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같은 지수를 따르는 공개된 상품들을 실제 시장 데이터로 직접 비교하며 공부한 학습 기록입니다.
1편(S&P500)에서 국내 상장 해외 ETF가 공시 보수보다 훨씬 많은 값을 어딘가에 흘린다는 걸 재봤고, 2편(나스닥100)·3편(SCHD)에서 그 범인을 좁혀갔다. 세 편 내내 한쪽으로 밀어둔 항목이 하나 있다. 환율이다. 수익의 3분의 1이 환율에서 나왔는데도, 그건 상품의 잘잘못이 아니라며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국내에는 그 환율을 지워주겠다는 상품이 따로 있다. 이름 끝에 (H)가 붙은 환헤지형이다. 더 반가운 건, 지금까지 다룬 바로 그 상품들의 (H) 쌍둥이가 전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운용사, 같은 지수, 같은 보수에 이름만 다르다. 2편에서 QQQ와 QQQM으로 보수 차이만 떼어냈던 것처럼, 이번엔 환헤지 하나만 떼어내는 통제 실험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H)는 무엇을 하는 상품인가
미국 주식을 사면 두 가지에 동시에 투자하게 된다. 주가와 환율이다. S&P500이 10% 올라도 원/달러가 10% 내리면 원화로는 본전이다. (H)는 이 두 번째를 잘라낸다. 선물환 계약으로 달러 값이 변해도 손익이 상쇄되게 묶어두는 것이다.
📌 환헤지 (currency hedge)
환율이 오르내려도 수익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미리 묶어두는 것. 상품 이름 끝의 (H)가 그 표시다. 붙지 않은 상품은 ‘환노출형’으로, 환율 변동을 그대로 함께 받는다.
말만 들으면 (H)가 더 안전해 보인다. 변수가 하나 줄어드니까. 이 편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건 딱 두 가지다. 그 안전은 얼마짜리인가, 그리고 정말 더 안전한가.
쌍둥이 다섯 쌍, 3년 4개월
비교 대상은 이렇다. 각 줄이 운용사·지수·보수가 같고 (H) 여부만 다른 쌍이다.
| 지수 | 환노출형 | 환헤지형 |
|---|---|---|
| S&P500 | TIGER 미국S&P500 | TIGER 미국S&P500(H) |
| S&P500 | KODEX 미국S&P500 | KODEX 미국S&P500(H) |
| 나스닥100 | TIGER 미국나스닥100 | TIGER 미국나스닥100(H) |
| 나스닥100 | KODEX 미국나스닥100 | KODEX 미국나스닥100(H) |
| 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 |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 |
시리즈 규약은 그대로다. 전부 원화 기준·분배금 재투자·세전이고, 출발선은 가장 늦게 상장한 상품(SOL 미국배당다우존스(H), 2023년 3월 21일)에 맞췄다. 그래서 구간은 3년 4개월이다. 짧다. 이 짧음이 나중에 이 글의 가장 큰 한계로 돌아온다.
먼저 알아둘 사실 하나. 이 3년 4개월 동안 원/달러는 1,305원에서 1,464원으로 12.2% 올랐다(연 3.5%). 원화가 계속 약해진 기간이었다는 뜻이다.

세 쌍의 곡선을 나란히 놓으면 결과는 볼 것도 없다. 파란 선(환노출)이 빨간 선(환헤지)을 셋 다 뚜렷하게 앞선다. 숫자로는 이렇다.
| 환노출 CAGR | 환헤지 CAGR | 롤링 1년 갭(중앙값) | |
|---|---|---|---|
| TIGER 미국S&P500 | 25.5% | 18.8% | +8.5%p |
| KODEX 미국S&P500 | 25.8% | 18.5% | +9.2%p |
| TIGER 미국나스닥100 | 31.2% | 24.1% | +9.1%p |
| KODEX 미국나스닥100 | 31.4% | 23.9% | +9.6%p |
|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 17.9% | 11.7% | +7.8%p |
갭이 연 6~7%p(롤링으로는 8~10%p)씩 난다.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재온 국내 상품의 마찰이 연 0.3~0.9%p였던 걸 생각하면 자릿수가 다르다. 다만 이 숫자는 대부분 환율이 오른 덕이다. 환율이 반대로 움직였다면 부호도 반대가 됐을 것이다. 이건 상품의 우열이 아니라 방향에 대한 베팅의 결과다.
환율을 지워도 남는 것 — 헤지 비용
그래서 환율 효과를 걷어낸 비교가 필요했다. 국내 (H)를 달러 기준 원조(SPY·QQQ·SCHD)와 견주는 것이다. (H)는 환율을 지운 상품이니, 헤지가 공짜라면 달러 기준 원조와 성적이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 국내 (H)는 달러 기준 원조보다 연 2.7~3.3%p 뒤처졌다. 여기엔 1편에서 이미 잰 국내 상품 자체의 마찰(연 0.3~0.7%p)이 섞여 있으니, 그걸 덜어내면 순수하게 헤지에 드는 값이 연 2%대 중반쯤 된다.
이 숫자의 정체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다. 달러를 미리 팔아두는 계약의 가격은 두 나라 금리차를 따라간다. 지난 3년은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1.5~2%p 높았고, 그 차이만큼이 매년 수익에서 빠져나갔다. 실측된 2%대 중반이 그 언저리와 맞는다.
📌 헤지 비용
환헤지에 드는 값. 보수처럼 따로 청구되지 않고 수익률에서 조용히 빠진다. 상품 설명서의 총보수(0.01%)에는 잡히지 않는다.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지면 반대로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공시 보수가 0.01%인 상품에서 연 2%대가 빠진다. 보수표만 보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값이다. 1편에서 “보수표는 결과를 말해주지 않는다”고 썼는데, (H)에서는 그 격차가 훨씬 크다.
더 놀란 건 위험 쪽이었다
여기까지는 “안전을 사려면 값을 치른다”는 흔한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그 ‘안전’을 재보니 예상이 뒤집혔다.
| 환노출 변동성 | 환헤지 변동성 | 환노출 MDD | 환헤지 MDD | |
|---|---|---|---|---|
| TIGER 미국S&P500 | 15.7% | 16.6% | −19.2% | −20.9% |
| TIGER 미국나스닥100 | 20.5% | 22.3% | −24.3% | −25.7% |
|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 14.4% | 14.1% | −13.3% | −17.5% |
환헤지 쪽이 오히려 더 흔들리고 더 깊게 빠졌다. 최대낙폭은 다섯 쌍 전부 (H)가 더 깊었고, 배당 상품에서는 4.2%p나 차이가 났다. 변동성도 다섯 쌍 중 넷에서 (H)가 높았다(SOL만 예외로 0.3%p 낮았다).
이유는 두 상품의 하루하루 차이를 뜯어보면 나온다. 둘 다 한국 장에서 같은 시간에 거래되니, 환노출 수익률에서 (H) 수익률을 뺀 값이 곧 그날 환율이 보태준 몫이다. 그 값과 주가 수익률의 관계를 그리면 이렇다.

오른쪽 그림의 점들이 뚜렷하게 우하향한다(상관 −0.38, 다섯 쌍 모두 −0.32~−0.47). 주가가 빠지는 날일수록 환율은 올라 환노출 투자자를 받쳐줬다는 뜻이다. 세계 시장이 흔들리면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리고, 원화는 약해진다. 원화로 사는 사람에게 달러 노출은 위험 요소이기만 한 게 아니라 하락장에서 작동하는 완충재이기도 했다.
(H)는 그 완충재를 떼어낸다. 환율이라는 변수를 지우는 대신, 주가 하락을 고스란히 다 받는 것이다. 위험을 없앤 게 아니라 위험의 종류를 바꾼 셈이다.
정직하게 — 달러가 항상 방패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반례가 있다. 왼쪽 막대가 그것이다. 2025년 4월 관세 쇼크에서는 예상대로 환노출이 덜 빠졌지만(−18.9% 대 −20.9%), 2024년 8월 엔캐리 청산 때는 정반대였다(−9.1% 대 −8.3%). 그때는 달러가 오히려 약해져서, 환노출 투자자가 주가와 환율에 양쪽으로 맞았다.
완충재는 위기의 종류를 가린다. 달러가 도피처가 되는 위기에서는 작동하고, 달러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체 기간 낙폭에서 환노출이 이긴 건 이 3년에 전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한계는 더 있다. 구간이 3년 4개월로 짧고, 그동안 원/달러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롤링 1년 갭이 마이너스였던 날은 전체의 0.4%도 되지 않는다. 이건 환노출이 늘 이긴다는 증거가 아니라, 이 시험지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증거로 읽어야 맞다. 백테스트 숫자의 폭을 재본 글에서 배운 대로, 시작점만 옮겨도 이런 숫자는 크게 흔들린다. 세금과 매매 비용도 넣지 않았다.
다만 갈라 볼 필요는 있다. 수익 갭(6~7%p)은 환율 방향에 통째로 매인 숫자지만, 헤지 비용(연 2%대)과 완충재의 존재는 방향과 무관한 구조적 성질이다. 환율이 어느 쪽으로 가든 금리차만큼은 계속 나가고, 하락장에서 달러가 받쳐주는 성질도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H)를 사야 하나
이 실험이 말해주는 건 이 정도다. (H)는 ‘더 안전한 버전’이 아니라 다른 것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원화가 강해질 거라 보거나, 환율 때문에 계좌가 출렁이는 걸 견디기 어렵거나, 몇 년 뒤 원화로 쓸 돈이 정해져 있다면 연 2%대의 값을 치를 이유가 있다. 반대로 20~30년 굴릴 노후 자금이라면, 매년 나가는 그 비용과 하락장의 완충재를 함께 포기하는 셈이 된다.
개념 쪽 이야기는 환헤지·추적오차·괴리율을 정리한 글에 따로 적어뒀다. 그때는 “환헤지에 비용이 든다”고 말로만 썼는데, 이번에 그 값이 얼마인지 숫자로 확인한 셈이다.
정리하며
- 같은 운용사·지수의 (H) 쌍둥이 다섯 쌍을 3년 4개월 재봤다.
- 환노출이 연 6~7%p 앞섰다. 다만 이건 원/달러가 12% 오른 기간이라 그렇다.
- 환율을 지우고 봐도 (H)는 달러 기준 원조보다 연 2.7~3.3%p 뒤처졌다. 국내 상품 마찰을 빼면 순수 헤지 비용이 연 2%대 중반 — 공시 보수 0.01%에는 안 잡히는 값이다.
- (H)가 더 안전하지 않았다. 최대낙폭은 다섯 쌍 모두 (H)가 더 깊었다. 원화 투자자에게 달러 노출은 하락장의 완충재였기 때문이다(상관 −0.32~−0.47).
- 단, 2024년 8월처럼 달러가 함께 약해지는 위기에서는 그 완충재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환율이 하락장에서 완충재 노릇을 한다면, 그건 달러를 얼마나 들고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자산배분 실험을 하면서 환율을 한 번도 자산으로 취급한 적이 없다. 전부 달러 기준으로 굴리고 마지막에 원화로 환산했을 뿐이다. 원화로 사는 사람에게 ‘미국 주식 60%’는 사실 ‘미국 주식 60% + 달러 60%’였던 셈인데, 그걸 계산에 넣으면 익숙한 배분들의 그림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으며, 과거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