 : 25 | ADM 75% + 영구 25% |
| 50 : 50 | 반반 |
| 25 : 75 | ADM 25% + 영구 75% |
| 영구 100 | 영구 포트폴리오 단독 (분산 순수형) |
데이터는 시리즈 표준인 뱅가드 인덱스펀드·금 선물 프록시(실제 매매 상품이 아닌 근사치), 편도 비용 0.1%, 배당 재투자 가정, 세금은 기본 미반영(뒤에서 따로 물려본다). 금 데이터가 2000년 8월부터라 룩백을 확보하고 나면 시뮬레이션은 2001년 2월~2026년 6월 — 앞선 글들의 2000년 8월 정렬과 숫자가 미세하게 다르다. 또 하나, 블렌드는 매월 비중을 되돌리므로 영구 몫도 월 1회 리밸런싱이 된다(연 1회였던 6편과 소폭 차이. 단독 영구 기준 연복리 7.0→7.2%로 결론이 바뀔 수준은 아니었다).
직접 백테스트해봤다

25년 곡선을 보면 순수 ADM(주황 선, 범례 참고)이 가장 높이 오르고, 영구(초록 선)가 가장 낮다. 반반 블렌드(파란 선)는 그 사이를 가되 — 흔들림이 눈에 띄게 부드럽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 최종수익률 | 연복리(CAGR) | 최대낙폭(MDD) | 샤프 | 연변동성 | 매매횟수 | |
|---|---|---|---|---|---|---|
| ADM 100 | +1,379% | 11.2% | -24.4% | 0.97 | 11.7% | 87회 |
| 75 : 25 | +1,101% | 10.3% | -22.5% | 1.06 | 9.8% | 87회 |
| 50 : 50 | +860% | 9.3% | -20.6% | 1.13 | 8.2% | 87회 |
| 25 : 75 | +656% | 8.3% | -18.7% | 1.15 | 7.2% | 87회 |
| 영구 100 | +486% | 7.2% | -17.0% | 1.03 | 7.0% | 1회 |
| 미국+선진국 50:50 (벤치) | +593% | 7.9% | -54.0% | 0.57 | 15.4% | — |
| 미국주식 (참고) | +839% | 9.2% | -51.0% | 0.67 | 15.1% | — |
여기서 이 글의 첫 번째 발견이 나온다. 위험 대비 수익(샤프 지수)로 보면 순수 ADM이 0.97, 순수 영구가 1.03인데 — 중간 지점들이 1.06, 1.13, 1.15로 양쪽 끝을 전부 넘는다. 반반이 둘 다를 이긴 것이다.
섞음의 곡선 — 중간이 직선보다 위에 있다

이 그림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다. 가로축이 흔들림(연변동성), 세로축이 수익(연복리)인데, 두 끝점을 잇는 옅은 회색 기준선이 “섞음 효과가 전혀 없다면” 나와야 할 위치다. 실제 블렌드 지점들은 전부 그 직선보다 위에 떠 있다. 반반 지점은 기준선 대비 연 +1.1%p 위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상관계수가 1보다 작은 두 흐름을 섞으면 수익은 중간을 가져가되 흔들림은 중간보다 작아진다 — 서로 어긋나는 출렁임이 일부 상쇄되기 때문이다. 종목 분산에서 늘 듣던 그 원리가, 전략 차원에서도 그대로 작동했다.
특히 눈에 밟히는 건 25:75 지점이다. 흔들림이 연 7.2%로 순수 영구(7.0%)와 사실상 같은데, 수익은 연 8.3% 대 7.2%로 1.1%p 높다. 같은 멀미에 수익만 얹힌 셈이라, 공짜 점심에 가장 가까운 구간이었다.
그래서, 횡보장 약점은 메워졌나
애초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타이밍이 유독 아팠던 구간들만 잘라서 봤다.

| 구간 | ADM 100 | 블렌드 50:50 | 영구 100 | 미국주식 |
|---|---|---|---|---|
| 횡보 2010–11 | +8.8% | +18.4% | +27.9% | +21.5% |
| 횡보 2015–16 | +3.8% | +2.2% | +0.1% | +16.7% |
| 급락·반등 2018–19 | -6.6% | +3.6% | +14.1% | +18.6% |
| 금융위기(07–09) | +2.9% | +1.6% | -0.4% | -38.1% |
| 코로나(2020 상반기) | -1.3% | +2.8% | +6.8% | -3.1% |
| 2022 | -19.1% | -15.1% | -11.0% | -13.8% |
메워진 곳. 가장 극적인 건 2018~19년이다. 급락 후 V자로 튀어오른 이 구간에서 ADM은 늦게 팔고 늦게 사기를 반복하며 혼자 -6.6%를 기록했다(시장은 +18.6%였는데도). 반반 블렌드는 +3.6%로 마이너스를 벗어났다. 2010~11년의 출렁이는 횡보에서도 ADM +8.8% 대 블렌드 +18.4%로 격차의 절반 이상이 메워졌다.
안 메워진 곳. 그런데 2015~16년은 달랐다. 이 구간엔 주식만 지루했던 게 아니라 금·장기국채까지 다 같이 졸았다. 영구가 +0.1%로 바닥이었고, 섞어봐야 +2.2%. 정답은 그냥 미국주식 보유(+16.7%)였다. 섞음은 “두 전략이 서로 다르게 아플 때”만 약이 되지, 둘 다 같이 조는 횡보까지 고치진 못한다.
덤으로 위기 쪽도 확인하면, 금융위기에선 타이밍(+2.9%)이, 코로나·2022에선 분산(+6.8%, -11.0%)이 나았다 — 앞선 글들에서 따로따로 봤던 두 세계의 장점이 블렌드 안에서 절반씩 살아 있다.
세금을 물려도 성립하나 — 8편의 채점표 다시 꺼내기
지난 세금 글에서 ADM의 진짜 약점은 매매 ‘횟수’가 아니라 ‘규모’라고 했다 — 매번 전 재산을 갈아치우니 이익이 통째로 실현돼 세금을 크게 문다고. 블렌드는 매매 횟수는 87회로 같지만 한 번에 움직이는 규모가 비율만큼 줄어든다. 실현이익 22% 단일세율(교육용 단순화)로 다시 돌려보니, 시뮬 기간 납부한 세금 누계가 ADM 100의 258(시작자금 100 기준)에서 반반은 156, 25:75는 110으로 뚝 떨어졌다. 세후 연복리는 7.8% → 7.0% → 6.6% 순 — 세금이 순위 자체를 뒤집진 않았지만, 섞을수록 세금 마찰이 얕아지는 방향은 분명했다.
직접 해보니, 그리고 한계
솔직히 이번 실험은 새 재료가 하나도 없다. ADM도 영구도 이미 다뤘던 전략 그대로고, 한 일이라곤 비율을 정해 합친 것뿐이다. 그런데 위험 대비 수익 1.15는 이 시리즈 아홉 편을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정교한 새 신호를 찾는 것보다 이미 있는 두 전략을 섞는 쪽이 나았다는 게, 해놓고도 좀 머쓱한 결과였다.
경계할 것들도 분명하다. 첫째, 영구 몫의 성과엔 금의 21세기 강세가 크게 깔려 있다(6편에서 짚었던 그대로다. 2010~11년의 +27.9%도 상당 부분 금이 만든 숫자다). 금이 오래 잠잠한 시대라면 이 곡선은 달라졌을 것이다. 둘째, 반반 계좌는 실제 운용이 은근히 번거롭다 — 매월 두 전략의 목표를 각각 계산해 합산 비중으로 되돌려야 한다. 셋째, 어디까지나 이 기간·이 두 전략·이 프록시 데이터에서의 결과다. 상관계수 0.51이라는 전제 자체가 미래에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정리하며
“어느 전략이 최고인가”를 아홉 편째 묻다가, 이번엔 질문을 바꿔봤다. “꼭 하나를 골라야 하나?” 답은 생각보다 선명했다. 서로 다르게 아픈 두 전략을 반씩 담았더니 위험 대비 수익이 양쪽 모두를 넘었고, 타이밍의 고질병(휩쏘 구간)의 상당 부분이 메워졌으며, 세금 마찰까지 얕아졌다. 물론 수익률 자체는 중간을 가져가는 대가를 치르고, 둘 다 같이 조는 장까지 구해주진 못하지만.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횡보장 문제의 뿌리는 결국 신호가 0 근처에서 오락가락한다는 것이었다. 섞어서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게 아니라, 아예 신호에 ‘문턱’을 달아서 — 애매할 땐 갈아타지 않고 버티게 만들면 — 병의 뿌리가 잡힐까, 아니면 문턱만큼 진짜 신호에 늦어질까. 언젠가 직접 돌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닌 프록시(인덱스펀드·선물) 기준입니다. 거래비용은 편도 0.1%를 반영했고 세금은 별도 표기한 절 외에는 미반영입니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