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전략을 실제 데이터로 직접 백테스트하며 공부한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타이밍 전략의 횡보장 약점을 ‘섞어서’ 누그러뜨렸다. 그런데 그 글을 닫으며 남긴 찜찜함이 있다. 섞는 건 증상 완화지 뿌리 수술이 아니라는 것. 병의 뿌리는 분명했다 — 모멘텀 신호가 0 근처에서 오락가락할 때마다 전 재산을 갈아탄다는 것. 오늘은 그 뿌리를 직접 건드려본다. 신호에 문턱을 달아서, 애매할 땐 갈아타지 않고 버티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발상 — 보일러는 20.0도에서 껐다 켰다 하지 않는다
집 보일러를 떠올려보자. 목표 온도가 20도라고 20.0도를 넘는 순간 끄고 19.9도로 떨어지는 순간 켜면, 보일러는 하루 종일 딸깍거리다 고장 난다. 그래서 실제 온도조절기는 19.5도에 켜고 20.5도에 끈다 — 경계에 ‘문턱’을 두어 잔떨림을 무시하는 것이다.
가속 듀얼 모멘텀(ADM)은 지금 그 고장 나는 보일러처럼 군다. 모멘텀이 0보다 크면 주식, 작으면 채권 — 기준이 딱 0 하나라, 신호가 +0.3%와 -0.3% 사이를 넘나드는 횡보장엔 매달 전 재산이 오간다. 이 헛매매를 휩쏘라 불러왔다.
📌 휩쏘(whipsaw)란?
신호를 따라 갈아탔는데 시장이 곧바로 반대로 움직여, 팔고 나니 오르고 사고 나니 내리는 헛매매. 채찍(whip)이 앞뒤로 후려치는 모양에서 온 말이다. 수수료를 두 번 내고 방향까지 틀리니 이중으로 아프다.
문턱을 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이번 실험의 진짜 질문은 “어느 쪽 문턱이냐”다.
| 문턱 | 규칙 | 비유 |
|---|---|---|
| 높이 문턱 (밴드) | 모멘텀이 ±1~3%를 넘어야 갈아탐. 그 안(데드존)이면 지금 상태 유지 | 온도조절기의 19.5~20.5도 |
| 시간 문턱 (확인 대기) | 반대 신호가 2개월 연속이어야 갈아탐 | “한 번 더 보고 결정하자” |
둘 다 문턱은 위험↔안전 전환(절대 모멘텀)에만 달았고, 나머지 규칙·데이터는 원본 ADM 그대로다(프록시 데이터, 2000년 8월~2026년 6월, 매월 점검, 편도 비용 0.1%, 배당 재투자, 세금 미반영). 변수 하나만 바꾸는 시리즈의 원칙대로.
직접 백테스트해봤다

| 최종수익률 | 연복리(CAGR) | 최대낙폭(MDD) | 샤프 | 매매횟수 | 위험↔안전 전환 | |
|---|---|---|---|---|---|---|
| 원본 (문턱 없음) | +1,393% | 11.0% | -24.4% | 0.96 | 88회 | 42회 |
| 밴드 1% | +1,468% | 11.2% | -23.0% | 0.99 | 80회 | 34회 |
| 밴드 2% | +1,684% | 11.8% | -20.1% | 1.04 | 69회 | 22회 |
| 밴드 3% | +1,279% | 10.7% | -20.1% | 0.94 | 67회 | 20회 |
| 확인 2개월 | +787% | 8.8% | -26.9% | 0.78 | 72회 | 24회 |
| 미국주식 (참고) | +671% | 8.2% | -51.0% | 0.60 | — | — |
한눈에 봐도 두 문턱의 운명이 갈렸다. 하나씩 보자.
반전 하나 — 밴드 2%는 ‘맞바꿈’이 아니었다
이 시리즈를 아홉 편 돌리는 동안 몸에 밴 법칙이 있다. 얻으면 내준다. 방어를 얻으면 수익을 내주고(대피처·리밸런싱 빈도), 안정을 얻으면 상승을 내줬다(블렌드). 그런데 밴드 2%는 그 법칙을 깼다. 수익이 오르고(11.0→11.8%) 동시에 낙폭이 얕아졌다(-24.4→-20.1%). 위험↔안전 전환은 42회에서 22회로 반토막.

어떻게 둘 다 좋아질 수 있나. 데드존이 잘라낸 매매들이 애초에 돈을 잃던 매매였기 때문이다. 신호가 0 근처에서 간당간당할 때의 갈아타기는 방향을 맞힐 확률이 반반인데 비용은 확정이다 — 그걸 안 하는 것만으로 비용이 절약되고 헛손질이 사라진다. 보일러의 딸깍거림을 없앤 셈이다.
반전 둘 — 같은 ‘신중함’인데, 시간 문턱은 재앙이었다
그럼 “한 번 더 보고 결정”하는 확인 대기도 비슷하게 좋아야 하지 않나. 결과는 정반대다. 연복리 8.8%로 원본보다 2.2%p 낮고, 낙폭은 오히려 더 깊다(-26.9%). 어디서 이렇게 깨졌는지 구간을 잘라보면:

| 위기 | 원본 | 밴드 2% | 확인 2개월 |
|---|---|---|---|
| 금융위기(07–09) | +2.9% | +0.3% | -21.6% |
| 첫 대피 시점 | 2007-12 | 2008-01 | 2008-01 |
| 코로나(2020 상반기) | -1.3% | -5.3% | -16.5% |
| 첫 대피 시점 | 2020-02 | 2020-02 | 2020-03 |
금융위기에서 원본은 +2.9%로 살아 나왔는데 확인 2개월은 -21.6%를 맞았다. 첫 대피는 겨우 한 달 차이인데 왜 이렇게 벌어졌을까. 매매 기록을 짚어보니 2008년 내내 모든 스텝이 정확히 한 박자씩 늦었다. 늦게 나가서 1월 급락을 맞고, 5월의 가짜 반등엔 한 박자 늦게 들어가 6월 급락을 또 맞고, 2009년 4월의 진짜 반등은 한 박자 늦게 타서 놓쳤다. 위기장은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데, 시간 문턱은 그 모든 전환에 세금처럼 한 달을 물린다.
밴드는 왜 무사했나.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재미있는 지점이다. 진짜 급락은 문턱의 ‘높이’를 순식간에 넘는다. 코로나 때 모멘텀은 한 달 만에 -2%쯤은 가볍게 뚫고 내려갔다 — 그래서 밴드 2%의 대피일은 원본과 같은 2020년 2월이다. 반면 ‘시간’은 신호가 아무리 강해도 건너뛸 수 없다. 확인 2개월은 코로나 바닥이 지난 3월 말에야 대피했다. 급락은 문턱의 ‘높이’는 순식간에 넘어버리지만, ‘시간’만은 건너뛰지 못한다. 리밸런싱 빈도 실험에서 “급락의 속도가 문제”라던 결론이, 문턱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반전 셋 — 그럼 2%가 정답이냐면, 그건 아니다
여기서 정직하게 짚어야 할 게 있다. 1% → 2% → 3%의 성적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1%는 11.2%, 2%는 11.8%로 오르다가 3%에선 10.7%로 도로 떨어진다. 문턱이 너무 높으면 이번엔 재진입이 굼떠져서 반등 초입을 놓치기 때문이다(2010~11년 구간에서 밴드 3%는 +0.1%로 사실상 제자리 — 재진입 지각의 값). 심지어 2015~16년엔 3%만 +11.9%로 유독 좋았는데, 이건 그 구간의 우연에 가깝다.
이렇게 최적점이 뾰족하고 구간마다 널뛰면, “2%가 마법의 숫자”라고 믿는 순간 과최적화의 함정에 빠진다. 이 실험에서 가져갈 것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다 — “0에서 즉시 반응”보다는 “약간의 문턱을 두고 버티기”가 낫더라, 거기까지.
📌 과최적화(overfitting)란?
과거 데이터에 제일 좋았던 파라미터를 골라내는 것. 문제는 그 숫자가 ‘과거의 우연’까지 학습해버려, 미래엔 그만큼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파라미터를 조금 바꿨는데 결과가 널뛴다면 과최적화를 의심해야 한다.
직접 해보니, 그리고 한계
솔직한 소감은 “이렇게 싼 수술이었나”다. 코드로는 조건문 하나, 규칙으로는 문장 하나(“애매하면 버틴다”)를 더한 것뿐인데 헛매매가 반으로 줄고 수익·낙폭이 같이 좋아졌다. 9편에서 전략을 통째로 섞어 얻었던 개선과 비교하면, 이쪽이 훨씬 가볍다.
경계할 것들. 첫째, 방금 말한 과최적화 — 밴드 폭의 성과는 구간 의존적이라 ‘2%’라는 숫자 자체에 큰 의미를 두면 안 된다. 둘째, 문턱은 위험↔안전 전환에만 달았다. 미국주식↔선진국주식을 오가는 갈아타기(상대 모멘텀)의 휩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셋째, 파라미터가 하나 늘었다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 시리즈 내내 봐온 대로, 손잡이가 늘수록 과거에 맞추기는 쉬워지고 미래는 장담 못 하게 된다. 넷째, 어디까지나 이 기간·이 프록시 데이터의 결과다.
정리하며
신호에 문턱을 달아봤다. 결론은 문턱의 종류가 갈랐다. 높이 문턱(밴드)은 횡보장 헛매매의 뿌리를 실제로 잘라냈다 — 시리즈에서 처음 보는, 수익과 위험이 동시에 좋아지는 수술이었다. 시간 문턱(확인 대기)은 같은 ‘신중함’처럼 보이지만 위기의 모든 전환을 한 박자씩 늦춰 재앙이 됐다. 급락은 높이는 넘어주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최적 숫자를 못 박는 순간 과최적화가 기다린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문턱은 ‘언제 갈아탈까’를 다듬는 일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무엇을 보고’ 판단하느냐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내 자산의 모멘텀이 아니라,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위험을 먼저 감지한다는 다른 자산들의 기색을 보고 대피하는 유명한 전략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 새는 정말 먼저 우는지, 언젠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닌 프록시(인덱스펀드) 기준입니다. 거래비용은 편도 0.1%를 반영했고 세금·배당 과세는 미반영입니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