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같은 지수를 따르는 공개된 상품들을 실제 시장 데이터로 직접 비교하며 공부한 학습 기록입니다.
나도 ETF를 사기 전에 검색창에 “TIGER 미국S&P500″을 쳐봤다. 나오는 건 시세 위젯과 보수율 표뿐이었다. 보수율 표는 어느 블로그나 똑같이 베껴 놓았고, 정작 궁금한 건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 그래서 실제로 들고 있으면 뭐가 얼마나 달라지는데?
마침 우리 실험실엔 백테스트 장비가 있다. 그래서 같은 S&P500을 따르는 여섯 개를 전부 사서(정확히는 사는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5년을 살아봤다. 국내 상장 셋, 미국 상장 셋. 결론부터 흘리자면 — 여섯 통장의 잔고는 달랐고, 그 차이는 보수율 표로는 설명이 안 됐다.
여섯 쌍둥이 소개
전부 “S&P500 지수를 따라간다”고 약속한 상품들이다. 다른 건 포장지뿐이다 — 어느 운용사가, 어느 나라 거래소에서, 얼마의 보수로.
| 상장 | 공시 총보수 | 순자산 | 분배금 | |
|---|---|---|---|---|
| TIGER 미국S&P500 (국내) | 2020-08 | 0.0068% | 약 20조 원 | 연 2회 |
| KODEX 미국S&P500 (국내) | 2021-04 | 0.0062% | 약 10조 원 | 연 2회 |
| ACE 미국S&P500 (국내) | 2020-08 | 0.0047% | 약 4.1조 원 | 연 2회 |
| SPY (미국) | 1993 | 0.09% | 약 1,160조 원 | 분기 |
| IVV (미국) | 2000 | 0.03% | 약 1,310조 원 | 분기 |
| VOO (미국) | 2010 | 0.03% | 약 2,470조 원 | 분기 |
(국내 3종은 2026-07-24 네이버 증권·KRX 공시 기준, 미국 3종 순자산은 같은 날 달러 순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값. ETF 구성·보수·순자산은 수시로 바뀌므로 기준일이 중요하다.)
미국 셋의 덩치부터 눈에 띈다. 국내 최대인 TIGER(약 20조 원)의 50~120배다. 특히 VOO는 2,470조 원으로, 미국 개인·연금 자금이 저비용 뱅가드로 쏠린 결과다 — 이 덩치가 뒤에서 볼 ‘왜 VOO가 사실상 지수 그 자체인가’의 복선이다.
국내 셋의 보수를 보라. 0.0047~0.0068%. 몇 년 전 벌어진 보수 인하 전쟁의 결과로, 이제 사실상 공짜라고 광고하는 수준이다. 미국 셋(0.03~0.09%)보다도 싸다. 그러면 국내 상장이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꼬인다.
📌 총수익(TR, Total Return)이란?
가격 상승분에 분배금(배당)을 받는 족족 재투자한 것까지 합친 수익. 상품마다 분배금을 주는 방식이 달라서(SPY는 분기마다 지급, 국내 일부는 자동 재투자), 가격만 비교하면 반칙이 된다. 이 글의 모든 비교는 총수익 기준이고, 미국 상품은 원화로 환산해 잣대를 통일했다.
5년을 실측해봤다
여섯 개 전부, 막내(KODEX, 2021년 4월 상장)가 태어난 날에 맞춰 같은 날 출발시켰다. 기준선은 S&P500 총수익지수를 원화로 환산한 것 — 말하자면 ‘비용이 하나도 없는 이상적인 S&P500’이다.

위쪽 곡선만 보면 여섯 개가 한 몸처럼 붙어 간다. 5년에 2.5배, 연 18~19%. 어느 걸 샀어도 크게 후회는 없었을 숫자다. 그런데 아래 패널 — 지수를 100으로 놓고 각 상품이 뒤처진 폭을 그리면 두 무리로 갈라진다. 초록(미국 상장)은 0 근처에 딱 붙어 있고, 파랑(국내 상장)은 계단처럼 아래로 벌어진다.
| 원화 CAGR | 지수 대비 연간 갭* | 갭의 출렁임 (5~95%) | |
|---|---|---|---|
| S&P500 총수익지수(원화) | 19.0% | — | — |
| VOO (미국) | 19.0% | −0.03%p | −0.11 ~ +0.04 |
| IVV (미국) | 19.0% | −0.04%p | −0.12 ~ +0.05 |
| SPY (미국) | 18.9% | −0.09%p | −0.20 ~ −0.01 |
| KODEX (국내) | 18.7% | −0.31%p | −3.12 ~ +2.61 |
| ACE (국내) | 18.5% | −0.56%p | −3.22 ~ +2.38 |
| TIGER (국내) | 18.4% | −0.68%p | −3.48 ~ +2.28 |
(갭은 1년짜리 창을 한 주씩 밀며 1,100번 넘게 재서 그 중앙값을 썼다 — 왜 이렇게 번거롭게 쟀는지는 바로 아래에.)
미국 셋은 깔끔하다. VOO의 연간 갭 −0.03%p는 보수 0.03%와 정확히 일치한다. 인덱스펀드는 약속을 지켰다. 문제는 국내 셋이다. 공시 보수가 0.005~0.007%인데 실측 갭은 연 −0.31~−0.68%p. 약속한 요금의 50~100배가 든 셈이다.
잠깐, 재는 것부터 함정이었다
이 숫자를 내는 과정에서 한 번 데였다. 처음엔 단순하게 시작일과 마지막 날, 두 점으로 갭을 쟀다. 그런데 측정 종료일을 2주 안에서 옮기기만 해도 TIGER의 5년 누적 갭이 −1.3%p에서 −3.8%p까지 널뛰었다. 상품은 그대로인데 자로 잰 날짜에 따라 성적이 세 배 차이 나는 것이다.
범인은 시차다. 국내 ETF는 한국 시간 오후 3시 반에 하루를 마감하고, S&P500은 그날 밤에 마감한다. 그래서 어느 날짜에 자를 대느냐에 따라 하루치 등락과 환율이 통째로 갭에 섞여 들어간다. 국내 상품의 갭 출렁임(±3%p)이 미국 상품(±0.1%p)의 30배인 것도 상품 탓이 아니라 재는 행위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점으로 재지 않고, 1년짜리 창을 한 주씩 밀며 1,100번 넘게 잰 다음 그 한가운데 값(중앙값)을 취했다. 지난 검증 3부작에서 배운 버릇 그대로다 — 점 하나는 우연이고, 범위가 정직하다. 그렇게 우연을 걷어내고도 남는 것: 국내 상장은 연 0.3~0.7%p를 어딘가에 내고 있다.
그 돈은 어디로 갔나 — 괴리율은 무죄였다
용의자를 하나씩 조사했다. 먼저 괴리율.
📌 NAV와 괴리율이란?
NAV(순자산가치)는 ETF가 실제로 들고 있는 주식들의 ‘진짜 가치’다. 그런데 ETF는 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되니 시장 가격이 이 진짜 가치와 어긋날 수 있다. 그 어긋남이 괴리율이다. 마트 진열대의 가격표(시장가)와 계산대의 실제 가격(NAV)이 다른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거래소 데이터로 상장일부터의 괴리율을 전부 받아 계산해봤다. 결과 — 시장 가격 기준 갭(−0.68%p)과 NAV 기준 갭(−0.55%p)이 거의 같았다. 즉 돈이 새는 곳은 시장의 가격표가 아니라 펀드 안쪽이다. 남은 용의자는 셋이고, 셋 다 보수율 표엔 안 나온다.
- 공시 ‘총보수’ 바깥의 비용: 기타비용·매매수수료까지 합친 실부담 비용은 공시 보수보다 훨씬 크다. 0.0068%는 광고판 숫자다.
- 미국이 먼저 떼가는 세금: 펀드가 받는 미국 주식 배당엔 15% 원천징수가 붙는다. S&P500 배당수익률이 연 1.3~1.5%니 그것만 연 0.2%p쯤 된다.
- 환전 비용: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 주식을 사는 비용도 펀드 몫이다.
미국 상장 ETF라고 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 한국 투자자가 SPY의 분배금을 받을 때도 15%를 떼인다. 다만 그건 각자의 계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이 실측(세전 기준)엔 안 잡혔을 뿐이다. 이 비교의 한계다.
그럼 괴리율은 아무 문제 없나 — 평소엔
괴리율이 무죄라고 했지만, 무죄인 건 평소뿐이다.

5년 내내 괴리율 평균은 +0.02~+0.05%. 거의 완벽한 가격표다. 그런데 그래프 오른쪽의 두 바늘을 보라. 2024년 8월 5일(엔캐리 청산 급락) −3.4%, 2025년 4월 7일(관세 쇼크) −4.2%. 시장이 패닉에 빠진 날엔 가격표가 진짜 가치보다 4% 넘게 싸게 붙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 그 날 무서워서 시장가로 던진 사람은, 하락분에 더해서 괴리율 4%를 추가 요금으로 냈다는 얘기다. 공포매도의 값을 계산했던 글에서 패닉의 비용을 쟀었는데, ETF에는 패닉 할증까지 있었던 셈이다. 괴리율은 장기 보유자에겐 무해하고, 패닉의 날에 파는 사람에게만 청구되는 요금이었다.
덤으로 — 수익의 3분의 1은 환율이었다
이 5년의 원화 수익 연 19%를 뜯어보면 달러 기준 지수 상승은 연 13%다. 나머지는 환율이 1,116원에서 1,480원까지 오른 몫. 미국 주식으로 번 줄 알았던 수익의 약 3분의 1은 사실 환전에서 벌었다. 환헤지형(H)을 골랐다면 이 몫이 통째로 없었을 것이고, 반대로 환율이 내리는 5년이었다면 같은 몫을 뱉어냈을 것이다. 이 실측은 ‘환율이 오른 시대’의 성적표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뭘 사야 하나 — 상품이 아니라 통장이 정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국 상장이 정답”처럼 읽힌다. 갭이 10분의 1이니까. 그런데 마지막 반전이 있다 — 이 비교는 세전이다.
미국 상장 ETF를 일반 계좌에서 팔면 양도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낸다. 국내 상장 ETF는 과세 방식이 다르고, 결정적으로 연금저축·IRP·ISA에 담을 수 있는 건 국내 상장뿐이다. 연금계좌 안에서는 매매 차익 과세가 이연되니, 세금이 순위를 뒤집는 걸 실측했던 글의 논리가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연 0.5%p 갭과 세금 22% 이연 중 어느 쪽이 큰지는 계좌·금액·보유 기간에 따라 갈린다 — 이건 연금계좌 시리즈에서 따로 다루는 주제다.
정리하면 이렇다.
- 연금계좌라면 선택지는 국내 상장뿐이고, 셋의 실측 갭 차이(0.3~0.4%p)는 브랜드보다 크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 일반 계좌 장기 보유라면 미국 상장의 낮은 갭과 국내 상장의 세금 구조를 저울질해야 한다.
- 어느 쪽이든 패닉의 날에 시장가로 팔지 않는 것이, 어떤 상품을 고르는 것보다 값이 크다.
정리하며
보수율 표를 보고 골랐다면 몰랐을 것들이 실측에서 나왔다. 공짜에 수렴한다는 보수의 50~100배가 실제로 들고 있었고, 그 돈은 괴리율이 아니라 펀드 안에서 샜고, 괴리율은 평소엔 결백하다가 패닉의 날에만 4%를 청구했고, 수익의 3분의 1은 지수가 아니라 환율 몫이었다.
늘 하는 경고를 여기도 붙인다. 이건 2021~2026년, 환율이 오르던 특정한 5년의 성적표다. 분배금은 세전 재투자로 가정했고, 각자의 증권사 수수료·환전 우대는 반영하지 않았다. 순위를 만든 힘(비용 구조)은 오래가겠지만 숫자 자체는 시험지가 바뀌면 달라진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생겼다. S&P500이 이 정도면, 국내 상장 나스닥100의 갭은 얼마일까. 그리고 배당을 앞세운 SCHD 형제들은 분배금이 큰 만큼 원천징수 문제도 클 텐데 — 같은 잣대를 대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언젠가 세워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비교는 실제 시장 데이터(ETF 종가·NAV·분배금·환율) 기반이며, 분배금은 세전 재투자로 가정했고 개인별 세금·거래 수수료·환전 비용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