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투자 전략 하나를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돌려본 전략들은 하나같이 타이밍으로 싸웠다. 모멘텀을 재서, 위험하다 싶으면 채권으로 피하고, 괜찮다 싶으면 다시 주식을 드는 식이다. 그런데 지난 리밸런싱 주기 실험이 좀 허무하게 끝났다. 아무리 자주 점검해도 코로나 같은 빠른 급락은 못 피했으니까. 규칙이 아무리 빨라도 급락이 더 빨랐다.
그러다 문득 반대편이 궁금해졌다. 아예 예측을 포기하면 어떨까? 언제 위험한지 맞히려 애쓰지 말고, 처음부터 오르는 자산·내리는 자산을 골고루 담아두면. 그러면 급락이 와도 어느 한쪽은 버텨줄 테니, 애초에 ‘피할 타이밍’을 맞힐 필요가 없어진다. 이 발상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게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All Weather) 포트폴리오다. 머리로만 굴리지 말고 직접 돌려봤다.
올웨더란 — 사계절에 각각 우산을 준비해두는 것
올웨더의 발상은 단순하다. 경제에는 네 가지 ‘계절’이 있다. 성장할 때와 침체할 때, 물가가 오를 때와 내릴 때. 어느 계절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각 계절에 강한 자산을 미리 다 담아두자는 것이다. 주식은 성장기에, 국채는 침체·디플레에, 금과 원자재는 인플레에 강하다. 넷을 다 들고 있으면 어떤 계절이 와도 우산 하나는 펴져 있다.
📌 올웨더(All Weather)란?
‘모든 날씨’라는 이름 그대로, 어떤 경제 국면에서도 크게 무너지지 않게 여러 자산을 골고루 담는 전략. 맞히는 게 아니라 대비하는 쪽이다. 레이 달리오의 헤지펀드에서 나왔고, 개인용으로 단순화한 버전을 흔히 ‘All Seasons’라 부른다.
여기서 돌린 건 그 개인용 대중판이다. 구성은 이렇다.
| 자산 | 비중 | 담당 계절 |
|---|---|---|
| 미국주식 | 30% | 성장 |
| 장기국채 | 40% | 침체·디플레 |
| 중기국채 | 15% | 완충 |
| 금 | 7.5% | 인플레·위기 |
| 원자재 | 7.5% | 인플레 |
눈에 띄는 건 채권이 55%(장기 40 + 중기 15)로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다. 주식보다 훨씬 많다. 왜 이렇게 채권에 무겁게 실었을까? 여기엔 ‘리스크 패리티’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 리스크 패리티(위험 균형)란?
돈을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니라, 위험을 똑같이 나누는 배분법. 주식은 채권보다 훨씬 크게 출렁이므로, 금액을 반반으로 담으면 위험은 주식이 다 차지해버린다. 그래서 덜 흔들리는 채권을 더 많이 담아, 각 자산이 주는 ‘흔들림의 몫’을 비슷하게 맞춘다. 올웨더가 채권을 절반 넘게 담는 이유다.
그리고 올웨더는 예측도 매매도 거의 하지 않는다. 처음 정한 비중을 1년에 한 번 원래대로 되돌릴 뿐이다. 지난 글의 모멘텀 전략이 26년간 88번 갈아탄 것과 정반대다. 사놓고 거의 내버려 둔다.
직접 백테스트해 봤다
올웨더 혼자만 보면 잘하는지 알 수 없어서, 세 개의 비교 대상을 나란히 놓았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다뤄온 ‘타이밍’ 쪽 대표로 가속 듀얼 모멘텀(ADM), ‘그냥 골고루’의 기준선으로 미국+선진국 50:50 분산, 그리고 참고선으로 미국주식 단순 보유다.
기간은 넷 다 2000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닷컴 붕괴·금융위기·코로나·2022년을 모두 담는 구간이다. 밝혀 둘 게 있다. 2000년까지 소급하기 위해 이번에도 프록시를 썼는데, 주식·국채는 뱅가드 인덱스펀드, 금은 선물 가격, 원자재는 블룸버그 상품지수다. 특히 원자재는 ‘지수’라서 실제 상품펀드보다 수익이 낮게 잡히는 보수적 근사다. 배당 반영·편도 0.10% 비용에 세금은 넣지 않았다.

곡선을 보면 두 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첫째, 진한 파란 선(올웨더)은 놀랍도록 잔잔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회색 선들(50:50·미국주식)이 반토막 나며 바닥으로 꺼지는데, 파란 선은 거의 흔들리지 않고 미끄러진다(어느 선이 무엇인지는 그래프 왼쪽 위 범례에도 적어 뒀다). 아래 낙폭 그래프를 보면 더 분명하다. 회색 선들이 −50% 넘게 파이는 동안, 파란 선은 −20% 안쪽에서 논다.
둘째, 그런데 맨 위에 있는 건 주황 선(ADM 모멘텀)이다. 잔잔한 올웨더보다 훨씬 높이 올라가 있다. 즉 이 그림은 이미 이 글의 결론을 반쯤 품고 있다. 올웨더는 가장 안 흔들리지만, 가장 많이 벌지는 못했다.
지표로 평가
지표 풀이는 지난 글들에 정리해 뒀으니(성과 측정과 소르티노 지수) 표부터 본다.
| 지표 | 올웨더 | ADM 모멘텀 | 50:50 분산 | 미국주식(참고) |
|---|---|---|---|---|
| 최종 수익률 | 362% | 1,393% | 481% | 671% |
| 연복리(CAGR) | 6.1% | 11.0% | 7.1% | 8.2% |
| 최대낙폭(MDD) | −20.1% | −24.4% | −54.0% | −51.0% |
| 샤프 지수 | 0.86 | 0.96 | 0.52 | 0.60 |
| 연변동성 | 7.2% | 11.6% | 15.5% | 15.2% |
숫자가 올웨더의 정체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가장 안 흔들린다 — 최대낙폭 −20%, 변동성 7.2%로 넷 중 압도적으로 낮다. 26년을 굴리면서 가장 마음 편한 곡선이었다. 그런데 가장 적게 번다 — CAGR 6.1%로 꼴찌다. 그냥 반반 담은 50:50(7.1%)보다도, 주식만 들고 버틴 것(8.2%)보다도 낮다. 위험 대비 효율(샤프 0.86)은 그냥 보유한 둘보다 훨씬 좋지만, 타이밍 전략인 ADM(0.96)에는 근소하게 뒤진다.
소문과 달랐던 지점 / 직접 해보니
첫째, 급락 방어는 올웨더가 진짜 승자였다. 위기별로 얼마나 빠졌는지 보자.
| 위기 구간 | 올웨더 | ADM 모멘텀 | 50:50 분산 | 미국주식 |
|---|---|---|---|---|
| 닷컴(00–03) | −3.8% | −12.8% | −43.7% | −44.8% |
| 금융위기(07–09) | −14.6% | −14.7% | −54.0% | −51.0% |
| 코로나(2020) | −2.0% | −9.0% | −20.7% | −19.6% |
| 2022 | −17.9% | −20.1% | −22.3% | −20.3% |
지난 글에서 그렇게 애를 먹었던 코로나 급락을, 올웨더는 −2%로 거의 무시했다. 매주 점검해도 −16%씩 맞았던 그 급락을. 심지어 타이밍 전략(ADM −9%)보다도 훨씬 덜 빠졌다. 비결은 허무할 만큼 단순하다. 올웨더는 애초에 피할 필요가 없었다. 타이밍 전략은 급락 신호를 보고 나서 채권으로 갈아타야 하니 늘 한 박자 늦는다. 반면 올웨더는 이미 채권과 금을 절반 넘게 들고 있다. 늘 ‘대피 상태’이니 지각할 게 없다. 지난 글이 “급락이 규칙보다 빨라서 못 피했다”고 끝났는데, 올웨더는 아예 피하려 들지 않음으로써 그 문제를 비켜간 셈이다.

이 그림이 ‘사계절’의 뜻을 잘 보여준다. 닷컴·금융위기 때 주식(파란 막대)이 −40% 안팎으로 무너질 때, 국채(빨강·주황)와 금(노랑)이 +13~32%로 그 손실을 메웠다. 코로나 때도 국채와 금이 +13%씩 벌어 방패가 됐다. 어느 계절이든 담아둔 자산 중 하나는 우산을 폈다.
둘째, ‘모든 계절’이라는 이름이 정작 인플레 계절에 무너졌다. 위 표를 다시 보면 유독 튀는 칸이 있다. 2022년, 올웨더가 −17.9%로 그해 가장 크게 빠졌다. 코로나(−2%)보다, 닷컴(−3.8%)보다 훨씬 아팠다. ‘모든 계절에 강하다’는 전략이 정작 물가가 치솟은 해에 제일 휘청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림의 2022년 칸을 보면 답이 보인다. 그해엔 거의 모든 막대가 빨간색이다. 주식 −14%, 장기국채 −27%, 중기국채 −9%.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이 주식보다 더 무너졌다. 문제는 올웨더가 그 채권을 55%나 들고 있었다는 것. 평소 방패였던 자산이 그해엔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 정작 인플레에 강하다던 금(+1.4%)과 원자재(+4.6%)는 플러스로 버텼지만, 둘을 합쳐 15%뿐이라 55%가 무너지는 걸 떠받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웨더가 사실은 ‘지난 40년간의 채권 강세장’에 크게 기대고 있었다는 걸, 2022년이 드러낸 셈이다.
셋째, 결국 이번에도 ‘맞바꿈’이었다. 올웨더는 가장 안전하지만(MDD −20%, 변동성 7%), 그 대가로 가장 적게 번다(CAGR 6.1%). 타이밍 전략(ADM)은 더 벌지만(11.0%) 더 출렁이고 더 깊이 빠진다(−24%). 안전을 사려면 수익을 내주는 맞바꿈. 공짜 점심은 여기도 없었다. 그래서 ‘타이밍이냐 분산이냐’에 깔끔한 승자는 없었다. 수익과 효율만 보면 타이밍이 앞섰지만,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고 가장 빠른 급락(코로나)까지 막아낸 건 올웨더였다. 무엇을 더 견디기 힘든지에 따라 답이 갈린다.
정리하며
올웨더를 돌려보기 전엔 ‘모든 계절에 강하다’는 이름이 좀 과장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급락 방어만 보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닷컴도 코로나도 거의 무시했으니까. 다만 그 잔잔함의 대가로 수익은 가장 낮았고, 정작 2022년 인플레 계절엔 채권 쏠림 탓에 제일 아팠다. ‘사계절’이라지만, 실은 채권이 잘나가던 계절에 최적화돼 있던 셈이다.
경계할 것은 지난번과 같다. 프록시로 낸 근사치이고(특히 원자재는 지수라 실제보다 수익이 낮게 잡힌다), 2000~2026이라는 한 구간의 한 성적표다. 세금도 넣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올웨더가 2022년에 휘청인 게 채권 55% 쏠림 때문이었다면, 그 비중을 국면에 따라 조금씩 바꾸면 어떨까. 물론 그 순간 ‘예측하지 않는다’는 올웨더의 미덕은 사라지겠지만. 그리고 하나 더 — 올웨더처럼 예측 없이 골고루 담는 유명한 처방이 몇 개 더 있다. 주식·채권을 6대 4로 나누는 고전이나, 넷을 똑같이 4등분하는 단순한 배분 같은 것들. 이름은 다 다른데 결국 ‘골고루’의 변주다. 그것들을 같은 잣대로 나란히 세우면 무엇이 다를지, 언젠가 하나씩 돌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산은 실제 ETF가 아닌 프록시(인덱스펀드·금 선물·상품지수)로 근사했고,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