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전략을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환헤지 ETF를 비교한 글을 쓰면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 (H)가 붙은 환헤지 상품이 환노출 쌍둥이보다 더 깊게 빠졌다. 주가가 내려가는 날엔 환율이 올라 손실을 받쳐주는데, 헤지를 걸면 그 받침대를 스스로 치워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시리즈 본체를 돌아봤다. 나는 스무 편이 넘도록 미국 자산을 굴려놓고, 채점은 한 번도 빠짐없이 달러로 해왔다. 그런데 나는 원화로 산다. 원화로 사는 사람에게 ‘미국주식 100%’는 사실 ‘미국주식 100% + 달러 100%’다. 배분에 환율 베팅이 딸려 오는데, 그걸 계산에서 통째로 빼놓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코드는 한 줄도 고치지 않고 같은 곡선에 환율만 곱해봤다. 세금·행동·운에 이은 네 번째 재채점이다. 이번에 바꾸는 건 통장의 통화다.
무엇을 바꿨나 — 자산은 그대로, 통화만
전략 넷을 그대로 가져왔다. 타이밍 계열인 가속 듀얼 모멘텀(ADM), 고정 분산의 챔피언인 영구 포트폴리오, 단순 분산인 미국+선진국 50:50, 그리고 미국주식 그냥 보유다. 매매 규칙도 비용도 손대지 않았다. 각 시점의 평가액에 그 시점 원/달러 환율을 곱한 것이 전부다.
📌 환노출 (unhedged)
해외 자산을 살 때 환율 변동을 그대로 떠안는 상태. 자산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달러가 오르면 원화 평가액이 늘고, 내리면 줄어든다. 반대로 그 변동을 없애려고 파생상품으로 묶어두는 것이 환헤지((H))다.
환율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준(FRED)의 일별 원/달러 시계열을 썼다. 198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자료라 시리즈 표준 구간에 여유 있게 닿는다. 이 26년 동안 원/달러는 1,254원에서 1,549원으로 23.4% 올랐다(연 0.83%). 중요한 건 그 완만한 평균이 아니라 출렁임이다. 환율 자체의 연 변동성이 10.6%로, 뒤에서 볼 영구 포트폴리오의 변동성(7.0%)보다 크다.

미국주식 하나만 두 통장으로 그려본 것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파란 선(원화)이 회색 선(달러) 아래에 깔려 있다가, 금융위기를 지나며 뒤집힌다. 가운데 낙폭 칸을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달러로 −51%까지 꺼진 그 골짜기가 원화로는 −38%에서 멈춘다. 맨 아래 환율 그래프가 이유를 그대로 보여준다.
재채점 — 순위가 바뀌었다,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 전략 | 연복리(CAGR) | 최대낙폭(MDD) | 연변동성 | 샤프 지수 |
|---|---|---|---|---|
| ADM (타이밍) | 11.2 → 12.1% | −24.4 → −20.0% | 11.7 → 12.8% | 0.97 → 0.96 |
| 영구 포트폴리오 | 7.2 → 8.1% | −17.0 → −15.7% | 7.0 → 9.9% | 1.03 → 0.84 |
| 미국+선진국 50:50 | 7.9 → 8.8% | −54.0 → −38.9% | 15.4 → 12.7% | 0.57 → 0.73 |
| 미국주식 | 9.2 → 10.2% | −51.0 → −38.1% | 15.1 → 13.5% | 0.67 → 0.78 |
수익이 다 같이 1%p쯤 오른 건 놀랍지 않다. 환율이 26년간 올랐으니 당연하다. 실력이 아니라 시험지의 성질이다.
정작 눈에 걸리는 건 변동성 열의 방향이 갈린다는 점이다. 미국주식과 50:50은 원화로 재면 변동성이 줄어들고(15.1→13.5, 15.4→12.7), 영구와 ADM은 늘어난다(7.0→9.9, 11.7→12.8). 그래서 위험 대비 수익 순위가 이렇게 바뀐다.
- 달러 기준: 영구(1.03) > ADM(0.97) > 미국주식(0.67) > 50:50(0.57)
- 원화 기준: ADM(0.96) > 영구(0.84) > 미국주식(0.78) > 50:50(0.73)
영구 포트폴리오가 시리즈 챔피언이라는 건 이 시리즈에서 가장 단단한 결론이었다. 운의 크기를 잰 글에서 일부러 지워보려 했는데도 10년 창의 77%, 대체 역사의 68%에서 살아남았던 결론이다. 그게 통화 하나로 뒤집혔다.
이유는 단순하다. 환율은 연 10.6%씩 출렁이는 또 하나의 자산이다. 이미 15% 넘게 흔들리는 주식에 반대로 움직이는 10%짜리를 붙이면 서로 상쇄돼 순해진다. 반대로 7%밖에 안 흔들리는 잔잔한 배분에 그걸 붙이면 상쇄할 것보다 더해지는 게 많다. 환율은 흔들리는 자산에겐 완충재지만, 잔잔한 자산에겐 그냥 파도다.
완충재는 크게 다친 쪽에만 간다
구간별로 뜯어보면 이 성질이 더 선명하다. 미국주식 기준이다.

금융위기에서 환율은 낙폭의 28.8%p를 메웠다. 그 구간에 원/달러가 41% 올랐기 때문이다(2008년 11월 한 달에만 +14.9%). 2022년은 8.3%p, 코로나는 1.8%p로 효과가 줄어든다.
그런데 같은 금융위기를 전략별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전략 | 달러 기준 낙폭 | 원화 기준 낙폭 | 환율이 메운 몫 |
|---|---|---|---|
| 미국주식 | −51.0% | −22.2% | +28.8%p |
| 미국+선진국 50:50 | −54.0% | −27.4% | +26.6%p |
| ADM (타이밍) | −14.7% | −15.3% | −0.6%p |
| 영구 포트폴리오 | −14.5% | −15.4% | −0.9%p |
이미 잘 방어한 두 전략에겐 환율이 보태준 게 없다. 오히려 아주 조금 손해였다. 크게 다친 쪽에만 붕대가 갔다. 규칙으로 위험을 줄여놓았든 환율이 대신 줄여줬든 결과가 비슷하다면, 원화 투자자에게 방어 전략의 상대적 값어치는 그만큼 깎인다. 이 시리즈가 스무 편 동안 공들여 만든 방어 장치들이 원화 통장에서는 일부 중복 투자였던 셈이다.
그런데 정말 환율이 방패였을까
우연이 아닌지 확인하려고 월 단위로 쪼개봤다. 그 달의 달러 기준 수익률을 가로축에, 환율이 보태준 몫(원화 수익률 − 달러 수익률)을 세로축에 찍었다.

오른쪽 아래로 기운 빨간 추세선이 답이다. 자산이 빠진 달일수록 환율이 더 많이 보탰다.
| 전략 | 상관 | 하락한 달 | 그중 환율이 메운 달 | 하락월 평균 기여 |
|---|---|---|---|---|
| 미국주식 | −0.48 | 103개월 | 72개월 (69.9%) | +1.53%p |
| 미국+선진국 50:50 | −0.57 | 114개월 | 81개월 (71.1%) | +1.61%p |
| 영구 포트폴리오 | −0.43 | 104개월 | 69개월 (66.3%) | +1.53%p |
| ADM | −0.34 | 107개월 | 73개월 (68.2%) | +1.29%p |
여기서 개인적으로 제일 반가웠던 대목이 있다. 환헤지 ETF 글에서 국내 상장 쌍둥이 ETF로 3년치를 재서 얻은 값이 −0.32~−0.47이었다. 완전히 다른 데이터(실제 상품 3년)와 다른 방법으로 잰 값이, 프록시 26년으로 재니 −0.34~−0.57 범위에 그대로 들어왔다. 서로 다른 두 갈래의 실험이 같은 숫자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계 — 이 시험지는 통째로 기울어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원화 투자자는 환헤지 안 하는 게 낫다”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안 된다.
그림의 오른쪽 두 칸이 그 이유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원화가 강해지던 4년 동안, 달러로는 −4.7%밖에 안 빠진 구간이 원화로는 −12.9%가 됐다. 환율이 23% 떨어졌기 때문이다. 닷컴 구간에서도 원화 쪽이 4.2%p 더 깊었다. 완충재는 환율이 오를 때만 완충재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시작월을 한 달씩 5년 치 옮겨가며 다시 재봤더니, 61개 시작월 전부에서 원화 쪽 수익이 앞섰다(격차 +0.6~+2.6%p). 운의 크기를 잴 때는 이 도구가 결론을 흔들어 놓는 역할을 했는데, 이번엔 하나도 안 흔들렸다. 안심할 일이 아니다. 이 26년 안에는 원화가 장기적으로 강해진 구간이 아예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험지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기울지 않은 시험지는 이 데이터 안에 없다.
나머지 한계도 적어둔다. 환율은 매매기준율 계열이라 실제 환전에 드는 스프레드와 수수료는 빠져 있다. 자산은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니라 인덱스펀드 프록시이고, 편도 0.10% 비용만 반영했으며 세금은 넣지 않았다. 금(GC=F) 데이터 때문에 시작이 2001년 2월이라 닷컴 앞부분 6개월이 빠졌고, 그래서 닷컴 낙폭이 시리즈 표준 숫자보다 얕게 나온다.
정리하며
- 원화 투자자에게 ‘미국 자산 60%’는 ‘달러 60%’이기도 하다. 배분을 정하면 환율 베팅이 딸려 온다.
- 환율은 위기마다 완충재였다. 금융위기에서 미국주식 낙폭 −51%를 −22%로 메웠다.
- 다만 그 완충은 크게 다친 쪽에만 갔다. 이미 방어가 되던 ADM·영구는 오히려 소폭 손해였다.
- 그 결과 순위가 뒤집혔다. 달러 기준 챔피언이던 영구가 원화 기준으로는 ADM에 밀린다. 환율(변동성 10.6%)이 잔잔한 배분에는 완충이 아니라 노이즈로 얹히기 때문이다.
- 하락한 달의 66~71%에서 환율이 손실을 메웠고, 상관은 −0.34~−0.57이었다. ETF 갈래에서 실제 상품으로 잰 값과 일치한다.
- 그러나 이 26년은 원화가 약해진 기간이다. 반대 구간(2004–07)에서는 환율이 손해를 키웠다.
결국 이 글의 결론은 “환헤지를 하지 마라”가 아니라 이쪽에 가깝다. 환율을 비용 항목이 아니라 내가 이미 들고 있는 자산으로 취급하고, 배분표에 적어 넣어야 한다. 안 적어두면 나처럼 스무 편 동안 없는 셈 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이미 짜여 있는 배분을 원화로 다시 재보기만 했다. 원화 투자자 입장에서 배분을 처음부터 다시 짠 건 아니다. 표를 보다 보니 그 질문이 남는다. 원화로 사는 사람에게 진짜 안전자산은 무엇일까. 달러 단기국채는 이 실험에서 보듯 환율이 얹혀 생각보다 얌전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한국 국채는 위기 때 달러처럼 튀어 오르지 않는다. 안전자산 후보를 원화 기준으로 줄 세우면 순위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