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추적오차·괴리율 — 백테스트와 실제 운용의 틈

백테스트한 투자 전략을 연금계좌에서 국내 ETF로 굴려도, 곡선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는다. 환헤지·추적오차·괴리율·1주 단위 잔돈·체결 시차 같은 실행의 잔마찰이 낀다. 백테스트 숫자가 왜 '상한선'에 가까운지, 이상과 현실의 틈을 정직하게 정리했다.

이 글은 특정 종목·ETF·계좌를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앞서 백테스트한 전략을 연금계좌에서 실제로 굴릴 때 생기는 틈을 공부한 학습 기록입니다. 아래 그림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도식이며, 실제 백테스트 결과가 아닙니다.

연금계좌라는 무대를 골랐고, 국내 ETF로 재료를 갈아입히고 IRP의 70% 벽까지 확인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그렇게 다 맞춰 굴리면, 백테스트가 그린 곡선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될까? 아니다. 그사이엔 환헤지를 비롯한 크고 작은 ‘잔마찰’이 낀다.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여도, 쌓이면 곡선을 눌러 백테스트의 화려한 숫자를 깎는다. 오늘은 그 틈을 들여다본다.

환헤지 — 원화로 달러 자산을 산다는 것

백테스트는 달러 기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국내 ETF는 원화로 산다. 속은 달러 자산인데 겉은 원화라, 환율이 오르내리면 수익이 따라 흔들린다. 환율을 지운 환헤지형(이름 끝에 H)을 쓰면 달러 기준 백테스트에 가깝지만, 헤지엔 비용이 든다. 언헤지형은 그 비용이 없는 대신 환율이 통째로 섞인다. 어느 쪽도 ‘달러 기준 곡선’과 완전히 같진 않다. 환율은 몇 년에 걸쳐 양방향으로 움직여서, 짧게 보면 큰 변수이지만 길게 보면 서로 상쇄되기도 한다 — 그래서 정답이 딱 하나는 아니다. 다만 전략이 갈아타는 월말 시점과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구간이 겹치면, 짧은 기간엔 성과 편차가 확 벌어질 수 있다.

추적오차 — ETF는 지수를 완벽히 못 따라간다

📌 추적오차(tracking error)란?
ETF가 따라가려는 지수와 실제 수익률 사이의 벌어짐. 운용보수·리밸런싱·현금 보유 탓에 지수를 100% 복제하지 못한다. 백테스트가 ‘지수 그 자체’를 샀다고 가정했다면, 현실의 ETF는 그보다 조금씩 뒤처진다.

이 랩의 백테스트는 이미 오래된 인덱스펀드를 프록시로 근사한 곡선이었다. 거기에 국내 ETF의 추적오차가 한 겹 더 얹힌다. 오차 위에 오차인 셈이다.

괴리율·유동성 — 살 때 값이 벌어진다

📌 괴리율이란? (NAV 대비)
ETF의 시장 거래가격이, 그 안에 담긴 자산의 실제 가치(순자산가치, NAV)와 벌어진 정도. 거래가 뜸한 ETF는 사고팔 때 제값보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수 있다. 거래량 많은 대형 ETF일수록 이 틈이 작다.

전략은 ‘월말 종가에 딱’ 갈아탄다고 가정하지만, 현실의 체결가는 그 종가와 조금 다르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ETF일수록 이 차이가 커진다.

잔돈과 시차 — 1주 단위, 그리고 하루 늦게

  • ETF는 1주 단위로만 산다. 월말에 ‘주식 70%’를 맞추려 해도 딱 떨어지지 않아 자투리 현금이 남는다. 투자금이 작을수록 이 자투리 비중이 커진다 — 소액 계좌에선 매달 몇 %씩 쌓여 성과를 갉을 수 있고,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상대적으로 미미해진다.
  • 신호는 월말, 매매는 그다음. 신호는 월말 종가에 나오는데 실제 매매·체결은 그 뒤다. 자동이 아니라 손으로 눌러야 하고, 하루 이틀 시차가 생긴다.
  • 분배금은 다시 심어야 한다. ETF에서 분배금(배당)이 나오면 손으로 재투자해야 곡선과 맞는다. 안 하면 그만큼 뒤처진다.

백테스트가 가정한 것 vs 현실

백테스트는 이렇게 가정했다현실은 이렇게 어긋난다
지수를 그대로 매수ETF 추적오차·운용보수
달러 기준 수익원화·환율(또는 헤지 비용)
월말 종가에 정확히 체결시차·괴리율·1주 단위 잔돈
분배금 자동 재투자손으로 재투자해야 함
세금 0연금계좌라 대부분 해결(1편)
백테스트 곡선(이상)과 현실 곡선(실행 마찰로 눌린)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개념도. 환헤지·추적오차·괴리율·잔돈·시차가 현실 곡선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모습

직접 해보니

이 잔마찰들은 개별로는 소수점 몇 자리다. 그런데 26년, 수십 번의 매매에 걸쳐 쌓이면 곡선을 눈에 띄게 누른다. 그래서 백테스트 숫자는 ‘도달 가능한 상한선’에 가깝지, 그대로 받아드는 성적표가 아니다. “이 결과는 참고용”이라는 흔한 단서가, 사실은 이 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물론 이 틈을 통째로 못 피하는 건 아니다. 자동 리밸런싱이나 분배금 자동재투자를 지원하는 증권사를 쓰면 시차·재투자 같은 마찰은 줄일 수 있다. 다만 월말 신호에 따라 자산군을 통째로 갈아타는 커스텀 전략에는 여전히 손이 가는 부분이 남고, 세금을 지운 무대(연금계좌)에서도 이 실행의 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중에 이 마찰들을 실제로 재봤다

이 글을 쓸 때는 “이런 틈이 있다”까지만 짚고 크기는 짐작만 했다. 그 뒤에 국내 상장 ETF와 미국 원조 상품을 하나씩 붙여놓고 실제로 재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짚은 항목들이 실제로 얼마였는지 옮겨둔다.

추적오차 — 짐작보다 컸다

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이라도 지수에 못 미치는 정도가 달랐다. 지수 대비 연 몇 %p가 사라졌는지를 재보면 이렇다.

따라가는 지수미국 상장 상품국내 상장 상품
S&P500연 -0.03 ~ -0.09%p-0.31 ~ -0.68%p
나스닥100연 -0.46 ~ -0.57%p
미국 배당 100-0.74 ~ -0.85%p

미국 상장 상품은 공시된 보수만큼만 뒤처져서 사실상 약속을 지켰다. 반면 국내 상장 상품은 공시 보수가 0.01% 수준인데도 실제로는 그 50~100배가 사라졌다. 위 글에서 ‘오차 위에 오차’라고 적었는데, 그 두 번째 오차가 짐작보다 훨씬 두꺼웠던 셈이다.

차이의 정체 중 하나는 배당에 붙는 세금이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상품일수록 갭이 커지는 게 표에 그대로 보인다. 펀드가 받는 미국 주식 배당에 15%가 원천징수되는데, 국내 상품은 그걸 돌려받을 길이 원조보다 불리하다.

괴리율 — 평소엔 결백, 급락한 날만 청구서

괴리율은 이 글에서 걱정한 것과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평소에는 +0.02~0.05% 수준으로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문제는 딱 두 종류의 날이었다.

언제그날의 괴리율
평소+0.02 ~ 0.05% (사실상 없음)
2024년 8월 5일 (엔캐리 청산 급락)-3.4%
2025년 4월 7일 (관세 충격)-4.2% (나스닥100은 -6.1%)

즉 괴리율은 매달 조금씩 새는 비용이 아니라, 모두가 한꺼번에 팔려는 날에만 한 번에 청구되는 비용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런 날이 규칙 기반 전략이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라는 신호를 내는 날이기도 하다. 마찰이 가장 클 때 매매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환헤지 — 비용도 쟀고, 예상 밖의 결과도 나왔다

이 글에서 “헤지엔 비용이 든다”고만 적었던 부분도 숫자로 재봤다. 같은 운용사·같은 지수에 (H)만 다른 쌍둥이 다섯 쌍을 3년 4개월 비교한 결과다.

재본 것결과
순수한 헤지 비용2%대 중반 (한미 금리차에서 온다)
공시 보수에 잡히나안 잡힌다 (공시 0.01%)
(H)형이 덜 흔들렸나아니다 — 다섯 쌍 전부 (H)형의 낙폭이 더 깊었다

마지막 줄이 이 글의 예상을 뒤집은 대목이다. 나는 환율을 지우면 백테스트에 가까워지고 덜 흔들릴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반대였다. 주가가 빠지는 날에는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 계좌의 손실을 받쳐주기 때문이다. 환헤지는 위험을 없애는 게 아니라 위험의 종류를 바꾸는 일이었다. 달러 노출이 원화 투자자에게는 일종의 완충재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을 조금 고쳐 쓰게 됐다. 백테스트와 현실의 틈은 분명히 있고, 국내 상품에서는 연 0.3~0.9%p쯤으로 짐작보다 두꺼웠다. 다만 그 틈이 전부 손해인 것은 아니다. 환율처럼 어떤 항목은 방향이 그때그때 달라서, ‘틈을 줄이는 것’이 늘 정답은 아니었다.

※ 위 숫자는 상품별로 3~5년 구간에서 잰 값이고, 원화 환산·분배금 재투자·세전 기준이다. 구간이 짧아 환율 방향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각 편에 그 한계를 함께 적어두었다.

정리하며

세 편에 걸쳐 전략을 연금계좌로 옮겨봤다. 무대는 세금을 지워주고, 재료는 국내 ETF로 갈아입히며 IRP의 70% 벽을 만났고, 마지막으로 실행의 잔마찰까지 봤다. 결론은 담백하다. 연금계좌는 백테스트의 이상을 현실에 가장 가깝게 옮겨주는 무대지만, ‘가장 가깝게’이지 ‘똑같이’는 아니다. 그 틈을 알고 굴리는 것과 모르고 굴리는 것은 다르다. 이 역시 ‘이 제도, 이 시점’의 이야기일 뿐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이 틈을 말로만 말고 실제로 재보면 어떨까. 환헤지 여부, 추적오차, 잔돈까지 백테스트에 집어넣어 다시 돌리면, 그 화려하던 곡선이 얼마나 내려앉을까.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숫자로 확인하는 일은, 언젠가 제대로 해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세무·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며, 비용·세금·환율·체결 등 실제 거래 조건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실제 활용 전 최신 기준과 본인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steady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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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규칙으로 투자에 접근해보려는 사람입니다. 투자 전문가는 아니고 배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알려진 공개 전략을 직접 코드로 백테스트해보고, 나온 숫자를 좋든 나쁘든 그대로 기록합니다. 특히 결과가 좋게 나올수록 한 번 더 의심하려 합니다. 이 블로그가 돌아가는 서버도 직접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 투자 이야기와 함께 서버·개발 이야기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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