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재채점 — 물가를 뺀 26년 실질 수익률

26년간 미국 물가는 +89% 올랐다. 다섯 전략의 백테스트에서 물가를 빼고 실질 수익률로 다시 채점하니 CAGR은 일제히 2.6%p씩 깎이고, 영구 포트폴리오의 최장 물속 기간은 27개월에서 58개월로 늘었다. 물가 높던 95개월에 버틴 자산은 금 하나뿐이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개된 전략을 직접 백테스트해 본 학습 기록입니다.

📚 이 글은 전략 리뷰 실험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돌려본 전략을 한눈에 비교한 표를 이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인출액에 난간을 달아보고 나니 찜찜한 게 하나 남았다. 가드레일은 “잔고가 많이 줄면 덜 쓰고 많이 불면 더 쓴다”는 규칙인데, 이 규칙은 잔고만 본다. 그런데 그 앞 인출 전략 편에서 매년 꺼내 쓴 돈은 물가에 연동해 늘려 잡았다. 나가는 돈에는 물가를 반영해놓고 남아 있는 돈에는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 채점이었다.

생각해보면 반쪽인 건 그 두 편만이 아니다. 이 시리즈가 열아홉 번 매긴 점수는 전부 명목 금액이었다. 잔고가 두 배가 돼도 물가가 두 배면 제자리인데, 그 사실이 채점표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가 쓰는 26년(2001년 2월~2026년 6월) 동안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76.0에서 332.6으로 +89.0%, 연 2.54%씩 올랐다. 그래서 물가를 빼고 다시 채점해봤다.

무엇을 바꿨나 — 곡선을 물가로 나누기만 했다

전략도 코드도 손대지 않았다. 이미 만들어진 곡선을 물가지수로 나누고 시작을 100으로 다시 맞춘 게 전부다. 원화 환산 편에서 곡선에 환율을 곱한 것과 정확히 같은 자리의 연산이다. 곱하느냐 나누느냐만 다르다.

📌 실질 수익률
명목 수익률에서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것. 잔고가 5% 늘었는데 물가가 3% 올랐다면 실제로 살 수 있는 건 2%쯤만 늘었다.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장바구니”로 재는 수익률이다.

📌 소비자물가지수(CPI)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물건과 서비스 묶음의 값을 지수로 만든 것. 여기서는 미국 노동통계국이 내는 계절조정 지수(FRED 코드 CPIAUCSL)를 썼다.

비교 대상은 앞선 편들과 같은 네 전략에 올웨더를 하나 더 붙여 다섯으로 했다. 올웨더 편이 “‘모든 계절’이라면서 정작 인플레 계절인 2022년에 제일 아팠다”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 지적을 한 해가 아니라 26년치 고물가 구간 전체로 넓혀 다시 물어보려는 것이다.

26년 성적표를 물가로 나누면 — 같은 몫, 다른 비중

물가를 빼고 다시 그린 26년 실질 자산곡선. ADM·미국주식·50:50·영구 포트폴리오·올웨더 다섯 전략의 구매력이 시작 100에서 각각 783·497·367·310·246으로 끝나고, 아래 칸에는 물가 상승률과 3%를 넘던 고물가 구간이 표시돼 있다
전략 명목 최종 실질 최종 명목 CAGR 실질 CAGR 깎인 몫 깎인 비중 명목 샤프 실질 샤프
ADM (타이밍) 1,479 783 11.2% 8.5% 2.7%p 24% 0.97 0.76
미국주식 (그냥보유) 939 497 9.2% 6.5% 2.7%p 29% 0.67 0.50
미국+선진국 50:50 693 367 7.9% 5.3% 2.6%p 33% 0.57 0.41
영구 포트폴리오 575 310 7.2% 4.6% 2.6%p 36% 1.03 0.66
올웨더 462 246 6.3% 3.6% 2.7%p 43% 0.87 0.51

물가는 다섯 전략에서 똑같이 연 2.6~2.7%p를 떼어 갔다. 같은 나라의 같은 물가로 나눴으니 당연하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다. 같은 몫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혀 같지 않다. ADM은 벌어들인 것의 24%를 물가에 내줬는데 올웨더는 43%를 내줬다. 잔고로는 4.6배가 된 26년이 구매력으로는 2.5배가 된다.

순위도 하나 바뀐다. 명목 샤프 지수로는 영구 포트폴리오(1.03)가 ADM(0.97)을 앞섰는데, 실질로 재면 ADM(0.76)이 영구(0.66)를 앞선다.

이 역전은 우연이 아니라 산수다. 물가는 수익만 깎고 변동성은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월별 물가 변동은 연율 1.1%뿐이라, 영구의 변동성이 7.0%에서 7.2%로 미세하게 오르는 정도다). 그러면 샤프가 깎이는 폭은 물가 상승률 ÷ 변동성이 된다. 영구는 2.54÷7.0 = 0.36, ADM은 2.54÷11.7 = 0.22 — 실측 하락폭(0.37과 0.21)과 소수점까지 맞는다. 잔잔한 전략일수록 같은 물가에 효율이 더 크게 깎인다. 원화 환산 편에서 “환율은 흔들리는 자산에겐 완충재, 잔잔한 자산에겐 파도”라고 썼는데, 물가는 완충재 없이 파도이기만 한 셈이다.

물가는 골을 깊게 파지 않는다 — 대신 사다리를 올린다

미국주식과 영구 포트폴리오의 명목 낙폭과 실질 낙폭을 위아래로 비교한 그래프. 미국주식은 두 선이 거의 겹치지만 영구 포트폴리오는 실질 낙폭이 훨씬 깊고 길어, 최장 물속 기간이 명목 27개월에서 실질 58개월로 늘어난다

뜻밖이었던 건 낙폭 쪽이다.

구간 ADM 미국주식 50:50 영구 올웨더
닷컴 (01–03) −1.0%p −1.3%p −1.8%p −0.3%p −1.3%p
금융위기 (07–09) −3.0%p −0.8%p −0.8%p −1.7%p −1.7%p
코로나 (2020) +0.4%p +0.3%p +0.3%p +0.4%p +0.4%p
인플레 (21–23) −4.3%p −3.9%p −4.2%p −5.9%p −7.4%p

*실질 낙폭에서 명목 낙폭을 뺀 값 — 물가가 낙폭에 매긴 ‘벌금’이다.*

금융위기에서 미국주식의 낙폭은 −51.0%에서 −51.8%로 0.8%p밖에 안 깊어졌다. 반대로 2021~23년에는 가장 얕게 빠졌던 영구가 −17.0%에서 −22.9%로, 올웨더가 −20.1%에서 −27.5%로 벌금을 크게 물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낙폭에 붙는 벌금은 고점에서 저점까지 걸린 기간의 물가 상승분이다. 미국주식은 16개월 만에 바닥을 쳤는데, 하필 그 구간 후반에 유가가 무너지며 물가가 오히려 떨어져(2008년 하반기 −3.5%) 16개월 순증이 +1.7%에 그쳤다. 코로나에서 실질 낙폭이 되레 얕아진 것도 같은 이유다. 반대로 영구와 올웨더는 26개월에 걸쳐 천천히 흘러내렸고, 그 26개월 동안 물가는 각각 14.9%와 12.8% 올랐다.

정작 큰 차이는 회복 쪽에 있다. 명목 곡선에서 전고점은 제자리에 멈춰 있지만, 실질 곡선에서 전고점은 물가만큼 매달 위로 올라간다. 헤엄쳐 올라오는 동안 사다리가 계속 올라가는 셈이다.

전략 명목 최장 물속 실질 최장 물속
ADM 31개월 35개월
미국주식 58개월 65개월
미국+선진국 50:50 66개월 73개월
영구 포트폴리오 27개월 58개월
올웨더 38개월 58개월 (아직 회복 못 함)

낙폭 회복 기간 편에서 영구는 “가장 짧게 물속에 있던” 챔피언이었다. 그 27개월이 실질로는 58개월이 된다 — 2020년 8월 고점의 구매력을 되찾은 게 2025년 6월이다. 올웨더는 2021년 8월 고점을 2026년 6월 현재까지 못 되찾았다. 26년 중 물속에 있던 비율로 순위를 매기면, 명목 1등이던 영구(58.0%)가 실질에서는 3등(74.1%)으로 내려앉고 명목 4등이던 ADM(65.6%)이 1등(71.8%)으로 올라선다. 물가 한 겹에 지난 편의 결론이 뒤집힌 셈이다.

물가가 높던 95개월 — 무엇이 버텼나

왼쪽은 물가 높던 95개월과 낮던 달의 자산군별 실질 연 수익률 막대그래프로 금만 플러스이고 원자재가 -7.1%로 최저다. 오른쪽은 2007~2008년과 2021~2024년 두 고물가 사건에서 다섯 전략의 실질 총수익을 비교해 방향이 정반대임을 보여준다

이제 지난 편이 던진 질문 그대로, 물가가 높던 구간만 떼어 채점해봤다. 기준은 물가 상승률(전년비) 3% 이상 — 26년 중 95개월이 걸린다.

자산 물가 높던 달 물가 낮던 달 26년 전체
+5.3% +10.0% +8.5%
미국주식 −0.5% +9.8% +6.5%
중기국채 −2.7% +2.7% +1.0%
단기국채 −2.7% +1.1% −0.1%
종합채권 −3.5% +2.9% +0.9%
장기국채 −3.8% +3.7% +1.3%
선진국주식 −5.1% +8.1% +3.8%
원자재 −7.1% +0.3% −2.1%

*실질 연 수익률. 굵은 글씨는 각각 최고와 최저.*

여덟 자산군 가운데 물가 높던 달에 구매력을 지킨 건 금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 금조차 물가 낮던 달에 두 배 가까이 잘 벌었다(+10.0% vs +5.3%). 금이 이 26년의 진짜 승자였던 건 맞지만(실질 연 8.5%로 미국주식보다 높다), 물가 때문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 인플레 헤지
물가가 오를 때 같이 올라 구매력을 지켜준다는 자산. 흔히 금·원자재·부동산이 꼽힌다.

그 인플레 헤지의 대표선수인 원자재가 물가 높던 구간에 가장 크게 잃었다(−7.1%).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붙던 달만 따로 모아도 −1.7%로 마이너스다. 이름값과 정반대다.

전략끼리 보면 물가 높던 95개월에 플러스인 건 ADM(+2.6%) 하나뿐이고, 영구 −0.1%, 올웨더 −1.9%, 50:50 −2.7%였다. ‘모든 계절’이라는 이름이 26년치로 넓혀도 인플레 계절에서만은 지켜지지 않는다.

같은 ‘고물가’인데 정반대였던 두 사건

그런데 이 평균에는 함정이 있다. ‘고물가 구간’이라는 한 칸에 성격이 정반대인 사건이 섞여 있다.

그 구간의 실질 총수익 2007-10 ~ 2008-10 (물가 +3.7%) 2021-04 ~ 2024-05 (물가 +17.5%)
ADM −17.7% −6.0%
미국주식 −38.4% +12.2%
미국+선진국 50:50 −43.3% +2.9%
영구 포트폴리오 −12.6% −8.8%
올웨더 −14.9% −15.2%
(참고) 금 −12.8% +11.9%
(참고) 장기국채 +0.8% −37.8%

앞의 사건은 유가가 밀어 올린 물가에 신용위기가 겹친 구간이라 주식이 무너지고 국채가 버텼다. 뒤의 사건은 40년 만의 물가 급등이었는데 주식이 이기고 국채가 무너졌다. 방향이 정확히 반대다.

그러니까 앞 표에서 ADM이 고물가 1등이었던 건 인플레이션에 강해서가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를 피했기 때문이고, 미국주식이 마이너스였던 것도 물가 탓이 아니라 그 위기 탓이다. 진짜 물가 사건 하나만 떼어 보면 아무 방어 장치가 없는 미국주식이 +12.2%로 1등이다. 국면에 이름을 붙여 평균을 내는 일이 얼마나 쉽게 거짓말을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직접 해보니 — 예상이 빗나간 세 가지

등수는 안 바뀔 줄 알았다. 모두에게 같은 물가를 나누니 순위는 그대로일 거라 생각했고, CAGR 순위는 실제로 그대로였다. 그런데 샤프와 물속 기간에서는 순위가 갈렸다. 물가는 수익률표에는 공평하지만 위험 지표에는 공평하지 않다.

방어형이 더 크게 다쳤다. 얕게 빠지는 대신 오래 끄는 곡선은 물가에 더 오래 노출된다. “잘 방어한다”는 말이 실질 기준에서는 “느리게 회복한다”와 짝을 이룬다는 걸 이번에 처음 봤다.

안전자산이 안전하지 않았다. 단기국채의 26년 실질 수익률은 연 −0.1%다. 26년 내내 현금성 자산에 넣어둔 돈은 구매력 기준으로 정확히 제자리였다. 안전한 건 잔고의 숫자였지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한계 — 이 시험지엔 진짜 인플레이션이 없다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은 결론이 아니라 시험지다.

1947~2026 전체 우리 시험지 1970~1982
평균 물가 상승률 3.5% 2.6% 7.8%
최고 상승률 14.6% (1980-03) 9.0% (2022-06) 14.6%
5%를 넘던 달의 비율 21.0% 7.5% 81.4%

우리가 “40년 만의 물가”라고 부른 2022년조차 물가 역사에서는 중간 크기 사건이다. 부트스트랩으로 재본 운의 크기 편에서 “대체 역사를 아무리 지어도 상자에 없는 재료는 안 나온다”고 썼는데 여기서도 똑같다. 물가가 10년 내내 두 자릿수였던 시대를 우리 상자는 갖고 있지 않다.

나머지 한계도 그대로다. 프록시 펀드라 실제 매매 상품이 아니고, 배당 재투자와 편도 0.1% 비용은 넣었지만 세금은 안 넣었다(세금 재채점 편에서 ADM은 세후 11.3%→7.8%로 깎였다). 원자재는 지수라 현금담보 이자가 빠져 실제보다 낮게 잡히는데, 같은 구간 단기국채 수익(연 1.7%)을 얹어 보정하면 −7.1%가 −5.4% 정도가 된다 — 여전히 꼴찌이긴 하나 선진국주식(−5.1%)과 거의 붙는다. 2025년 10월 물가지수는 아예 발표되지 않아(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조사가 끊겼다) 앞뒤 값으로 이어 붙였다. 그리고 여기서 뺀 물가는 미국 물가다.

정리하며

물가를 빼고 26년을 다시 채점해보니 바뀐 것과 안 바뀐 것이 이렇게 갈렸다.

  • 안 바뀐 것: 수익률 등수. 물가는 모두에게서 같은 연 2.6~2.7%p를 떼어 간다.
  • 바뀐 것: 위험 등수. 잔잔한 전략일수록 효율이 크게 깎이고, 얕지만 오래 끄는 낙폭일수록 회복이 훨씬 길어진다. 영구의 최장 물속 27개월은 실질로 58개월이었다.
  • 이름값: 물가 높던 95개월에 구매력을 지킨 자산은 금 하나뿐이었고, 그 금조차 물가 낮을 때 더 벌었다. 원자재는 정반대였다.
  • 가장 중요한 것: ‘고물가’라는 한 칸에 성격이 반대인 두 사건이 들어 있었다. 2008년엔 국채가, 2022년엔 주식이 이겼다.

결국 물가는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이미 있던 위험 — 오래 끄는 낙폭 — 에 이자를 붙였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뺀 건 미국 물가다. 그런데 원화로 장을 보는 사람에게는 환율과 한국 물가가 함께 얹힌다. 환율은 위기에 완충재였고 물가는 파도이기만 했는데, 둘을 한꺼번에 씌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언젠가 원화로 사는 사람의 구매력 곡선을 그려보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백테스트 결과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steady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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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규칙으로 투자에 접근해보려는 사람입니다. 투자 전문가는 아니고 배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알려진 공개 전략을 직접 코드로 백테스트해보고, 나온 숫자를 좋든 나쁘든 그대로 기록합니다. 특히 결과가 좋게 나올수록 한 번 더 의심하려 합니다. 이 블로그가 돌아가는 서버도 직접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 투자 이야기와 함께 서버·개발 이야기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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