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성과를 재는 지표 하나를 직접 백테스트로 뜯어본 학습 기록입니다.
지난 글에서 60/40을 26년 동안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지 재봤다. 그때 표에 “최대낙폭 −24.4%” 같은 숫자를 아무렇지 않게 적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야 이상한 걸 깨달았다. 이 시리즈는 MDD라는 숫자를 스무 번 넘게 근거로 삼아 전략의 우열을 가려왔으면서, 정작 그 숫자 자체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는 한 번도 재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엔 전략이 아니라 잣대를 시험대에 올려봤다. MDD가 정확히 무엇을 재는 숫자인지부터 정리하고, 같은 26년 데이터로 이 숫자의 한계 세 가지를 실측했다.
MDD란 — 전고점에서 얼마나 깊이 꺼졌나
계산은 의외로 단순하다. 매 시점마다 그때까지의 최고 기록(전고점) 을 기억해두고, 현재 잔고가 그 기록보다 몇 % 아래인지를 계속 잰다. 26년 내내 잰 그 값들 중 가장 나빴던 하나가 MDD다.
📌 MDD (Maximum Drawdown, 최대낙폭)
전고점 대비 하락률의 최댓값. “이 전략을 굴렸다면 계좌가 최고점 대비 얼마까지 쪼그라들었을까”를 한 숫자로 답한다. 수익률이 도착지를 말한다면, MDD는 가는 길에 만난 가장 깊은 골짜기를 말한다.
미국주식(배당 재투자)을 2000년 8월부터 굴렸다고 치고 그려보면 이렇다.

위쪽 회색 선이 전고점, 빨간 선이 실제 잔고다. 둘 사이의 분홍색 면적이 전고점을 아직 못 되찾은 구간, 이 글에서 계속 “물속”이라 부를 자리다. 금융위기 바닥에서 두 선의 간격이 가장 벌어지고, 그 간격이 −51.0%다. 이게 MDD다.
같은 방식으로 세 가지 배분을 재봤다. 셋 다 예측도 타이밍도 없는 고정 배분이라 비교가 깔끔하다.
| 지표 | 미국주식 100% | 60/40 | 영구 포트폴리오 |
|---|---|---|---|
| 연복리(CAGR) | 8.2% | 6.7% | 7.0% |
| 최대낙폭(MDD) | −51.0% | −30.3% | −17.0% |
| 그 낙폭을 회복하기까지 | 58개월 | 38개월 | 27개월 |
| 물속에 있던 최장 기간 | 75개월 | 50개월 | 27개월 |
| 26년 중 물속이었던 시간 | 69.5% | 61.4% | 59.8% |
| −10%를 넘은 하락 사건 | 5번 | 4번 | 2번 |
마지막 두 줄이 눈에 걸린다. 미국주식은 26년 가운데 약 18년을 전고점 아래에서 보냈다.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멀리서 보면 잘 안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체감은 “대체로 손해 보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함정 1 — 재는 주기만 바꿔도 값이 달라진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나온다. 우리 백테스트는 대부분 월말 잔고로 계산한다. 매달 마지막 날에만 계좌를 열어보는 셈이다. 만약 하락이 달 중간에 시작해서 달 중간에 끝났다면? 그 골짜기는 아예 기록에 안 남는다.
확인하려고 똑같은 투자(미국주식 매수 후 보유)를 격자만 바꿔 세 번 쟀다. 사고파는 행위가 전혀 없으니, 달라지는 건 오직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느냐뿐이다.

| 구간 | 일별로 재면 | 주별로 재면 | 월말로만 재면 |
|---|---|---|---|
| 전체 26년 | −55.3% | −54.7% | −51.0% |
| 닷컴 (00–03) | −47.5% | −45.9% | −44.8% |
| 금융위기 (07–09) | −55.3% | −54.7% | −51.0% |
| 코로나 (2020) | −33.8% | −31.7% | −19.6% |
느린 하락에서는 차이가 3~4%p로 작다. 골짜기가 몇 달에 걸쳐 파이니 월말에도 걸린다. 그런데 코로나에서는 −33.8%가 −19.6%로 줄어든다. 실제로 겪은 낙폭의 42%가 측정 과정에서 증발한 것이다. 2020년 2월 19일에 꼭대기였다가 3월 23일에 바닥을 찍고 월말까지 급반등했으니, 매달 말일에만 계좌를 본 사람의 기록에는 그 한 달이 통째로 남지 않는다.
리밸런싱 주기를 주간까지 좁혀본 글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월말로 재면 −24%였던 전략이 주별로 재니 −32%였다. 그땐 곁가지로 지나갔는데, 이제 보니 그게 이 지표의 성질이었다. 어디서 본 MDD든, 그건 “그 사람이 정한 간격으로 봤을 때의 MDD”다. 이 블로그의 숫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월말 기준이니 실제보다 얕게 적혀 있다.
함정 2 — 26년에 단 한 번 일어난 사건이다
CAGR은 311개월치 수익을 전부 반영한다. 샤프 지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MDD는 다르다. 26년을 통틀어 딱 한 번, 가장 나빴던 그 순간 하나로 결정된다. 표본이 하나뿐인 통계인 셈이다.
표본이 하나면 운이 크게 개입한다. 얼마나 개입하는지 보려고 운의 크기를 재본 글에서 만든 도구를 다시 꺼냈다. 실제 26년의 월별 수익을 1년짜리 토막으로 잘라 무작위로 다시 이어붙이면, “있었을 법한 다른 26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렇게 2,000벌을 지어 MDD가 어디까지 나오는지 봤다.

| 전략 | 실제 | 대체 역사 중앙값 | 하위 5% | 상위 5% | 실제보다 깊었던 역사 |
|---|---|---|---|---|---|
| 미국주식 | −51.0% | −45.2% | −66.3% | −24.0% | 27.7% |
| 60/40 | −30.3% | −26.6% | −41.7% | −15.2% | 27.7% |
| 영구 포트폴리오 | −17.0% | −15.6% | −23.9% | −7.9% | 34.1% |
같은 재료를 순서만 바꿔 섞었을 뿐인데 미국주식의 MDD가 −24%에서 −66% 사이에 넓게 퍼진다. 그리고 2,000벌 중 27.7%는 우리가 실제로 겪은 −51%보다 더 깊었다. 20벌에 한 번은 −66%까지 갔다.
그러니 “이 전략의 최대 낙폭은 −51%”라는 문장은 정확히 말하면 이런 뜻이다. “이 전략은 한 번 굴려봤더니 −51%까지 빠졌다.” 다시 굴리면 얼마가 나올지는 저 표의 폭만큼 열려 있다. 겪은 낙폭은 겪을 수 있었던 낙폭이 아니다.
함정 3 — 깊이만 재고, 길이는 안 잰다
세 번째가 실무적으로는 제일 성가시다. MDD는 골짜기의 깊이만 말하고 그 골짜기를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말하지 않는다. 미국주식의 하락 사건을 낙폭 순으로 늘어놓으면 이렇다.
| 사건 | 낙폭 | 저점까지 | 회복까지 | 물속 총계 |
|---|---|---|---|---|
| 2007-10 → 2012-08 (금융위기) | −51.0% | 16개월 | 42개월 | 58개월 |
| 2000-08 → 2006-11 (닷컴) | −44.8% | 25개월 | 50개월 | 75개월 |
| 2021-12 → 2023-12 | −24.0% | 9개월 | 15개월 | 24개월 |
| 2019-12 → 2020-07 (코로나) | −19.7% | 3개월 | 4개월 | 7개월 |
첫 줄이 MDD를 만든 사건이다. 그런데 둘째 줄을 보면 더 얕게 빠진 닷컴이 17개월 더 오래 물속에 있었다. 6년 3개월이다. MDD만 보고 “금융위기가 최악이었다”고 정리하면, 정작 더 길게 사람을 지치게 한 사건을 놓친다. 깊이와 길이는 서로 다른 축인데 MDD는 한쪽만 재는 자다.
코로나가 반대편 극단이다. 겨우 7개월 만에 끝나서 지나고 나면 흠집처럼 보이지만, 앞서 봤듯 그 안에서는 하루 단위로 −33.8%까지 꺼졌었다.
그런데도 왜 이 숫자를 쓰나
여기까지만 보면 MDD를 버리자는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지표가 하는 일은 위험을 정밀하게 재는 게 아니라 다른 지표가 절대 못 하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끝까지 들고 있을 수 있겠는가.”
공포매도의 값을 계산해 본 글에서 확인한 게 정확히 그거였다. 낙폭이 −20%를 넘으면 못 견디고 파는 사람을 가정했더니, MDD가 −17%인 영구 포트폴리오는 26년간 그 선에 아예 닿지 않아 손해가 0이었다. 반면 낙폭이 깊은 전략들은 수익률 표에 없는 비용을 사람이 대신 냈다. MDD는 위험 지표라기보다 내 인내심과 맞닿는 지점을 알려주는 스위치에 가깝다. 그리고 그 용도에는 소수점 아래 정확도가 필요 없다. −51%인지 −55%인지보다, “−20%를 훌쩍 넘는 구간이 여러 번 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이 숫자는 혼자 쓰면 안 된다. 지표 하나로는 부족한 이유를 따로 정리해둔 적이 있는데, MDD야말로 그 대표 사례다. 회복 기간, 물속에 있던 시간 비율, 샤프 지수 같은 것을 함께 놓고 봐야 그림이 맞는다.
한계 — 이 검사에도 구멍이 있다
정직하게 짚어둘 것들이 있다. 시작점을 2000년 8월로 잡은 게 미국주식에 유독 가혹하다. 하필 닷컴 거품의 꼭대기 언저리라 시작하자마자 물속으로 들어간다. 위 표의 “75개월”에는 그 선택의 몫이 섞여 있다.
대체 역사 2,000벌도 만능이 아니다. 전부 이 26년의 조각을 재배열한 것이라 상자에 없는 재료(예: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는 나오지 않는다. 토막을 섞는 과정에서 “닷컴 다음에 금융위기가 온다” 같은 실제 순서도 깨진다.
데이터는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니라 뱅가드 인덱스펀드로 근사한 프록시이고, 편도 0.10% 비용만 반영했다. 세금은 넣지 않았다.
정리하며
- MDD는 전고점 대비 하락률의 최댓값이다. 계산은 단순하지만 성질은 까다롭다.
- 재는 주기가 값을 바꾼다. 코로나 낙폭은 일별로 −33.8%, 월말로만 재면 −19.6%였다.
- 표본이 하나뿐이라 운을 많이 탄다. 같은 재료로 역사를 다시 지으면 −24%에서 −66%까지 퍼졌다.
- 깊이만 재고 길이는 못 잰다. 더 얕게 빠진 닷컴이 금융위기보다 17개월 더 오래 물속이었다.
- 그럼에도 쓸모가 있는 건, 이 숫자만이 “끝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를 묻기 때문이다. 정밀도보다 자릿수가 중요한 지표다.
MDD를 볼 때 나는 이제 세 가지를 같이 묻기로 했다. 어떤 간격으로 잰 숫자인가, 몇 번의 사건에서 나온 값인가, 그리고 그 골짜기에서 빠져나오는 데 얼마나 걸렸나.
그러고 보니
표를 다시 보다가 걸린 게 하나 있다. 미국주식은 26년 중 69.5%를 물속에서 보냈는데 연 8.2%를 벌었고, 영구 포트폴리오는 59.8%를 물속에서 보내고 7.0%를 벌었다. 물속에 있던 시간이 열 몇 %p 차이인데 마음의 무게는 그것보다 훨씬 크게 다를 것 같다. 낙폭의 깊이 말고 물속에 있던 시간 자체를 지표로 삼으면 전략들의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