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투자 전략들을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두 글(올웨더, 고정 분산 비교)에서 계속 걸리던 게 있었다. 올웨더도, 영구 포트폴리오도, 60/40도, 하나같이 비중을 절대 바꾸지 않는다. 2022년처럼 채권이 몇 달에 걸쳐 뚜렷한 내리막으로 접어들어도, 정해둔 비중대로 그대로 들고 가다 얻어맞았다. 그때마다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너지는 자산에서 발만 빼면 안 되나?
미래를 맞히자는 게 아니다. 이미 몇 달째 내리막인 자산이라면, 그 추세가 돌아설 때까지 잠깐 비켜 서 있자는 것이다. 이걸 ‘동적 배분’이라 부른다. 올웨더에 이 추세 필터를 씌워, 정말 2022년 같은 전환점을 피할 수 있는지 직접 돌려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 피하긴 피했는데, 그 값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을 바꿨나 — 비중은 그대로, 추세만 확인
전략은 지난 글의 올웨더 그대로다(주식 30 / 장기국채 40 / 중기국채 15 / 금 7.5 / 원자재 7.5). 딱 하나를 더했다. 매월 각 자산이 자기 10개월 이동평균 위에 있는지를 확인해서, 이동평균 위(상승 추세)면 원래 비중대로 보유하고, 아래(하락 추세)면 그 자산의 몫을 현금(단기국채) 으로 잠시 대피시킨다. 예를 들어 2022년처럼 장기국채가 내리막이면, 그 40% 슬롯을 현금으로 빼두는 식이다. 나머지 자산은 각자 알아서 판정한다.
📌 추세 추종 / 이동평균이란?
“오르는 건 계속 오르고, 내리는 건 계속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데 기대는 방법. 최근 10개월 가격을 평균 낸 선(이동평균)을 기준선 삼아, 현재가가 그 위면 상승 추세, 아래면 하락 추세로 본다. 예측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흐름을 뒤따를 뿐이다.
📌 동적 배분 vs 고정 배분
고정 배분은 정해둔 비중을 끝까지 지킨다(올웨더·영구 포트폴리오). 동적 배분은 시장 상태에 따라 그 비중을 옮긴다. 여기선 ‘추세’라는 신호로 옮긴다. 더 똑똑해 보이지만, 그만큼 자주 사고팔아야 한다.
직접 백테스트해 봤다
비교 대상은 셋이다. 추세 필터를 씌운 올웨더 동적(주인공), 씌우기 전의 올웨더 고정(기준선), 그리고 지난 글의 챔피언이었던 영구 포트폴리오다. ‘동적으로 정교하게 만들면, 그 무식하게 단순한 4등분을 이길까?’가 궁금해서다. 참고선으로 미국주식도 놓았다.
조건은 지난 글들과 같다(프록시, 배당 반영, 편도 0.10%, 세금 없음). 다만 추세 판단에 10개월 이동평균이 필요해 실제 비교는 2001년 6월부터다. 그래서 올웨더·영구의 숫자가 지난 글(2000년 8월 시작)과 아주 미세하게 다르다. 같은 잣대로 놓으려는 조정이다.

진한 파란 선이 동적으로 만든 올웨더다(어느 선이 무엇인지는 그래프 왼쪽 위 범례에도 적어 뒀다). 음영을 준 2008년 금융위기와 2022년 구간을 보면, 파란 선만 거의 흔들리지 않고 미끄러진다. 회색 선(올웨더 고정)이 그 두 구간에서 눈에 띄게 꺼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추세 필터가 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곡선의 끝을 보면 이야기가 뒤집힌다. 가장 잔잔했던 파란 선이 정작 맨 아래에 깔린다. 초록 선(영구 포트폴리오)에도, 회색 선(올웨더 고정)에도 뒤졌다. 가장 안 흔들린 대가로, 가장 적게 벌었다.
지표로 평가
지표 풀이는 지난 글들에 정리해 뒀으니(성과 측정과 소르티노 지수) 표부터 본다.
| 지표 | 올웨더 동적 | 올웨더 고정 | 영구 포트폴리오 | 미국주식(참고) |
|---|---|---|---|---|
| 최종 수익률 | 269% | 373% | 486% | 848% |
| 연복리(CAGR) | 5.4% | 6.4% | 7.3% | 9.4% |
| 최대낙폭(MDD) | −11.8% | −20.1% | −17.0% | −51.0% |
| 샤프 지수 | 1.00 | 0.89 | 1.04 | 0.68 |
| 매매 횟수 | 163회 | 1회 | 1회 | — |
숫자가 동적 배분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낙폭은 확 줄었다 — 올웨더를 동적으로 만드니 최대낙폭이 −20%에서 −12%로 얕아졌고, 변동성도 넷 중 가장 낮다. 그런데 수익을 내줬다 — CAGR은 6.4%에서 5.4%로 오히려 떨어졌다. 위험 대비 효율(샤프)은 0.89에서 1.00으로 좋아졌지만, 지난 글의 그 단순한 영구 포트폴리오(1.04)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정교하게 만든 보람이 애매하다.
소문과 달랐던 지점 / 직접 해보니
첫째, 2022년을 정말로 피했다. 가장 궁금했던 대목인데, 결과는 통쾌했다. 고정 올웨더가 −17.9% 빠질 때, 동적은 −8.5%에서 막았다. 절반 이하다. 2008년 금융위기는 더 극적이어서, −14.6% 대 −4.8%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어떻게 피했는지는 이 그림 한 장에 다 있다.

동적 배분이 현금으로 얼마나 대피했는지를 시간순으로 그린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현금 비중이 100%까지 치솟고, 2022년엔 84%가 넘게 오래 머문다. 무너지는 자산(2022년엔 채권)에서 차례로 발을 빼다 보니, 어느새 대부분을 현금으로 들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글에서 올웨더의 발목을 잡았던 ‘채권 55% 쏠림’을, 동적 필터가 그때그때 걷어낸 셈이다.
둘째, 그런데 그 방어는 비쌌다. 같은 그림을 다시 보면 다른 게 보인다. 위기 때만 현금으로 간 게 아니다. 평소에도 톱니처럼 쉴 새 없이 들락거린다. 평균 31%를 현금으로 들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매매가 25년간 163번 일어났다. 고정 올웨더가 단 1번 갈아탄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다. 이 잦은 매매가 수익을 갉아먹은 범인이다. 추세가 꺾였다고 팔았는데 곧 반등하면 다시 비싸게 사야 한다 — 이 시리즈에서 여러 번 만난 그 휩쏘다. 게다가 평균 31%를 이자 낮은 현금으로 들고 있으니, 시장이 오를 때 그만큼 덜 탔다. 실제로 급락이 아니라 어정쩡하게 출렁이던 2001~2002년 닷컴 바닥에선, 동적(−4.6%)이 고정(−2.0%)보다 오히려 조금 더 빠지기도 했다. 결국 이번에도 결론은 맞바꿈이다. 낙폭(−20% → −12%)을 사려면 수익(6.4% → 5.4%)과 잦은 매매를 내줘야 했다.
셋째, 정교함이 단순함을 이기지 못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올웨더를 이렇게 공들여 동적으로 만들었는데도, 지난 글의 그 무식하게 단순한 영구 포트폴리오(4등분)를 못 이겼다. 영구는 아무 신호도 안 보고, 매매도 1년에 한 번뿐인데, 수익(7.3%)도 위험 대비 효율(샤프 1.04)도 동적 올웨더보다 앞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 동적 배분을 만든 순간, 올웨더의 가장 큰 미덕인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사라졌다. 이제 이 전략은 매달 추세를 확인하고 사고파는, 엄연한 타이밍 전략이다. 그러고 나니 낯익은 얼굴들이 다시 나타났다. 잦은 매매, 휩쏘, 맞바꿈 — 이 시리즈가 1편부터 계속 만나온 것들이다. 분산으로 한참 돌아왔더니, 결국 타이밍의 대가표를 다시 받아 든 셈이다.
정리하며
동적 배분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2022년도, 2008년도 절반 이하로 막아냈다. 무너지는 자산에서 발을 빼는 건 실제로 작동했다. 다만 그 방어는 잦은 매매와 낮아진 수익으로 값을 치렀고, 정작 지난 글의 단순한 영구 포트폴리오는 넘지 못했다. ‘예측하지 않는다’는 올웨더 본래의 미덕과도 맞바꿔야 했다.
경계할 것은 지난번과 같다. 프록시로 낸 근사치이고, 2001~2026이라는 한 구간의 한 성적표다. 특히 매매가 163번이나 되는 전략이라, 세금까지 물리면 이 성적은 더 깎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이 시리즈의 모든 비교에서 나는 세금을 한 번도 물리지 않았다. 그런데 매매 횟수는 전략마다 천차만별이었다 — 고정 배분은 1년에 한 번, 동적은 163번. 세금이라는 현실의 마찰을 넣으면, 지금까지의 순위가 얼마나 흔들릴까. 적게 사고파는 게으른 전략이 오히려 더 돋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 세금을 붙여서 다시 채점해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산은 실제 ETF가 아닌 프록시(인덱스펀드·금 선물·상품지수)로 근사했고,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