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투자 전략 하나를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가속 듀얼 모멘텀(ADM) 실험은 또 하나의 물음표를 남기고 끝났다. 급락에서 새는 게 결국 ‘대피소’의 문제라면, 안전자산을 종합채권 대신 장기국채처럼 성격이 다른 걸로 바꾸면 그림이 달라질까? 상식적으로는 그럴듯하다. 만기가 긴 국채는 위기 때 사람들이 몰려드는 ‘진짜 안전자산’으로 통하니까. 더 튼튼한 대피소로 갈아타면 급락도 덜 아프지 않을까.
머리로만 굴리지 말고 직접 돌려봤다. 그런데 이번에도 상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더 긴 국채는 ‘더 안전한 대피소’가 아니라 더 세게 벌고 더 세게 잃는 대피소였다.
무엇을 바꿨나 — 전략은 그대로, 대피소만 바꾼다
듀얼 모멘텀 계열은 위험자산(주식)이 하락 추세로 돌아서면 100%를 안전자산으로 옮겨 담는다. 이 ‘숨는 곳’을 대피처라 부르자. 원조와 지난 글의 ADM은 모두 미국 종합채권으로 숨었다.
📌 대피처(안전자산)란?
듀얼 모멘텀이 “지금은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때 돈을 통째로 옮겨 두는 곳. 원조는 미국 종합채권이다. 주식이 빠지는 동안 여기서 버티다가, 다시 오름세가 확인되면 주식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이 대피처만 국채 만기(듀레이션)를 따라 세 단계로 바꿨다. 단기국채 → 종합채권(원조) → 장기국채. 나머지는 전부 지난 글의 승자였던 ADM(1·3·6개월) 그대로다.
📌 듀레이션(만기)이란?
채권이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나타내는 값.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값이 크게 출렁인다. 금리가 내리면 장기국채는 크게 벌고, 오르면 크게 잃는다. 단기국채는 그 반대로 밋밋하다.
어떻게 판단하나 — 갈아탈 ‘시점’은 건드리지 않았다
여기가 이 실험의 핵심이다. ADM이 “지금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규칙(가장 센 자산 고르기 → 그게 오르는 중이면 보유, 아니면 대피)은 대피처가 뭐든 똑같이 작동한다. 절대 모멘텀을 0과 비교할 뿐, 대피처의 수익률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세 방식은 같은 날 사고 같은 날 판다. 매매 횟수도, 채권으로 숨어 있던 기간도 완전히 동일하다. 바뀌는 건 오직 하나 — 숨어 있는 동안 그 대피처가 어떻게 움직였느냐뿐이다. 순수하게 ‘대피소의 성질’만 비교되는, 잘 통제된 실험인 셈이다. (판단 흐름 자체는 지난 듀얼 모멘텀 글의 다이어그램과 똑같다.)
직접 백테스트해 봤다
조건은 지난번과 같다. 2000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미국주식·선진국주식·국채를 뱅가드 인덱스펀드 프록시로 근사했고, 배당 반영·편도 0.10% 비용·세금은 넣지 않았다. 세 대피처 모두 똑같이 2000년 8월에 출발한다.

초록 선이 단기국채, 파란 선이 종합채권(원조), 빨간 선이 장기국채로 대피했을 때다(어느 선이 무엇인지는 그래프 왼쪽 위 범례에도 적어 뒀다). 세 선은 대부분 겹쳐 있다가, 주식이 빠져 채권으로 숨어 있는 구간에서만 갈라진다. 특히 오른쪽 두 개의 베이지색 음영(코로나·2022)을 눈여겨보자. 아래 낙폭 그래프에서 빨간 선(장기국채)이 2022년에 유독 깊이 파고드는 게 보인다. 세로축은 로그 눈금이라 위아래 같은 간격이 같은 배수를 뜻한다.
지표로 평가
세 대피처와, 참고로 그냥 분산 보유(50:50)를 나란히 놓았다. 지표 설명은 지난 글들에서 풀어 뒀으니(샤프·소르티노는 성과 측정과 소르티노 지수) 표부터 본다.
| 지표 | 단기국채 | 종합채권(원조) | 장기국채 | 50:50 분산(참고) |
|---|---|---|---|---|
| 최종 수익률 | 1265.4% | 1393.4% | 1755.0% | 481.3% |
| 연복리(CAGR) | 10.6% | 11.0% | 12.0% | 7.1% |
| 최대낙폭(MDD) | −21.5% | −24.4% | −34.0% | −54.0% |
| 샤프 지수 | 0.94 | 0.96 | 0.93 | 0.52 |
| 소르티노 | 1.34 | 1.42 | 1.52 | 0.71 |
| 연변동성 | 11.4% | 11.6% | 13.1% | 15.5% |
| 매매 횟수 | 88회 | 88회 | 88회 | 0회 |
| 채권 대피 비중 | 22.2% | 22.2% | 22.2% | — |
매매 횟수와 대피 비중이 셋 다 88회·22.2%로 똑같다. 앞서 말한 대로 ‘갈아타는 시점’은 손대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성적표는 갈렸다. 장기국채가 수익(CAGR 12.0%)은 가장 높은데 최대낙폭(−34.0%)도 가장 깊다. 단기국채는 정반대로, 수익은 제일 낮지만(10.6%) 가장 덜 아팠다(−21.5%). 더 긴 국채로 숨는 건 ‘안전’을 산 게 아니라 ‘변동’을 산 것이었다.
소문과 달랐던 지점 / 직접 해보니
위기 때 각 대피처가 얼마나 빠졌는지만 떼어 그렸다. 여기서 이야기가 셋으로 갈렸다.

첫째, 코로나는 대피처를 뭘로 바꿔도 똑같이 아팠다. 세 막대가 −8~9%로 나란히 붙어 있다. 이상하다. 장기국채는 위기 때 강하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로 코로나 국면에 장기국채 자체는 +13.2%나 올랐다(종합채권 +4.1%, 단기국채 +2.8%). 최고의 피난처가 맞았다. 그런데 전략은 그 이득을 못 챙겼다. 왜? 매달 한 번 점검하는 ADM이 급락을 다 맞고 나서야 채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대피소도, 폭풍이 지나간 뒤에 들어가면 소용이 없다. 지난 글이 남긴 진짜 약점 — ‘타이밍’—을 대피처 교체로는 고칠 수 없다는 게 여기서 드러난다.
둘째, 2022년엔 대피소가 오히려 위험의 진원이었다. 장기국채로 숨었을 때 낙폭이 −30.3%로, 종합채권(−20.1%)·단기국채(−17.0%)를 크게 웃돈다. 이유는 대피처 자체의 성적에 있다. 금리가 급히 오른 2022년, 장기국채는 그 자체로 −26.9% 폭락했다(단기국채는 −4.0%에 그쳤다). 주식을 피해 숨은 곳이 주식만큼 무너진 것이다.
📌 왜 2022년엔 채권도 같이 빠졌나?
채권값과 금리는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값은 떨어지는데,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타격이 크다. 2022년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해라, 장기국채가 주식과 나란히 무너졌다.
셋째, 가장 수수한 단기국채가 방어의 승자였다. 최대낙폭이 −21.5%로 셋 중 가장 얕고, 2022년도 −17.0%로 가장 잘 버텼다. 대신 장기 수익은 CAGR 10.6%로 0.4%p쯤 양보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대피소’라는 이름값은 단기국채가 가장 충실히 했다.
정리하며
“더 튼튼한 대피소로 갈아타면 급락도 덜 아플까”의 답은 “아니, 만기를 늘리는 건 방어 강화가 아니라 수익과 위험을 함께 키우는 맞바꿈이었다”였다. 장기국채는 20년 금리 하락장이 준 보너스로 수익은 가장 높았지만, 그 대가로 최대낙폭이 −34%까지 깊어졌고 2022년엔 대피소가 되레 무너졌다. 정작 지난 글이 궁금해했던 코로나 급락은, 어느 대피처로도 나아지지 않았다. 문제는 대피소의 재질이 아니라 ‘늦게 들어간 타이밍’이었으니까.
경계할 것은 지난번과 같다. 프록시로 낸 근사치이고, 2000~2026이라는 한 구간의 한 성적표다. 이 기간이 장기국채에 유독 유리한 금리 하락기였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금리 방향이 반대였다면 장기국채의 수익 우위는 사라졌을 것이다. 세금도 넣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코로나에서 새는 게 결국 ‘늦게 들어간 타이밍’ 탓이라면, 매달 한 번이 아니라 더 자주 점검하면 그 지각을 줄일 수 있을까. 아니면 대피소를 하나로 정하지 말고, 주식이 빠지는 이유(디플레냐 인플레냐)에 따라 장기국채와 단기국채를 갈아 쥐면 어떨까. 대피소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갈리는 걸 보니, ‘언제 숨느냐’와 ‘무엇으로 숨느냐’는 결국 한 몸인 듯싶다. 언젠가 따로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산은 실제 ETF가 아닌 인덱스펀드 프록시로 근사했고,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