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자산 배분의 기초 개념 하나를 직접 백테스트로 확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전략을 스무 번 넘게 돌렸다. 잣대를 바꿔보고, 대피처를 바꿔보고, 점검 주기를 주간까지 좁혀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실험이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전제가 하나 있었다. 리밸런싱은 당연히 한다는 것이다.
정작 이런 질문은 던져본 적이 없다. 리밸런싱은 나에게 정확히 무엇을 해주는가? 안 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래서 가장 단순한 자리로 돌아가 봤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배분인 60/40을 사놓고, 26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부터.
리밸런싱이란 — 되돌리는 일
주식 60%, 채권 40%로 계좌를 만들었다고 하자. 1년이 지나 주식이 20% 오르고 채권이 제자리라면, 이제 그 계좌는 60:40이 아니다. 주식 쪽 금액만 불어나 65:35쯤 되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비율은 계속 어긋난다. 이 어긋난 비율을 원래 정한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이 리밸런싱이다. 오른 쪽을 조금 팔아, 덜 오른 쪽을 사는 식이다.
📌 리밸런싱 (rebalancing)
시간이 지나며 어긋난 자산 비중을 처음 정한 목표 비중으로 되돌리는 일. 오른 자산을 팔아 덜 오른 자산을 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싼 걸 팔고 싼 걸 사는’ 모양이 된다.
자동차 바퀴 정렬에 가깝다. 오래 달리면 핸들이 슬슬 한쪽으로 쏠린다. 정렬을 맞춘다고 차가 빨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가려던 방향으로 가게 해줄 뿐이다. 리밸런싱도 그런 일일까, 아니면 정말 수익을 만들어주는 걸까. 숫자로 확인해 봤다.
안 되돌리면 무슨 일이 생기나
미국주식 60 / 미국종합채권 40으로 2000년 8월에 시작해 2026년 6월까지 26년을 굴렸다. 한쪽은 한 번 사고 그대로 뒀고, 다른 쪽은 12개월마다 60/40으로 되돌렸다. 주식 비중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만 그려보면 이렇다.

빨간 선이 방치한 쪽이다. 60%에서 출발해 닷컴 거품이 꺼지는 동안 주식이 얻어맞으며 40% 아래로 내려가고, 금융위기 바닥에서는 35%까지 주저앉는다. 그러다 2010년대의 긴 상승장을 지나며 방향을 틀어 계속 올라가더니, 2026년 현재 82%에 도달했다. 파란 선(연 1회 되돌림)은 같은 26년을 46~66% 안에서만 오갔다.
여기서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이 나온다. 26년 뒤 그 계좌에 담긴 것은 60/40이 아니다. 82/18이다. 그리고 나는 그 배분을 한 번도 고른 적이 없다. 주식과 채권 중 무엇이 더 올랐느냐가 대신 골라줬을 뿐이다. 리밸런싱을 안 한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배분을 시장이 정하게 두는 것이었다.
그럼 되돌리면 돈을 더 버나 — 아니었다
되돌리는 주기만 바꿔 네 가지를 나란히 돌렸다. 조건은 전부 같다(프록시 데이터, 배당 재투자, 편도 0.10% 비용).

곡선 넷이 거의 겹쳐서 잘 구분도 안 된다. 26년을 굴렸는데도 그렇다. 표로 보면 차이가 조금 드러난다.
| 지표 | 리밸런싱 없음 | 연 1회 | 분기 1회 | 월 1회 |
|---|---|---|---|---|
| 연복리(CAGR) | 6.9% | 6.7% | 6.7% | 6.7% |
| 세후 CAGR(22%) | 6.9% | 6.4% | 6.2% | 6.0% |
| 최대낙폭(MDD) | −24.4% | −30.3% | −31.7% | −32.6% |
| 샤프 지수 | 0.79 | 0.75 | 0.74 | 0.73 |
| 되돌린 횟수 | 1회 | 26회 | 104회 | 311회 |
| 납세 누계(원금=100) | 0 | 19.7 | 26.3 | 36.8 |
솔직히 당황스러운 결과다. 수익도, 낙폭도, 위험 대비 효율(샤프)도 전부 아무것도 안 한 쪽이 낫다. 흔히 이야기되는 ‘리밸런싱 보너스’, 그러니까 비싼 걸 팔고 싼 걸 사서 생긴다는 추가 수익은 이 26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식이 채권을 크게 이긴 기간이라, 오르는 자산을 계속 덜어낸 쪽이 손해를 본 것이다.
세금까지 넣으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매년 되돌린 쪽은 26년간 원금의 20%에 해당하는 세금을 냈고, 매달 되돌린 쪽은 원금의 37%를 냈다. 세금을 반영해 전략들을 다시 채점했던 글과 똑같은 구조다. 되돌린다는 건 결국 파는 일이고, 파는 순간 세금이 붙는다.
다만 방치 쪽 세금 0은 ‘면제’가 아니라 ‘미룬 것’이다. 26년 뒤 전부 청산한다고 가정하면 방치 쪽도 세금을 크게 물어 CAGR이 6.1%로 내려앉는다. 그래도 순위는 그대로다(연 1회 5.8%, 월 1회 5.6%).
낙폭까지 방치가 얕았던 진짜 이유
가장 이상한 건 최대낙폭이었다. 주식 비중이 82%까지 부푼 쪽이 어떻게 더 얕게 빠질 수 있나. 위기별로 뜯어보니 답이 나왔다.

앞의 두 위기에서는 방치가 확실히 덜 빠졌다(닷컴 −18.4% 대 −22.1%, 금융위기 −24.4% 대 −30.3%). 그런데 뒤의 두 위기에서는 부호가 뒤집힌다(코로나 −12.4% 대 −11.8%, 2022년 −17.9% 대 −17.0%).
이유는 앞의 비중 그래프에 그대로 적혀 있다. 닷컴 거품이 꺼지며 주식 비중을 60%에서 41%로 미리 깎아놨고, 방치했으니 그 상태 그대로 금융위기를 맞았다. 2007년 9월 시점의 주식 비중은 53%였다. 매년 되돌린 쪽은 성실하게 61%를 채워놓고 그 위기를 맞았다. 덜 빠진 게 당연하다.
즉 방치의 방어력은 실력이 아니라 순서였다. 큰 하락장이 연달아 두 번 온 덕에, 첫 번째 하락이 두 번째 하락에 대비한 방패를 대신 만들어준 것이다. 그 방패가 다 닳고 주식 비중이 목표를 넘어선 뒤로는(코로나·2022) 곧바로 방치 쪽이 더 아팠다. 그리고 지금 그 계좌의 주식 비중은 82%다. 다음 하락장은 60/40이 아니라 82/18로 맞게 된다.
직접 해보니 — 리밸런싱은 수익 도구가 아니었다
이 실험을 하기 전까지 나는 리밸런싱을 막연히 ‘수익을 조금 더 얻는 기술’로 여겼다. 26년치를 돌려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리밸런싱의 값어치는 수익률 표에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위험을 내가 정해둔 자리에 묶어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게 왜 중요한지는 공포매도의 값을 계산해 본 글에서 이미 봤다. 낙폭은 단순한 위험 지표가 아니라, 내가 그 전략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느냐를 가르는 스위치였다. 60/40이라 믿고 있다가 82/18짜리 낙폭을 만나면, 그 계좌를 끝까지 들고 있기 어렵다. 리밸런싱은 그 사고를 막는 장치에 가깝다.
앞의 표에서 되돌리는 주기끼리 비교하면 결이 하나 더 보인다. 연 1회든 매달이든 수익은 6.7%로 같은데 세금과 낙폭만 나빠졌다. 자주 만질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었다. 점검 주기 실험에서 얻은 결론과 같다. 되돌릴 거라면 1년에 한 번으로 충분해 보인다.
한계 — 이 결론도 시험지 한 장 위의 이야기
정직하게 짚을 것이 있다. 이 26년은 주식이 채권을 크게 이긴 기간이었다. 그래서 주식 비중이 저절로 불어난 방치 쪽이 유리했다. 반대로 주식이 오래 지지부진한 기간을 넣으면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성과의 폭을 재본 글에서 확인했듯, 시작점만 옮겨도 숫자는 꽤 흔들린다.
데이터도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니라 뱅가드 인덱스펀드로 근사한 프록시다. 세금은 실현이익 22% 단일세율로 단순화했고 공제·손익통산은 넣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금계좌처럼 계좌 안 매매에 세금이 붙지 않는 통장에서는 위 표의 세금 항목이 통째로 사라진다. 어디서 굴리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정리하며
- 리밸런싱은 어긋난 비중을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일이다.
- 안 되돌리면 비중은 계속 흘러간다. 60/40이 26년 만에 82/18이 됐다.
- 이 기간에는 되돌리지 않은 쪽이 수익도 낙폭도 나았다. 흔히 말하는 ‘리밸런싱 보너스’는 없었다.
- 그 방어력은 실력이 아니라 큰 하락이 두 번 연달아 온 순서의 운이었고, 지금은 이미 뒤집혀 있다.
- 되돌린다면 자주 할 이유는 없었다. 수익은 그대로인데 세금과 낙폭만 늘었다.
결국 리밸런싱은 더 벌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내가 어떤 위험을 지고 있는지 알고 있기 위한 습관에 가깝다. 바퀴 정렬 비유가 생각보다 정확했던 셈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달력만 보고 되돌렸다. 1년이 됐으니 되돌리고, 한 달이 됐으니 되돌리는 식이다. 그런데 어긋난 정도가 3%p밖에 안 되는 날에도 굳이 손댈 이유가 있을까. 비중이 목표에서 5%p 넘게 벌어졌을 때만 되돌리는 방식도 있다고 들었다. 신호가 애매할 땐 가만히 있는 게 나았다는 걸 모멘텀 신호에 문턱을 달아본 실험에서 이미 한 번 봤던 터라, 같은 발상을 비중에 적용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