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성과를 재는 지표 하나를 직접 백테스트로 뜯어본 학습 기록입니다.
지난 글에서 물가를 뺀 수익률을 다시 계산하다가 이상한 상황을 만났다. 같은 곡선 하나를 두고 “연 11.2%”도 맞고 “연 8.5%”도 맞았다. 둘 다 CAGR인데 값이 달랐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시리즈는 성적표 맨 왼쪽 칸에 CAGR을 스무 번 넘게 적어왔으면서, 그 칸에 들어가는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재고 무엇을 못 재는지는 한 번도 따져본 적이 없다. 최대낙폭을 그렇게 뜯어본 적이 있으니 이번엔 CAGR 차례다.
CAGR이란 — 울퉁불퉁한 여정을 한 해짜리로 접은 값
계산은 단순하다. 끝난 자리를 시작한 자리로 나눠 몇 배가 됐는지를 구하고, 그 배수를 굴린 햇수만큼의 제곱근으로 편다. “매년 똑같은 비율로 늘었다면 몇 %씩 늘어야 이 배수가 나오는가”에 답하는 값이다.
미국주식을 2001년 2월부터 굴린 실제 결과로 해보면, 100이 939가 됐다. 9.39배다. 이 구간이 25년 4개월이니 9.39의 25.33제곱근을 구하면 1.0924, 즉 연 9.2%다.
📌 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 연복리 수익률)
시작값과 끝값만으로 계산한 연평균 성장률. “매년 이만큼씩 꾸준히 불었다면 같은 결과에 닿는다”는 가상의 속도다. 실제로 그 속도로 자란 해는 한 해도 없을 수 있다.
여기서 ‘복리’가 붙은 이유가 중요하다. 올해 번 돈이 내년의 원금이 되기 때문에, 수익률은 더해지는 게 아니라 곱해진다. 그래서 CAGR은 산술평균이 아니라 기하평균이다. 이 차이가 첫 번째 함정을 만든다.

왼쪽 그림에서 붉은 선이 실제로 걸어온 길이고, 회색 직선이 CAGR이 말하는 길이다. CAGR은 양 끝의 두 검은 점만 보고 그 사이를 자로 그은 값이다. 두 점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계산에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함정 1 — CAGR은 평균이 아니다
가장 흔한 오해부터. 어떤 자산이 한 해 +50%, 다음 해 −40%를 10년간 번갈아 반복했다고 해보자. 산술평균은 (+50 − 40) ÷ 2 = +5%다. 매년 5%씩 벌었을 것 같다.
실제로는 100이 59가 된다. CAGR로는 연 −5.1%다. 계산은 이렇다. 1.5 × 0.6 = 0.9. 2년마다 원금의 10%가 사라진다. 오르고 내리는 폭이 같아도, 내릴 때는 더 커진 원금에서 깎이기 때문이다.
📌 변동성 끌림 (volatility drag)
출렁임 자체가 복리 수익을 갉아먹는 현상. 같은 평균 수익률이라면 덜 흔들린 쪽이 더 많이 남는다. 대략 연변동성의 제곱을 2로 나눈 만큼 CAGR이 산술평균보다 낮아진다.
위 예시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숫자다. 실제 데이터로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이 블로그에서 26년간 돌려온 네 전략으로 확인했다.
| 전략 | 월수익 산술평균(연율) | 실제 CAGR | 끌림 | 연변동성 | 변동성²÷2 |
|---|---|---|---|---|---|
| ADM (타이밍) | 12.0% | 11.2% | −0.75%p | 11.7% | 0.68%p |
| 미국주식 | 10.5% | 9.2% | −1.25%p | 15.1% | 1.13%p |
| 미국+선진국 50:50 | 9.2% | 7.9% | −1.30%p | 15.4% | 1.19%p |
| 영구 포트폴리오 | 7.5% | 7.2% | −0.26%p | 7.0% | 0.25%p |
맨 오른쪽 두 칸을 비교해보면 앞의 어림 공식이 거의 그대로 맞는다. 그리고 끌림의 크기가 전략마다 다섯 배까지 차이 난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긴다. 미국주식과 영구 포트폴리오의 산술평균 격차는 3.00%p인데, CAGR 격차는 2.01%p로 줄어든다. 격차의 33%가 사라진 셈인데, 영구 포트폴리오가 더 벌어서가 아니라 덜 샜기 때문이다. 잔잔한 전략은 눈에 안 띄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긴다.
함정 2 — 가는 길을 아예 안 본다
두 번째는 앞의 그림이 이미 말한 것이다. CAGR은 두 점만 본다. 정말 그런지 극단적으로 확인해봤다. 월 수익률의 순서만 뒤집어서 26년을 거꾸로 재생하는 것이다. 마지막 달의 수익이 첫 달에 오고, 첫 달이 마지막에 온다. 수익률의 목록은 완전히 같고 순서만 다르다.

왼쪽 그림의 두 선이 그 결과다. 붉은 선은 실제 순서, 회색 파란 선은 뒤집은 순서다.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른데 끝점이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곱셈은 순서를 묻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CAGR도 소수점까지 동일하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 못 한 게 나왔다. 최대낙폭까지 소수점 열째 자리에서 완전히 같았다. 처음엔 계산 실수인 줄 알았는데, 따져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낙폭은 ‘어느 시점 대비 어느 시점’이라는 두 점의 비율이고, 순서를 뒤집으면 그 짝들이 하나씩 그대로 짝을 바꿔 옮겨가기 때문이다. 골짜기의 깊이는 순서에 무관하다.
순서를 묻는 것은 시간 쪽이었다.
| 미국주식 | 실제 순서 | 순서만 뒤집기 |
|---|---|---|
| 최종 자산 | 939 | 939 |
| CAGR | 9.24% | 9.24% |
| 최대낙폭 | −51.0% | −51.0% |
| 물속에 있던 최장 기간 | 58개월 | 77개월 |
| 26년 중 물속이었던 시간 | 64.6% | 72.1% |
같은 수익률 뭉치인데 전고점 아래에 갇혀 있던 최장 기간이 58개월에서 77개월로 늘어난다. 물속에 있던 시간을 지표로 삼아본 글이 왜 따로 필요했는지가 여기서 분명해진다. CAGR도 MDD도 순서를 안 묻는데, 사람이 실제로 견디는 것은 순서가 정한다.
그리고 순서가 정말로 돈을 가르는 경우가 하나 있다. 중간에 돈을 빼 쓰기 시작하면 곱셈의 교환법칙이 깨진다. 인출을 얹어 재본 글에서 같은 순서 뒤집기 실험을 했더니, 매년 4%를 빼 쓰는 사람의 최종 잔고는 214와 618로 2.9배 갈렸다. CAGR이 똑같다고 적혀 있는 두 역사인데도 그렇다.
함정 3 — 두 점을 언제 찍느냐에 매인다
CAGR이 두 점만 본다면, 그 두 점을 어디에 찍느냐가 값을 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은 2026년 6월로 고정하고 시작만 한 달씩 뒤로 미뤄가며 다시 계산해봤다.
| 전략 | 가장 낮게 나온 값 | 가장 높게 나온 값 | 폭 |
|---|---|---|---|
| ADM (타이밍) | 10.3% | 12.3% | 2.01%p |
| 미국주식 | 9.2% | 11.8% | 2.54%p |
| 미국+선진국 50:50 | 7.9% | 10.5% | 2.56%p |
| 영구 포트폴리오 | 7.1% | 7.6% | 0.49%p |
앞 그림의 오른쪽이 그 곡선이다. 5년 안쪽에서 시작점을 옮겼을 뿐인데 미국주식의 CAGR이 9.2%에서 11.8%까지 움직인다. 방향도 한쪽이다. 미룰수록 좋아진다. 시작을 2년쯤 미루면 닷컴 폭락이 시험지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반대편에 영구 포트폴리오가 있다. 폭이 0.49%p로, 나머지의 5분의 1이다. 언제 시작했느냐를 거의 묻지 않는 전략인 셈인데, 이건 운의 크기를 재본 글에서 이미 확인했던 성질이 CAGR에 그대로 비친 것이다.
같은 글에서 만든 도구로 한 걸음 더 갔다. 실제 26년의 월별 수익을 1년짜리 토막으로 잘라 무작위로 다시 이어붙이면 “있었을 법한 다른 26년”을 지을 수 있다. 2,000벌을 만들어 CAGR이 어디까지 나오는지 봤다.
| 전략 | 하위 5% | 중앙값 | 상위 5% | 우리가 겪은 값 |
|---|---|---|---|---|
| ADM (타이밍) | 6.3% | 11.1% | 15.7% | 11.2% |
| 미국주식 | 3.7% | 9.7% | 15.0% | 9.2% |
| 미국+선진국 50:50 | 2.3% | 8.3% | 14.1% | 7.9% |
| 영구 포트폴리오 | 5.0% | 7.4% | 9.9% | 7.2% |
“연 11.2%”라는 한 줄 뒤에는 6.3%에서 15.7%까지 9.4%p 폭의 구간이 있다. 여기서도 영구 포트폴리오만 폭이 4.9%p로 절반이다.
함정 4 — 같은 곡선에서 CAGR이 넷 나온다
마지막이 이 글을 쓰게 만든 그 문제다. 곡선 하나는 그대로인데, 무엇을 빼고 재느냐에 따라 CAGR이 여러 개 나온다.

| 전략 | 명목 | 세후 | 실질 | 원화 | 세후+실질 |
|---|---|---|---|---|---|
| ADM (타이밍) | 11.2% | 7.8% | 8.5% | 12.2% | 5.1% |
| 미국주식 | 9.2% | 8.3% | 6.5% | 10.2% | 5.6% |
| 미국+선진국 50:50 | 7.9% | 6.9% | 5.3% | 8.8% | 4.2% |
| 영구 포트폴리오 | 7.2% | 6.2% | 4.6% | 8.1% | 3.5% |
‘세후’는 매매할 때마다 실현이익에 22%를 물리고 마지막에 전부 팔아 남은 세금까지 낸 값이고, ‘실질’은 26년간 89% 오른 미국 물가로 나눈 값, ‘원화’는 1,255원에서 1,549원이 된 환율을 곱한 값이다.
맨 오른쪽 칸에서 순위가 뒤집힌다. 명목으로는 ADM이 미국주식을 2.0%p 앞서는데, 세금과 물가를 통과하고 나면 미국주식 5.6% 대 ADM 5.1%로 자리가 바뀐다. 자주 갈아타는 전략이 세금을 더 많이 실현했기 때문이다. 명목 대비 남는 비율로 보면 ADM은 46%, 미국주식은 61%다.
그러니 “연 11.2%”라는 문장은 절반만 말한 것이다. 어느 통화로, 세금 전인지 후인지, 물가를 뺐는지를 밝혀야 비로소 뜻이 정해진다.
직접 해보니 — 나는 이 숫자를 잘못 읽고 있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CAGR을 “평균적으로 매년 이만큼 벌었다”로 읽었다. 그래서 연 9%짜리를 보면 ‘어떤 해는 5%, 어떤 해는 13%쯤 벌었겠지’ 하고 그 언저리를 상상했다.
확인해보니 미국주식이 이 구간에서 연 9% 언저리(6~12%)를 기록한 해는 온전한 24개 해 가운데 딱 두 번(2004년 10.7%, 2016년 11.8%)이었다. 나머지 22번은 그 밴드 밖이다. 최고는 2013년 +32.2%, 최저는 2008년 −37.0%. CAGR은 평균적인 한 해의 모습이 아니라, 결과만 남기고 과정을 지운 뒤 다시 편 값이다.
특히 함정 1을 이해하고 나서 샤프 지수가 다르게 보였다. 출렁임을 줄이는 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표를 보니 수익 자체를 지키는 일이기도 했다. 영구 포트폴리오가 끌림으로 되찾은 0.99%p는 그냥 덤이 아니다.
한계 — 이 검사에도 구멍이 있다
정직하게 짚어둘 것들이 있다.
구간은 2001년 2월부터 2026년 6월까지 25년 4개월이다. 금 시세 자료가 그때부터라 시리즈의 다른 글(2000년 8월 시작)보다 여섯 달 짧고, 그래서 성과 지표를 총정리한 글의 표와 소수점이 조금 다르다. 이 글의 주장이 ‘폭’과 ‘차이’라 결론에는 영향이 없지만, 숫자를 그대로 옮겨 쓸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세금은 22% 단일세율로 단순화한 교육용 근사다. 공제·손익통산·배당 분리과세는 넣지 않았다. 원화 칸은 매매기준율만 곱한 것이라 환전 수수료가 빠져 있고, 무엇보다 원화 칸과 실질 칸을 겹칠 수가 없었다. 한국 물가지수가 필요한데, 무료로 받아 쓰던 계열이 2023~2024년에서 멈춰 있어 26년을 채우지 못한다.
데이터는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니라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뱅가드 인덱스펀드로 근사한 프록시다. 배당은 재투자로 반영했고 편도 0.10% 비용을 물렸다. 대체 역사 2,000벌도 이 26년의 조각을 재배열한 것이라 상자에 없는 재료는 나오지 않는다.
정리하며
- CAGR은 시작값과 끝값만으로 계산한 연평균 성장률이다. 몇 배가 됐는지를 굴린 햇수로 편 값이다.
- 평균이 아니다. 오르내림이 클수록 산술평균보다 낮아지고, 그 폭은 대략 연변동성의 제곱을 2로 나눈 만큼이다. 우리 네 전략에서 0.26%p에서 1.30%p까지 차이가 났다.
- 가는 길을 안 본다. 월 수익률의 순서를 통째로 뒤집어도 CAGR은 물론 최대낙폭까지 그대로다. 달라지는 건 물속에 있던 기간(58개월 → 77개월)뿐이다.
- 두 점을 언제 찍느냐에 매인다. 시작을 5년 안에서 옮기기만 해도 미국주식은 9.2%에서 11.8%까지 움직인다.
- 한 곡선에서 넷이 나온다. 명목 11.2%가 세금과 물가를 통과하면 5.1%가 되고, 그 과정에서 순위까지 뒤집힌다.
그래서 CAGR을 볼 때 나는 이제 세 가지를 같이 묻기로 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인가, 무엇을 빼고 잰 값인가, 그리고 그 숫자에 이르는 길은 얼마나 험했나.
그러고 보니
표를 다시 보다가 걸린 게 하나 있다. 원화로 재면 네 전략의 CAGR이 전부 1%p 가까이 올라간다. 환율이 26년간 올랐으니 그렇다. 그런데 그 원화의 구매력도 같은 기간 줄었을 텐데, 그 몫은 이 표 어디에도 없다. 달러 물가는 뺐으면서 한국 물가는 못 뺀 표를 만들어놓고 보니 어쩐지 반쪽 같다. 원화로 벌어서 원화로 쓰는 사람의 진짜 곡선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졌다. 자료부터 구해야겠지만, 언젠가 들여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